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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백두대간 관통' 송전탑, 환경 파괴 우려…"너는 전기 쓰지 말고 살아라?"

박찬범 기자 cbcb@sbs.co.kr

작성 2020.08.02 11:5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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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백두대간 관통 송전탑, 환경 파괴 우려…"너는 전기 쓰지 말고 살아라?"
● 백두대간 관통 송전탑, 꼭 필요한 건설 사업인가?

"너는 전기 쓰지 말고 살아라~"

7월 30일에 SBS 8뉴스에 보도된 ▶ 백두대간 관통하는 전기선?…금강송 군락지에 송전탑
기사에 달린 댓글 중 하나입니다. 필요한 송전탑 건설을 환경을 위해 미룰 수는 없지 않느냐는 취지로 이해됩니다. 인정합니다. 전기는 우리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합니다.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면 송전탑 추가 건설 등을 통해 보완해야 합니다. 송전탑 건설을 오로지 '환경적 관점'에서만 볼 수 없습니다.

한국전력공사는 이번 500KV 신가평~동해안 송전탑 건설 사업이 수도권에 원활하게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말합니다. 2024년이 되면 동해안에 신규 발전소 3개(신한울, 강릉 안인, 삼척 화력)가 건설됩니다. 총 생산전력은17GW로 늘어납니다. 현재 운영 중인 송전 선로의 수송가능 용량은 10.6GW입니다. 17GW를 감당할 수 없는 만큼 추가 송전탑 건설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송전탑 건설 사업은 추진하되 어떻게 하면 환경 파괴를 최소화 할 수 있는지 지혜를 모아야하는 순간입니다.

송전탑 구간
● "산양, 담비, 삵이 사는 곳" 보존 가치는 얼마나 높은가?

한국전력은 현재 경북 울진에서 경기도 가평 230km 구간에 송전탑 440기를 설치하고자 합니다. 지리적으로 백두대간을 관통하게 됩니다. 보존가치가 높아 '산림 유전자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구간도 통과합니다. 경북 봉화군 일대에 2곳, 경북 울진 일대에 1곳의 산림 유전자원 보호구역이 해당됩니다.

산림 유전자원 보호구역은 식물의 유전자 또는 산림 생태계의 보전을 위하여 보존 가치가 높은 곳입니다. 토목공사는 물론 일반인의 출입까지도 통제됩니다. 이 지역에는 희귀 동식물이 서식합니다. 이번에 송전탑 설치 후보지역인 경북 봉화‧울진, 강원 삼척 일대는 10여 종의 멸종위기종 동물이 서식합니다. 산양, 담비, 삵, 꼬리 진달래 등 희귀 동식물은 이 일대 무인 카메라에 종종 잡히곤 합니다. 특히 산양의 경우 2019년 국립공원공단이 발간한 <<삼척‧울진 등 산양 개체 수 및 관리 방안 보고서>>에 산양 개체 수가 나와 있습니다. 경북 울진은 126개체, 삼척은 73개체, 태백산(강원 태백, 경북 봉화)은 14개체입니다. 국립공원공단 소속 조재윤 박사는 해당 일대가 국내 최남단 산양 서식지라고 말합니다.

산양,담비
해당 지역은 금강소나무 군락지이기도 합니다. 금강소나무는 향토수종입니다. 일반 소나무보다 목재의 뒤틀림이 적고 가볍습니다. 목재의 강도도 높습니다. 조선시대 궁궐 목재로 사용돼 '왕의 나무'로도 불립니다. 이번 송전탑 설치 구간의 20%를 차지하는 경북 봉화군도 금강소나무 군락지 중 한 곳입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이 일대 금강소나무를 수탈해 자국으로 가져갔을 정도입니다. 지금도 봉화군 춘양면과 소천면 일대에는 일제 강점기 시대 수탈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일제 수탈도 어렵게 버텨낸 일대 금강소나무가 송전탑 설치를 위해 베어나갈 생각을 하니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합니다.

금강 소나무
● '마을 삼킨 산사태', '송전 선로와 충돌한 헬기', 재난 가능성 높아지나?

환경 파괴 말고도 우려되는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재난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먼저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송전탑을 설치하려면 일대 산림을 깎아내야 합니다. 관련 자재를 옮기기 위해 장비가 지나갈 길도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전력은 산림 훼손 최소화를 위해 헬기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송전탑 설치 지역에 대한 불가피한 훼손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서울대 산림과학부 임상준 교수는 자연사면이 송전탑 설치로 형질이 변경됐기 때문에 폭우가 발생하면 물이 한쪽으로 모여서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경북 봉화군 춘양면과 소천면 일대는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지난 2008년에 일대 집중 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4명이 숨지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산사태 취약지역
산불 진화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송전탑 자체가 화재의 원인이 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다만, 다른 이유로 일대에 산불이 발생하면 진화가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산불 진화의 약 90% 정도는 헬기가 담당합니다. 그런데 헬기가 산불 진화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고압 송전선로입니다. 산불 연기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순간에 선로에 부딪혀 추락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7년 산림청 소속 헬기는 강원 삼척시 일대서 산불 진화를 하다가 송전 선로에 부딪혀 비상 착륙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탑승해있던 정비사 1명이 순직했습니다. 결국 헬기는 이런 사고를 피하기 위해 송전 선로를 피해 더 높게 날아야 합니다. 그만큼 헬기에서 뿌려지는 물의 분산도도 높아집니다.

● 송전탑 설치 후보지 선정 과정, 절차적 문제는 없었나?

