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오늘(10일)은 임산부의 날입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는 임산부들이 앉아서 갈 수 있도록 이런 임산부 배려석이 10년 전부터 마련돼 있는데, 실제로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을지 현장을 김혜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비교적 한적한 오후 시간대, 임산부인 기자가 직접 가방에 배지를 달고 지하철을 타보겠습니다.
임산부 배려석에 한 중년 남성이 앉아 있습니다.
하지만 눈을 감고 있어 임산부 배지를 보지 못합니다.
다른 칸으로 이동해 배려석 앞에 한동안 서 있어 보지만, 어느 누구도 자리를 비켜주지 않습니다.
버스 앞좌석의 배려석, 이번에는 임산부 배지가 잘 보이도록 들고 있었는데, 배려석에 앉은 사람들은 기자가 버스에 타고 있던 30분 내내 휴대폰만 쳐다보거나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2009년 버스에서 2013년에는 지하철에서 임산부 배려석이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논란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배려'받지 못했다는 임산부들의 의견에, 말 그대로 '배려'일 뿐, 강요할 수 없지 않냐 반론이 팽팽합니다.
실제로 서울교통공사에는 매년 7천여 건의 관련 민원이 들어옵니다.
이렇다 보니 아예 적극적으로 '배려'를 유도하기도 합니다.
광주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은 누구나 앉으면 음성이 자동으로 흘러나옵니다.
[임산부가 승차하면 자리를 양보해 주시길 바랍니다.]
부산과 대전 지하철은 임산부에게 발신기를 배부했는데, 전동차 안에서 발신기를 누르거나 배려석 근처에만 가도 음성이 흘러나옵니다.
[엄태석/서원대 복지행정학과 교수 : (임산부 배려석) 자리에 앉는 것이 '상당한 수치스러운 일이다'라고 느끼게 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하고요, 의식보다 제도가 빨리 반영되기 때문에 다양한 아이디어와 정책이 필요하다고....]
심각한 저출산을 걱정한 대책이 쏟아지지만, 정작 현실 속 작은 배려는 여전히 미흡합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원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