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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번호 134번" 놓치는 골든타임…부모의 눈물

<앵커>

또래보다 말하거나 행동하는 게 늦는 발달지연 아동이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크게 늘었습니다. 치료 시기가 늦어지면 발달장애로 이어질 수 있는데, 비싼 치료비가 아이들과 부모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시선 360, 오늘(18일)은 그 현실을 살펴보겠습니다.

김덕현, 윤나라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김덕현 기자>

6살 사랑이가 블록쌓기로 놀이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김사랑(가명, 6세) : 멋진 집 만들어요!]

걷기도, 말하기도 또래보다 늦었던 사랑이는 지난 2022년 3살 무렵에 발달지연 판정을 받았습니다.

처음 재활치료를 받고 나선 그저 놀라웠습니다.

[발달지연 아동 엄마 : (아이가) 으, 예, 아니 이거 밖에 못했는데 치료를 받고 나서 주고받는 대화가 돼요. 감동이죠.]

하지만 치료비가 문제였습니다.

언어, 인지, 감각 치료를 일주일에 대여섯 번씩 받았는데, 한 번에 10만 원 안팎을 내야 했습니다.

치료비가 훨씬 저렴한 복지관의 발달재활센터는 4년째 대기번호가 134번에서 줄지 않고 있습니다.

[발달지연 아동 엄마 : (치료비가) 한 달에 230만 원이었어요. 맞벌이를 했는데 제 월급은 다 치료비였어요.]

아이 치료 다니느라 엄마는 직장도 그만뒀습니다.

외벌이가 되면서 발달재활 바우처 등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소득 기준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정부 바우처는 한 달 최고 25만 원입니다.

결국 아이 치료를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발달지연 아동 엄마 : 정말 최소한으로 아이에게 해줘야 되는 치료만 남기고 거의 정리를 했어요. 신용대출을 다 받았는데도 안 되니까 보험 약관 대출도 받고, 돌잔치 때 받았던 금까지 다 팔고…. 너무 아이한테 미안하고.]

<윤나라 기자>

발달지연 치료의 '골든 타임'은 통상 6살 이전입니다.

경북 구미에 사는 김지아 씨의 아들이 이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은 경우입니다.

생후 38개월까지 말을 안 해 병원에 갔다가 발달지연 진단을 받았는데,

[김지아/발달지연 아동 엄마 : 38개월까지, 그러니까 '무발화'라고 칭하는, 아무 말도 안 하는, 응 밖에 할 줄 몰랐던.]

운 좋게 지역 발달재활 치료센터에 빈자리가 생기면서, 집중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발달지연 아동 치료 1년 차(2021년) : A B C D E F G.]

[발달지연 아동 치료 4년 차(2025년) : A B C D E F G.]

4년간 치료 후, 정상 발달에 가까워진 아이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한은희/소아청소년행동발달증진학회 부회장 : 뇌가 일찍 자극을 주고 일찍 치료하면 중증장애로 갈 수 있는 아이들조차도 정상적인 아동으로까지도 사실은 키울 수가 있어요.]

발달지연 판정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는 2018년 5만 4천여 명에서 2023년 12만 1천여 명으로 5년 새 두 배 넘게 늘었습니다.

90%는 열 살 미만 아동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병원 진료 차질로 제때 진단과 치료가 안 된 게 주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조기에 충분한 치료가 필요한데, 과중한 치료비가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발달재활치료는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됩니다.

복지관 등 공공 기관 치료비가 회당 평균 3만 원대, 민간 기관은 5~13만 원 선입니다.

언어, 감각, 운동 등 분야별 치료를 따로 받고, 최소 몇 년씩 이어집니다.

[김지아/발달지연 아동 엄마 : 정부에서 아이를 낳으라고만 하지 말고 아이에 대한 지원을 좀 많이 해주셔서 발달지연인 친구들도 나중에 발달장애인이 되지 않고 충분히 살아갈 수 있게끔.]

미국은 3세 미만 발달지연 아동 치료비를 횟수와 금액에 관계없이 지원하고 호주와 일본도 조기 치료가 필요한 아동에게는 공적 보장제도 안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합니다.

[이은영/보험연구원 연구위원 : (발달지연에 대해) 조기 개입을 할 경우, 이후에 돌봄 수요를 억제할 수 있고 또 그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나아진 그런 기능으로 노동 참여를 했을 때 이게 미래에 우리의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복지부는 발달지연 치료의 경우 의료행위로 보기 어려워 건강보험을 적용할 계획은 없지만, 바우처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김흥기, 영상편집 : 윤태호·원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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