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는 남친' 4년 시달렸는데…경찰 "헤어지고 신고 말라"

데이트폭력 관련 법안 1년 반 동안 무소식

박병일 기자 cokkiri@sbs.co.kr

작성 2019.08.16 20:57 수정 2019.08.16 21:3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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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보신 납치부터 폭행이나 감금까지 데이트 폭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심각한 범죄인 이 문제를 이슈리포트 깊이있게 본다에서 오늘(16일) 짚어보려 합니다. 데이트폭력으로 신고가 접수된 것만 지난 한 해 1만 8천 건에 이릅니다.

정부는 지난해 이와 관련한 종합대책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1년 반 동안 어떤 것이 달라졌는지 박병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집으로 도망가려는데 그때 또 붙잡혀서 이제 머리 찍고 그때부터 막 몸으로 목을 조르고 이러더라고요, 헤드락 하다시피 이렇게 제 몸을 깔고 앉은 상태에서 목을 계속 조른 거예요.]

지난 6월, 남자친구에게 심하게 폭행당했다는 이지혜 씨.

그 충격에 심한 우울증과 대인기피, 공황장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지혜 (가명) : 제가 그 일 있고 나서 2주도 안 돼서 10kg이 빠졌거든요. 음식물을 일절 못 먹어요. 억지로라도 먹으려고 삼키면 자꾸 다 토하고…]

수면제를 먹고 간신히 잠이 들면 밤새 악몽에 시달립니다.

[이지혜 (가명) : 그 사람 관련된 꿈을 꿀 때도 있고요. 노숙자한테 갑자기 막 얼굴을 물어 뜯긴다든가, 계속 쫓기는 꿈.]

4년간 남자친구의 폭력에 시달려온 정은혜 씨도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경찰에 신고하고 도움을 청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정은혜 (가명) : 진짜 바닥에 옷 다 등 다 찢어질 정도로 바닥에 질질 끌려 가서…그런데도 경찰은 '걔랑 헤어지시고 신고하지 마세요' 이러더라고요. 저는 그다음부터 경찰 안 믿어요.]

정부는 지난해 2월 데이트폭력을 근절하겠다며 종합대책을 내놨습니다.

10개가 넘는 대책 가운데 하나가 경찰의 대응력 강화와 피해자 보호입니다.

[이숙진/당시 여성가족부 차관 : 관련 경찰관을 대상으로 스토킹 데이트 범죄에 대한 직무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여 젠더 폭력에 대한 이해도와 감수성을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얼마나 달라졌을까.

지난달 초,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했다가 얼굴 뼈가 부러질 정도로 맞은 여성.

[박진숙 (가명) : 제가 죽을 것 같아서 죽을 것 같아서 솔직히 양쪽 팔을 물었어요. 저 그만 하라고, 저 죽을 것 같으니까…]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과정에서 남자 팔을 물었는데 이 때문에 자신도 가해자가 됐습니다.

[당시 경찰 통화녹음 : 제가 봤을 때는 이건 쌍방 폭행이 맞아요. (어떻게 이게 쌍방이 되는 거예요? 제가 맞고 나서 그렇게 된 거예요. 저 죽일 거 같아서…) 본인이 먼저 맞아서 때렸다 이거에요? (네.) 그러면 쌍방(폭행)이잖아요.]

그동안에는 데이트폭력과 관련된 법조차 없었습니다.

정부는 종합 대책의 1순위로 스토킹 처벌법 등 관련법 제정을 내세웠지만, 1년 반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입니다.

[신보라/자유한국당 의원 : 법무부 입장이 '어떤 범주까지를 데이트폭력이라고 하는 명확한 범위로 인정될 거냐 정의로 인정할 거냐, 그게 참 어렵고 난해하다'라는 입장인 거죠. 정의, 규정이 애매해서 법제화하기 어렵다, 이건 좀 핑계 아닌 핑계 아니냐.]

해마다 데이트폭력이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거북이걸음.

폭력에 따른 신체적 피해는 물론 정신적 후유증, 여기에 어디에서도 도움받기 어렵다는 절망감까지 피해자들은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어야 합니다.

[데이트폭력 피해자 : 정신과도 다녀보고 자살 예방센터에 전화해보고 경찰에 신고해보고 다 해봤는데 결국은 뭐, 답이 없으니까…저는 '나 이날 죽을 거야' 이 생각을 계속 갖고 살거든요.]

(VJ : 안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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