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단독] 쿠팡 노동자 사망하자…김범석이 남긴 충격 대화 (풀영상)

책임 피하려 한국 법인 '탈출'…공정위 조사 전엔 조직적 은폐

<앵커>

SBS가 쿠팡의 김범석 의장과 핵심 관계자들이 나눈 대화 내역을 입수했습니다. 이번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 일어나기 몇 년 전 일이지만, 당시 한국 대표였던 김 의장이 어떻게 사건을 축소하고 책임을 피하려 했는지가 담겼습니다. 먼저, 지난 2020년 노동자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김 의장이 직접 사건의 은폐를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쿠팡 임원을 강하게 질책하며, 고인이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을 남기지 말라는 내용입니다. 오늘(17일) 있었던 쿠팡 청문회 소식에 앞서 단독 보도들부터 연속해서 전하겠습니다.

고정현 기자입니다.

<고정현 기자>

지난 2020년 10월 12일 새벽 2시.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한 노동자가 허리를 숙이더니 오른손을 계속 가슴에 대고 있습니다.

이 노동자는 퇴근한 지 1시간 반 만에 숨졌습니다.

쿠팡에서 1년 4개월간 새벽 근무를 했던 고 장덕준 씨입니다.

SBS 취재진은 전 쿠팡 최고개인정보보호책임자로부터 장 씨의 사망 이후 김범석 당시 쿠팡 한국 법인 대표와 나눴다는 메신저 대화 내역을 입수했습니다.

'BOM'으로 표시된 김 대표는 물 마시기, 대기 중, 빈 카트 옮기는 것, 화장실 등의 단어를 말합니다.

이에 정보보호책임자는 영상을 구동하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말합니다.

이어 김 대표는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하라"고 지시합니다.

사내 영상 등을 관리하는 정보보호책임자에게 고 장덕준 씨가 일하지 않은 영상과 시간을 확인해 과도한 노동에 시달린 증거를 남기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대화에서 김 대표는 "그가 왜 열심히 일하겠나, 말이 안 된다"고 했고 책임자는 "여러 사람이 영상을 검토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김 대표는 "그들은 시간제 노동자들이다. 성과로 돈을 받는 게 아니다"라며 시간제 노동자들을 비하하는 듯한 말을 남겼습니다.

김 대표는 "내일 아침 국회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강하게 질책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2020년 10월 26일 국회 환노위 국정감사가 열렸고, 쿠팡 측은 유족들의 과로사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엄성환/쿠팡풀필먼트 전무 (2020년 10월) : 과로사가 아니라고 보도자료를 낸 것이 아니라 사실에 입각한….]

SBS가 입수한 쿠팡 내부 자료에는 장 씨가 숨지기 일주일 전부터 화장실을 간 것과 음료수를 마신 시간까지 분초 단위로 기록돼 있습니다.

김 대표가 사용한 '물 마시기', '대기 중' 등 영어 단어를 그대로 옮겨 정리한 엑셀 파일도 있습니다.

민사 소송까지 거치며 쿠팡으로부터 4년여 만에 과로사를 인정받은 유족은 이제야 쿠팡 측의 비상식적인 대응이 이해된다고 답합니다.

[박미숙/고 장덕준 씨 모친 : 추측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 말을, 그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정말 화가 너무 나는 거예요. 가정을 이렇게 파괴하고도 너무나 태연스럽게….]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우기정, 디자인 : 이연준)

---

<앵커>

김범석 의장은 5년 전 한국 쿠팡의 모든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글로벌 경영을 위한 것이라고 당시 쿠팡은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확보한 쿠팡 경영진 사이의 대화를 보면, 결국 이 모든 건 김 의장의 책임 회피를 위한 것이었다는 정황이 드러납니다.

이어서 김혜민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김혜민 기자>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지난 2020년 12월 한국 법인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습니다.

그해 10월 칠곡물류센터에서 노동자 장덕준 씨가 숨진 지 두 달 만이었습니다.

6개월 뒤 김 의장은 한국 법인의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직마저 사임했습니다.

쿠팡은 김 의장이 글로벌 사업에 전념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중대재해처벌법 등 법적 책임에서 피하기 위한 것이란 지적이 나왔습니다.

