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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확 줄인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무효" 첫 판단

<앵커>

회사에서 정년을 늘리는 대신에 일정 시점부터 임금을 낮추는 걸 이른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제도를 도입했다고 하더라도 임금을 지나치게 많이 깎으면 무효라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습니다.

먼저 하정연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6년 KB 신용정보는 노사 합의로 기존 정년을 58살에서 60살로 2년 늘리는 대신 55살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이른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습니다.

그런데 2020년,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은 KB 신용정보 전·현직 직원 4명이 회사를 상대로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지 않았으면 받았을 급여를 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1심 법원은 근무 기간이 2년 늘었는데도 임금피크제 적용에 따른 임금 삭감 폭이 지나치게 크다며 근로자들 손을 들어줬습니다.

임금피크제가 적용되지 않았다면 만 55살부터 기존 정년까지 3년 동안 직전 연봉의 300%, 즉 직전 연봉과 같은 급여를 매년 받을 수 있었는데,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서 근로자가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됐다는 겁니다.

저성과자의 경우 55살부터 5년 동안 받는 총액이 직전 연봉의 225%에 불과했고, 성과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아야 5년간 300%가 보장되는 구조여서, 임금피크제를 실시하지 않을 때와 비교하면 2년 이상을 '무료 노동'하는 셈이라는 설명입니다.

재판부는 "임금 삭감이라는 불이익이 초래됐는데도 회사가 업무량이나 업무 강도를 줄이는 조치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기덕/원고 측 변호인 : (직전 연봉 대비) 40~50% 삭감한다든지 그러면서 이제 그에 따라서 근로시간을 단축해준다든지 결국은 동일한 업무를 시키면서 연령 차별일 수밖에 없는 거죠.]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정년을 늘리지 않는 이른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대해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면 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원형희, CG : 강윤정·조수인)

▶ 50% 깎는 금융기업도…임금피크제 '삭감폭'이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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