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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④ 내 주변에도 있나…알기 힘든 '성범죄자 알림'

2020 아동 성범죄자는 지금

[마부작침] ④ 내 주변에도 있나…알기 힘든 '성범죄자 알림'
조.두.순. 아동 대상 성범죄자의 대명사가 된 이름이다. 2008년 12월 11일, 조두순은 당시 8살인 피해자를 성폭행하고 영구적인 장애를 갖게 한 상해를 입혔고 법원은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추가 범죄의 발생을 막아 이 사회를 보호하고, 피고인의 악성을 교화, 개선시키기 위하여는 장기간 이 사회에서 격리시킬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났고 조두순은 오는 12월 12일, 형을 마치고 출소한다. 출소 즉시 전자발찌를 부착해 7년 간 보호 관찰받게 되고 5년 간 신상정보도 공개된다. 그간 조두순 출소를 막아 달라는 국민 청원에 청와대는 "불가능하다"면서도 "조두순이 피해자나 잠재적 피해자 근처를 돌아다니는 일은 반드시 막겠다"라고 답했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이 조두순 말고 또 다른 '조두순'들에 주목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들 말이다. 이런 범죄는 얼마나 발생했고 또 제대로 처벌받아 왔는지, 죗값을 치른 뒤 관리는 잘 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조두순이라는 상징에 가려 수많은 조두순들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 보는 게 이번 보도의 목표였다.

● "성범죄자를 알린다" 신상정보 공개 4,300명

'성범죄자 신상공개 및 우편고지' 제도는 법원에서 신상공개 및 우편고지 명령을 받은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거주지의 아동청소년 보호세대와 학교 등 관련 시설에 우편으로 정보를 공개하는 제도다. 2020년 7월 말 기준 공개 대상 성범죄자는 4,314명이다.
2020 아동 성범죄자는 지금
공개정보는 모두 8가지다. 성명, 나이, 주소 및 실제거주지, 신체정보(키와 몸무게), 등록대상 성범죄 요지, 성폭력 범죄 전과사실, 전자장치 부착 여부다.

2020년 8월 현재 신상정보 공개 대상자 4천 3백 명은 전원 남성으로, 나이는 최연소인 19세부터 최고령인 91세까지 있었고 평균 53세였다. 30대와 40대, 50대가 각각 1천 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이들로부터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는 10대가 1,740명으로 가장 많고 20대가 1,145명으로 그다음, 30대 388명 순이었다. 10대 미만 피해자는 351명으로 네 번째로 많았다. 피해자의 96%는 여성이었다.

●우리 동네 산다는데.. 알 수가 없네

'성범죄자 알림e'는 등록 대상 성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람의 신상정보를 인터넷과 앱을 통해 공개하는 서비스다.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명령이 판결과 함께 선고된 성범죄자에 한해 공개한다.

이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인천의 한 구에 실제 거주하고 있다는 성범죄자 2명을 비교했다.
2020 아동 성범죄자는 지금
40대 김모씨는 13세 미만 여자 청소년을 여러 차례 성폭행해 징역 7년과 신상정보 공개 5년을 선고받았다. 역시 13세 미만 여자 청소년을 여러 차례 강제추행한 50대 임모씨에게 선고된 건 징역 4년과 신상정보 공개 10년이었다. 그런데 임씨의 거주지는 번지수까지 나와 있던 반면, 김씨는 동만 공개돼 있었다. 이 동에는 4만 1천여 세대가 산다. 지도로 살펴보면 김씨의 거주지는 동 전체로 표시돼 있다.

[마부작침]은 8월 25일 기준 성범죄자 알림e에 공개된 성범죄자 3,694명의 신상정보를 모두 확인했다. 경기 수원이 가장 많은 89명이었고 다음은 경기 부천 77명, 전북 전주 66명, 충북 청주 66명, 경기 안산 61명 순이었다.

주소를 확인해봤더니 인천 김씨처럼 읍면동까지만 나와 있을 뿐 번지 같은 상세 정보가 없는 성범죄자는 36명이 확인됐다. 공개는 돼 있다지만 어디 사는지는 알기 힘든 이들이다.

알림e를 관리하는 여성가족부는 "2012년 말 열람만 가능하던 성범죄자 신상정보까지 공개하도록 법이 바뀌었는데 그들은 읍면동 단위만 공개였다"면서 "상세 정보는 우리도 갖고 있지 않다"라고 공개 안 된 이유를 설명했다. 법을 추가 개정하지 않으면 이렇게 구체적인 정보 없이 '무늬만 공개'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주소 정보 없는 성범죄자 6백 명은 누구?