김 의장이 한국 대표에서 물러나기 1년여 전인 2018년 10월 당시 쿠팡 최고개인정보보호책임자와 최고행정책임자가 나눈 문자입니다.

최고행정책임자는 노동부의 직원이 '쿠팡 딜리버리맨', 즉 쿠팡 배달기사 이슈에 대해 김범석 대표에게 질문할 예정이라며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해결책은 김범석을 창업자와 LLC의 CEO로 임명하고 다른 사람을 CEO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LLC는 쿠팡 미국 본사Inc의 이전 이름입니다.

최고행정책임자는 이어 "같이 골프를 친 김앤장 합동법률사무소의 한 사람이 유력한 후보다"라며 '강한승'이란 이름을 언급합니다.

실제로 김 의장이 한국 대표에서 물러나면서 김앤장 소속 쿠팡 자문 변호사였던 강한승 씨가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한국 쿠팡 이사회의 의장 자리도 맡은 강 대표는 지난 6월 미국 본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2020년 당시에 중대재해처벌법을 회피하기 위해서 한국 쿠팡에 관련된 지위를 내려놓는 아주 교묘한 수법을 쓴 것으로 생각이….]

쿠팡이 김 의장의 한국 대표 사임 몇 달 전부터 이를 준비해 온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2020년 4월 쿠팡 임직원이 주고받은 메일에선 "사내 메일 조직도에서 김범석을 지우려고 했는데 쉽지 않다"며 "숨기는 방안도 검토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영상편집 : 김준희)

---

<앵커>

이번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경찰은 쿠팡 본사를 일주일 동안 압수수색하며 증거 확보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과거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을 때, 조직적으로 내부 자료를 삭제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당시 쿠팡 안에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박재현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박재현 기자>

지난 2019년 LG생활건강은 쿠팡이 갑질을 일삼는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습니다.

11번가 등 다른 곳에서 쿠팡보다 싸게 팔고 있으면 쿠팡 판매 가격으로 올리라고 요구했다는 겁니다.

이에 공정위는 두 차례 쿠팡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였습니다.

SBS가 입수한 2020년 2월 쿠팡의 내부 문서입니다.

공정위 첫 현장 조사가 끝나고 두 번째 현장 조사가 이뤄질 때입니다.

쿠팡의 정보보안팀 관리자는 당시 최고법률책임자에게 "직원들 PC에서 파워포인트 파일을 지웠다"고 보고하며 연관 있어 보이는 파일까지 탐색해 삭제하겠다고 보고합니다.

지운 파일의 이름은 LG 생활건강과 쿠팡.

공정위 조사와 연관된 걸로 추정됩니다.

이후 내용은 더 노골적입니다.

공정위 두 번째 현장 조사를 두 달 앞둔 시점, 당시 정보보안팀 관리자는 "법률팀이 공정위 조사 대비를 위해 392개 이메일을 지워달라고 요청했다"고 최고개인정보보호책임자에게 보고합니다.

당시 쿠팡의 최고재무책임자도 바로 삭제에 동의했습니다.

삭제하겠다는 내용은 업체들이 보내온 '가격 매칭 현황' 등으로, 공정위가 조사하던 내용입니다.

[쿠팡 입점 업체 대표 : (매칭은) 각자 판매자들끼리도 같은 상품이어도 가격이 다를 수가 있잖아요. 품질이고 뭐고 이런 거 다 따지지 않고 가격으로만 가장 저렴한 사람을 노출 시키는 시스템이거든요.]

공정위는 쿠팡이 LG생건 등 101개 업체에 압력을 가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32억 원을 부과했는데, 쿠팡은 행정 취소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승재/세종대 법학과 교수 : 삭제를 하더라도 그런 행위에 대해 벌을 줄 수 있는, 패널티가 없기 때문에 증거를 의도적으로 지워서 입증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제도적인 보완을 해야.]

SBS는 쿠팡 측에 노동자 사망 사건에 대한 김 의장의 언급과 김 의장이 한국 대표 등에서 물러난 과정, 공정위 조사 전 자료 삭제 등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쿠팡 측은 "해임된 전 임원이 쿠팡에 불만을 갖고 왜곡된 주장을 일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라며, "전 임원이 제기한 해고 무효 법정 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쿠팡이 승소한 바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김진원, 디자인 : 박태영·홍지월)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