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공분을 일으킨 인천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기억하실 것입니다. 장애 아동을 포함한 아이 10명을 상습 학대한 혐의로 그 어린이집의 모든 교사가 재판에 넘겨져 충격을 줬는데 저희가 법원에 제출된 수사 기록을 입수했습니다. 책임자인 원장부터 학대 문제를 얼마나 가볍게 여겼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이현정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아이가 만지던 분무기를 거칠게 낚아챈 교사가 물을 뿌리자 아이는 팔로 얼굴을 가리고 구석으로 피합니다.
지난해 12월 28일 자폐증을 앓는 5살 아들 몸의 상처와 이상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부모가 어린이집 CCTV에서 찾은 영상입니다.
이후 학대 정황이 다수 확인되면서 교사 2명이 구속 기소되고 원장과 나머지 교사 4명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수사 기록에는 학대에 대한 원장 A 씨의 그릇된 인식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학대 사실이 처음 발각된 바로 다음 날 원장이 한 교사와 통화하는데 "아동학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사를 받게 되면 훈육 차원이었다"고 말하라고 지시합니다.
학대 사실을 문제 삼는 부모들에 대해서는 "미안한 마음이 하나도 없다. 이 엄마들이 육아 무식자들"이라거나 "엄마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 나이트클럽 가면서 좋을 나이 아니냐, 애들 키우는 스트레스를 이런데 푸는 건가"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다른 교사와의 통화에서는 억울함을 표하기도 했는데 "꿀밤 몇 번 때린 게 살인, 강도, 절도도 아닌데 여론에 휩쓸려 처벌을 중하게 받으면 억울하다"고도 했습니다.
검찰은 원장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이 같은 통화 내용을 확보하고 학대 방조 혐의를 입증할 증거로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A 원장은 "격앙된 상태에서 한 말일뿐 진심은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영상편집 : 박진훈, CG :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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