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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① 1년에 3천 명…우리 주위의 또 다른 '조두순'들

[마부작침] ① 1년에 3천 명…우리 주위의 또 다른 '조두순'들

2020 아동 성범죄자는 지금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작성 2020.09.05 09:07 수정 2020.09.08 09:1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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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마부작침] ① 1년에 3천 명…우리 주위의 또 다른 조두순들
조.두.순.

아동 대상 성범죄자의 대명사가 된 이름이다. 2008년 12월 11일, 조두순은 당시 8살인 피해자를 성폭행하고 영구적인 장애를 갖게 한 상해를 입혔으며 법원은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추가 범죄의 발생을 막아 이 사회를 보호하고, 피고인의 악성을 교화, 개선시키기 위하여는 장기간 이 사회에서 격리시킬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났고 조두순은 오는 12월 12일, 형을 마치고 출소한다. 출소 즉시 전자발찌를 부착해 7년 간 보호 관찰받게 되고 5년 간 신상정보도 공개된다. 그간 조두순 출소를 막아 달라는 국민 청원에 청와대는 "불가능하다"면서도 "조두순이 피해자나 잠재적 피해자 근처를 돌아다니는 일은 반드시 막겠다"라고 답했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이 조두순 말고 또 다른 '조두순'들에 주목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들 말이다. 이런 범죄는 얼마나 발생했고 또 제대로 처벌받아 왔는지, 죗값을 치른 뒤 관리는 잘 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조두순이라는 상징에 가려 수많은 조두순들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 보는 게 이번 보도의 목표였다.

● 조두순 이후 12년, 우리는 나아갔나 물러났나
2020 아동 성범죄자는 지금 사건1
2019년 4월, 충남의 한 여관에 47세 남성이 만 6세 아이를 데리고 들어왔다. 처음엔 혼자 왔다가 외출 후 돌아올 때 아이를 데려온 건데 누구냐고 여관 직원이 물으니 자기 딸이라고, 가정 불화가 있어서 데려왔다고 답했다고 했다. 거짓말이었다. 인근 초등학교와는 대략 3백 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여관이었다. 남성은 길에서 놀고 있던 아이를 여러 차례 강제추행했고 자기 숙소에서는 성폭행을 시도했다.

1심 법원은 성폭행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라며 무죄로 판단했다. 그럼에도 강제추행과 유사성행위, 성폭행 미수 등에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 징역 13년에, 전자발찌 부착 20년, 신상정보 공개 10년을 선고했다. 강간 등 상해치상으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조두순보다도 무거운 형량이었다. 2심 법원이 양측 항소를 모두 기각해 형은 확정됐다. 피고인은 2032년 출소하고 그 뒤로도 2052년까지 전자발찌를 찬 채 보호관찰받게 됐다.

사건2
2018년 4월, 채팅앱에서 만난 만 10세 아이를 34세 남성이 자기 집으로 데려갔다. 술을 마시게 한 뒤 성폭행했다. 보습학원 원장이었던 남성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고 13세 미만 미성년자라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죄질이 나쁘고 피해자는 매우 큰 충격과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8년과 보호관찰 5년, 신상정보 공개 5년을 선고했다.(전자발찌 부착은 기각했다.) 2심은 달랐다.

2심 법원은 "피해자를 폭행 협박해 간음했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면서 미성년자 성폭행 대신 미성년자의제강간 죄를 적용했다. 법정 최저형인 징역 3년을 선고했다.(보호관찰 5년과 신상정보 공개 5년은 그대로였다.)

2심 선고에 비난이 쏟아졌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다음날 성명을 내고 "10세 아동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소주 2잔을 먹인 뒤 강간한 자에게 법정형의 범위 중 가장 낮은 3년형을 선고한 건 일반인의 건전한 상식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2심 판사를 파면하라는 국민청원에 24만 명이 참여하기도 했다.(청와대 답변은 "법관의 인사와 징계에 관여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면서 대법원 판결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각계 비난이 거세게 일자, 서울고등법원은 이례적으로 판결에 대해 "검찰이 제출한 증거 만으로 강간죄를 입증하기에 부족해 원칙적으로 무죄가 선고돼야 하는 사안"이었다면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따라 직권으로 미성년자의제강간죄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한 것"이라고 설명자료를 냈다. 대법원은 2심 판결대로 확정했다.

