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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취약계층 노린 강제 징집…"술 취한 사람도 끌고 가"

러, 취약계층 노린 강제 징집…"술 취한 사람도 끌고 가"
▲ 러시아 군인들 (자료화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병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취약계층 남성들을 강제로 징집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미 CNN 방송이 현지시간 26일 보도했습니다.

CNN은 러시아에서 강제 징집을 경험했다는 사람들의 증언을 소개하며 "5년째에 접어든 러시아의 병력 모집 방식에 조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러시아는 2022년 대규모 동원령으로 공포에 질린 국민이 국외로 대거 탈출한 이후 주로 거액의 금전적 보상을 내세워 전쟁에 참여할 병사들을 모집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이 점차 강압과 기만으로 대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CNN은 짚었습니다.

러시아 서부 한 도시에서 국영 방산업체에 근무하던 50대 후반 남성은 지난 7월 아파트 밖에서 사복 차림의 남성 여러 명에게 붙잡혀 차량에 태워졌습니다.

이 남성은 혈관 질환과 알코올 의존 문제가 있으며 거의 걷지도 못한다고 그의 친척은 CNN에 전했습니다.

당시 이 남성을 붙잡으러 온 사람들은 서류를 내밀며 서명하게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는 입대 계약서였습니다.

그는 서명 후 일단 귀가했으나 일주일 뒤 사라졌고, 며칠 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의 훈련장에 있다고 가족에게 연락했습니다.

지난달 말 가족은 그가 전투 중 실종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인권단체를 통해 제보한 또 다른 러시아인은 형제가 지난 7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신원 불명의 남성들에게 붙잡혀 군 입대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가족은 석방을 요청했으나 군검찰은 이 남성이 자발적으로 입대했다고 결론을 내렸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이 남성 역시 전투 중 실종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군사 전문 변호사 아르툠 클리가는 올여름부터 이와 비슷한 사건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급증했다고 밝혔습니다.

대부분 채무가 있거나 건강 또는 알코올 문제를 겪는 등 취약한 처지에 놓인 남성들이 구제 대상이었습니다.

이들에 대해 클리가 변호사는 "사실상 거절할 기회조차 없고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다"며 강제 징집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거리에서 남성들을 데려가는 사람들은 신원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들이 신규 병력 모집에 도움을 주고 보상금을 챙기는 일반인일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한 제보자는 이들을 "현상금 사냥꾼"이라고 묘사했습니다.

러시아군에 징집된 한 남성의 친척은 CNN에 "모집책들은 보상금을 받기 위해 사람들을 사실상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일부 러시아 지방정부는 병력 모집에 따른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랴잔주는 지난해 8월 군 복무 계약 체결을 돕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그 금액이 계약 병사 1명당 세후 5만∼30만 루블(약 82만∼491만 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러시아 반전 단체 '새로운 대안 경로'는 이 같은 제도가 "친구를 데려오면 보상을 주는 식의 판촉 행사"라며 "술에 취한 사람이나 노숙자 등을 병무청으로 끌고 가 계약서에 강제로 서명하게 하면 돈을 받는 구조"라고 비판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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