한국전력은 앞서 제기한 환경 파괴와 재난 문제 등을 고려해 입지 선정을 했다고 답변했습니다. 후보지를 선정할 때는 자연환경(환경, 경관), 사회생활환경(주거생활, 문화/역사, 생산 활동 ), 안전성(군사시설보호, 재해예방)을 따져봤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전력은 또 입지 선정은 전문가, 마을 주민 등 88명으로 구성된 입지 선정위원회를 통해 결정됐다고 답변했습니다. 회의는 지난 2016년부터 23차례 걸쳐 진행됐고, 일단 동부구간(울진~평창)에 대한 후보지가 협의를 통해 결정됐다고 합니다.

문제는 입지 선정위원회가 '완전체' 였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겁니다. 회의는 지난 2016년 시작됐다가 동부구간(울진~평창) 경과 대역이 2018년 8월 10차 회의에서 공개되고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입지선정위원회에 참가한 봉화군 대표 15명이 경과대역이 마을 3개 면을 지나자 반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하지만 봉화군 대표 의견이 반영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보이콧을 선언했습니다. 회의는 봉화군청 공무원만 남은 채 민간 대표가 빠진 상태로 강행됐습니다. 결국 봉화군을 지나가도록 잠정 설계된 송전탑 후보지는 봉화군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결정된 셈입니다.

봉화군민
회의에 참가했던 봉화군 민간 대표는 대부분 마을 이장들로 구성됐습니다. 이들은 하나 같이 입지 선정위원회가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고 주장합니다. 봉화군 민간대표 김대호씨는 처음부터 선정 위치를 두고 논의했다기보다는 한국전력이 정한 경과 대역에 대해 참석자들에게 일방적인 찬성을 강요했다고 말합니다. 물론 송전 선로가 11개 지자체를 통과하는 만큼 처음부터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입지를 도출하기란 어려웠을 겁니다. 하지만 송전탑 구간의 20%를 지나는 봉화군 대표들이 빠진 상태에서 결정된 입지가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선정됐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송전탑 선로가 지나가는 봉화군 춘양면, 석포면, 소천면 일대 마을 사람들은 아직도 이 지역에 송전탑이 들어오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백두대간은 생태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 송전탑 구간 재조정 가능성은?

한국전력이 발표한 동부구간(울진~평창) 송전탑 설치 후보지는 일부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제 송전탑 후보지를 추렸을 뿐 사업이 승인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국전력은 서부구간(가평~횡성) 후보지 선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현재는 환경영향평가에 앞서 환경영향평가협의체가 구성됐습니다. 승인기관은 산업통상자원부이고, 협의기관은 환경부(대구지방환경청, 원주지방환경청)입니다. 이들 기관은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향후 진행될 환경영향평가를 어떻게 할지 세부 일정 등을 미리 조율합니다.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가 시작되면 환경 파괴가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환경 파괴 요소를 제거하거나 감소시킬 수 있도록 요구할 수 있습니다. 환경부가 산림 유전자원 보호구역을 지나는 송전탑 건설 사업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지난해 9월 환경 파괴가 우려되는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부동의' 의견을 낸 바 있습니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사업이 설악산의 자연환경, 생태경관, 생물다양성 등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이번에 송전탑 후보지 역시 산림 유전자원 보호구역이 포함돼 있고 설악산 못지않게 생태 보존 가치가 높은 지역입니다.

마침 산림청이 7월 31일자로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제목은 '백두대간의 전통생태적 가치를 높인다! 슬기로운 산림복원'입니다. 도로 개설 등으로 훼손된 백두대간 생태축을 2029년까지 복원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산린청 심상택 산림보호국장은 보도자료에서 "백두대간은 생물다양성이 풍부하여 인문 사회, 자연 생태 등 전통적 가치와 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이번 송전탑 설치 후보지에 포함된 백두대간도 예외는 아니겠지요?

산림청 보도자료
● '대안도 없이 무작정 비판만?' 송전탑 후보지, 대안은 있나?

'대안도 없이 무작정 비판만 하는 게 아닌가?' 이번 500KV 신가평~동해안 송전탑 건설 사업을 취재하면서 수없이 든 생각입니다. 이번 사업이 현실화되면 백두대간 환경 파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송전탑 설치 후보지는 최선일까요? 구간을 더 우회하더라도 적어도 산림 유전자원 보호구역을 피해가야 합니다. 현재 송전탑 후보지가 지나가는 보호구역이 3곳인데, 1곳이라도 더 줄일 수 있는 플랜B가 있다면 재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각에서는 한국전력이 송전탑이 사유지를 통과할수록 토지 보상을 해야 하고 주민 마찰이 예상되는 만큼 일부러 국유지만 골라서 지나가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합니다. 한국전력은 일단 전문 업체를 통해 현황 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적의 입지를 구축했다고 말합니다. 최적이 입지가 단순히 '주민 마찰'만을 고려한 게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백두대간
● "수도권 편의 위해 지방 사람들에게 희생 강요?"

경북 봉화군 석포면 석포4리 도기열 이장님은 '촌 사람'을 너무 무시한다며 섭섭함을 토로합니다. 수도권 전기 공급을 위해서 지방 사람들에게 희생을 강요한다는 겁니다. 지역 사람들이 자부심을 느껴가며 지켜온 산림을 이대로 내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이번 송전탑 건설 사업은 지역 갈등 문제도 야기합니다.

송전탑 건설 사업을 반대한다고 해서 '너는 전기 쓰지 말고 살라'는 식으로 쉽게 말해선 안 됩니다. 누군가는 자부심을 느껴온 삶의 터전을 잃게 됩니다. 누군가는 마을의 자랑거리였던 금강 소나무를 잃게 됩니다. 누군가는 산속에서 산양과 담비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됩니다. 누군가는 폭우가 쏟아질 때면 마을에 산사태가 일어날까봐 밤잠을 설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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