사건1은 조두순보다 법원이 인정한 범죄가 약한 편이었는데도 더 무거운 형량이 나왔다. 사건2는 폭행과 협박이 있어야만 성폭행이 성립한다는, 최근 들어서는 성인 피해자에게 적용하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는 법리를 만 10세 아이 사건까지 협소하게 적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판결들이 공존하고 있다. 조두순 당시보다 우리 법원이 한 걸음 나아간 건지 아닌지 모호한 이유다.

● 매년 3천 명씩 나타나는 아동 대상 성폭력 범죄자
2020 아동 성범죄자는 지금성범죄자 대다수는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은 거의 다 해당된다. 2014년 이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로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된 범죄자는 매년 3천 명 안팎, 5년 간 합치면 15,898명이었다. 2016년 한때 3천 명 미만으로 떨어지기도 했으나 2017년부터 다시 3천 명을 넘어섰다.(2019 아동청소년 성범죄 동향과 추세분석, 형사정책연구원)

성폭행, 유사성폭행, 강제추행 같은 성폭력 범죄만 따로 보면 매년 2천5백 명 안팎이다. 5년 합쳐서 성폭행이 29.3%, 유사성폭행은 3.6%, 강제추행은 67.1%를 차지했다. 2014년에 비해 2018년엔 성폭행은 약간 줄었고 유사성폭행과 강제추행은 약간 늘었다. 이 추세를 보면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는 크게 늘지도, 크게 줄지도 않고 있다. 왜 그런 걸까.

● 국민청원으로 본, '조두순'에 집중된 분노
2020 아동 성범죄자는 지금지난 8월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조두순 출소를 막아달라'는 청원이 또 올라왔다. 2017년 8월 첫 청원 이후 '조두순' 키워드가 포함된 국민청원 및 제안은 모두 6,805개나 된다. 특정인 이름이 언급된 청원으로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5,451건)보다 많고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전직 대통령 전체를 능가하는 언급량이다. 

조두순 언급 청원 중 답변 요건인 20만 명 참여를 넘긴 것도 5개나 된다. 그중 둘은 조두순 출소 반대였고(2017년 9월, 2018년 10월) 하나는 조두순에게 적용됐던 심신미약 감경 폐지(2017년 11월), 하나는 조두순 피해자 우롱한 만화가 처벌(2018년 2월), 남은 하나는 아동 성폭행범 감형한 판사 파면 청원이었다.(2019년 6월, 위에 언급한 보습학원장 2심 선고에 대한 청원이다.)

조두순 출소를 막아달라는 청원 두 건에 대한 청와대 답변은 "재심은 처벌받은 사람의 이익을 위해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조두순을 무기 징역으로 해 달라는 재심 청구는 현행법상 불가능하다"였다. 만화가 처벌 청원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기에 정부가 나설 수 없다", 판사 파면 청원은 "삼권 분립 원칙에 위배돼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심신 미약 감경 폐지는 "법 개정이 필요하며 그건 국회 몫"이라고 답했는데 이후 이른바 '김성수법'이라 불렸던 심신 미약 상태의 범행에 대한 감형 의무를 삭제하는 형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조두순 언급 청원 중 유일하게 해결된 사례가 됐다.

국민청원에선 대개 속 시원한 답변이나 해결책이 나오진 않지만 해당 사안에 대한 국민 열망과 관심, 분노를 엿볼 수 있다. '조두순 언급 청원'이 이렇게 많았던 건 그로 대표되는 아동 성범죄자에 우리 사회가 그만큼 용납해선 안 된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 분노는 제대로 반영됐을까. 조두순 이후 12년, 우리 아이들은 더 안전해졌을까. 후속 기사에서 하나하나 짚어보겠다.

취재: 심영구, 배정훈, 안혜민 디자인: 안준석 인턴: 김지연, 이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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