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전쟁 장기화로 불안해진 매크로 환경에 인공지능 속도 조절론까지 더해지면서 코스피 지수가 6,00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글로벌 인공지능 4대 기업의 수장들이 인공지능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간 인공지능 개발을 놓고 경쟁해온 엔트로픽, 오픈AI, 스페이스X, 구글 딥마인드의 수장들이 한목소리를 낸 데 대해 시장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는 인공지능 발전 속도가 가팔라지기 시작했다면서 업계가 이 기술에 위험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주장에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를 비롯해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가 동조했습니다.
앞서 지난 7월 오픈AI의 인공지능 에이전트 무리가 테스트 환경에서 벗어나 허깅페이스를 해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최근에는 한 앤트로픽 연구원이 인공지능이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사직한 상태에서 인공지능 수장의 발언이 나오면서 반도체 수요도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관련 종목의 비중이 큰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주면서 오늘(14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3.26% 하락한 6,684.37로 정규장을 마쳤습니다.
이달 들어 오픈AI의 새 인공지능 모델 아스트라 공개로 범용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전망과 반도체 수요 증가 기대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오르며 코스피도 우상향하며 잠시 7,000선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수는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의 장기화와 종전 불확실성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한 영향에 다시 6,000대로 내려앉았습니다.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으면서 물가 상승 우려가 커졌고, 주요국의 국채 금리가 임계점에 다다르는 등 매크로 환경이 불안해졌습니다.
실제로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8월 생산자물가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가 높은 수준을 보여 이번 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매크로 환경이 비우호적인 상황에서 인공지능 속도 조절론이 더해지면서 코스피는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오늘 오후 기준 브렌트유는 106.88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는 102.27달러에 각각 거래되고 있습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966%입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대했던 호르무즈 통항 회의가 연기됐고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송유관 가동 중단으로 인해 브렌트유가 108달러를 다시 돌파한 데 이어 아모데이, 올트먼, 머스크의 인공지능 개발 속도 조절 발언으로 반도체 투자 심리가 급랭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증권가는 인공지능 수장들의 의견은 인공지능 산업의 중단보다는 프런티어 모델의 능력 향상을 안전 검증의 속도에 맞추자는 주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속도 조절로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의 주가가 흔들릴 수는 있지만 아직 하드웨어 주문과 매출의 변곡점을 만들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의 위험이 투자 필요성을 강화하는 요인인 동시에 투자 집행의 속도를 제한할 수 있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경계할 것은 인공지능 성장의 종료보다 시장이 기대한 성장의 실현 시점이 늦어질 가능성이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개발 속도 조절이 인프라 투자 축소를 의미하지는 않으며 선제적인 안전 조치가 규제 압박을 낮출 가능성도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면 비중 축소보다는 밸류에이션 조정과 종목 차별화가 기본 방안이라며 고대역폭 메모리, 서버 D램, 장기 계약, 순현금이 강한 기업의 방어력이 높은 반면, 범용 메모리 비중이 높거나 레버리지와 증설 의존도가 큰 장비 및 부품사는 금리와 경기 둔화에 더 민감하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메모리 경쟁력이 강점인 동시에 인공지능 기대 변화에 대한 주가 민감도가 높고, 삼성전자도 사업 다변화만으로는 방어력을 단정할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이 중국과 인공지능 패권을 두고 경쟁 중인 만큼 인공지능 수장들의 주장이 어느 정도 현실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습니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안에서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만큼 해당 논의가 얼마나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중국과의 경쟁 구도가 규제 강도를 제어해줄 수 있다며 인공지능 최고경영자들의 개발 속도 조절 발언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의 경쟁을 이유로 최소 규제 정책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오는 24일에 예정된 미중 정상 회담에서 인공지능 규제에 대한 합의 여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규제를 준수하는 동안 중국의 인공지능 모델 개발 속도가 높아질 위험을 낮추기 위해 대중국 첨단 반도체 및 장비 판매 금지 등을 통해 향후 3년에서 5년 동안 미국의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아모데이 최고경영자는 주장했다며 안보 관점에서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미국 정부에 설득력 있는 제안이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고준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앤트로픽, 오픈AI, 구글, xAI 등 인공지능 선도 기업의 인공지능 속도 조절론이 대두하고 모델 성능 향상 속도에 걸맞은 안전성에 대한 미국 의회의 초당적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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