신상정보 등록 대상 성범죄자는 2020년 5월 말 현재 74,851명이다. 이 중 정보 공개대상자는 4,314명이라고 여성가족부는 밝혔다.(2020년 7월 말 기준) 약간의 시차는 있으나 등록 대상 대비 신상정보 공개대상자는 5.8%, 대략 6% 선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성범죄자 알림e의 공개현황(실시간)에는 각 시도별 총합이 3,680명으로 나와 있다.(9월 6일 현재) [마부작침]이 8월 말 알림e에 공개된 성범죄자 전원을 하나하나 확인했을 때도 3,700명 안팎이었다. 정보 공개대상자 4,300명과 비교하면 600명이 부족하다. 어디로 간 걸까?

여성가족부는 이에 대해 공개된 건 맞지만 주소 정보가 없는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실시간 현황이나 알림e의 지도 검색을 통해 확인한 성범죄자는 서울 00구 00로 1번지 이런 식으로 주소가 나와 있는데 주소정보가 없으면 이렇게 찾을 수 없고 이름으로 검색하면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름으로 찾을 수 있으니 공개 중이라는 설명이다. 신상정보가 공개된 성범죄자이라곤 하지만 그의 정확한 이름을 알아야 찾아볼 수 있는 이들이다.
2020 아동 성범죄자는 지금
주소 정보 없는 600명 중 492명는 교정시설 수용, 51명은 해외출국 상태였다. 나머지 57명은 주거불명과 주거부정으로 분류됐다. 교정시설 수용자는 성범죄로 신상정보 공개명령을 받았는데 또 다른 범죄를 저질러 현재 수감 중인 경우였다. 그러나 주거 불명, 주거 부정인 50여 명, 그리고 해외출국이라는 50여 명은 신상정보 공개의 취지와 달리 공개는 돼 있다고 하나 어디 사는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는 이들이었다.

알림e를 관리하는 여성가족부는 법무부로부터 넘겨받은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일단 신상정보를 넘겨주면 정보 공개는 여가부에서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위헌 논란 넘어서 인터넷 공개까지.. 남은 문제는

성범죄자의 신상공개는 2000년 7월부터 시작됐다. 당시엔 관보와 청소년보호위원회 홈페이지, 정부청사 및 지자체 게시판에 게시하는 것이었다. 당시 청소년 성매수를 했던 공무원이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는데 이듬해인 2001년에 신상정보도 공개되자 공개 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고 이 소송으로부터 비롯된 위헌 논란은 결국 헌법재판소로 가게 된다.

헌법재판관 4명이 합헌, 5명이 위헌이라고 의견을 냈으나 위헌정족수 6명에 미달해 신상공개제도는 헌법 합치로 결정났다. 위헌 의견을 보면 "신상공개제도는 공개대상자를 범죄 퇴치수단으로 취급하고 범죄억제의 효과가 불확실해 공개대상자의 인격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라고 했다. 이후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주소와 사진 등의 자세한 신상 공개는 성폭력 범죄자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노출해 재사회화를 가로막고 인권 침해 문제 등 논란의 소지가 많다"라고 반대 입장을 냈다.

이런 논란과 반대에도 성범죄자 신상공개는 차츰 확대돼 왔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성범죄가 심각한 수준이고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는 공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는 인터넷 공개제도가 시행됐고 2011년부터 성인 대상 성범죄자도 신상정보 공개 대상이 됐다.

몇 가지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아동청소년 보호세대와 학교 등 관련 기관에만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고지하고 있는데 이를 성범죄 피해자, 1인 가구 여성에게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공유하면 최대 징역 5년이나 벌금 5천만 원에 처해질 수 있는데 이 또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지난 6월 해당 법 개정안을 발의한 김예지 의원은 "성범죄자 알림e에 공개된 신상정보를 피해자 가족이나 지인에게 SNS로 공유해도 처벌받을 수 있는 게 지금 법"이라면서 "과도한 정보 공유를 차단하면 성범죄 예방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지금과 같은 성범죄자 알림 서비스가 과연 성범죄 방지에 도움이 되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성범죄자 알림e는 국민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각자 알아서 주의하라는 제도인데 위험에 대한 관리 책임이 국가로부터 결국 국민에게 전가되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정보를 봐도 활용 가능성이 높지 않으니 이용률도 낮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취재: 심영구, 배정훈, 안혜민   디자인: 안준석   인턴: 김지연, 이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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