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미국·이란의 종전 양해각서가 이행되던 지난 7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민간 선박을 공격한 이란 군부에 크게 분노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습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이란 관리 5명과 혁명수비대원 2명은 이 신문에 이란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선을 포함해 상선 3척을 공격했다는 소식을 들은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아흐마드 바히디 이슬람혁명수비대 총사령관에게 전화했습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고성을 지르며 무모한 행동이었다고 질타하고 경위를 요구했다고 합니다.
이에 바히디 총사령관은 자신이 상선 공격을 승인한 적도, 미리 알지도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란 관리들은 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최고국가안보회의(SNSC)도 공격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장에서 군사작전을 판단·수행하는 군조직이 이란 지도부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상선 공격 이튿날인 7월 8일 미국은 이란에 대한 공격을 재개해 종전 양해각서가 사실상 폐기됐습니다.
이란 관리들은 이후 이란 지도부에서 '역사상 가장 격렬한' 정치적 충돌이 벌어졌다고 전했습니다.
지도부 사이에 고성이 오갔고 장성급 2명이 사임하겠다고 압박했으며 SNSC가 개편돼 혁명수비대 최장수 총사령관 출신 모흐센 레자이가 사무총장으로 임명됐습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문제의 상선 공격을 결심한 주체를 추궁했는데, 현장 지휘관들이 지도부의 승인을 기다리지 않고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위반하는 모든 선박을 공격하라는 지침에 따라 독단으로 행동했다는 답을 들었다고 관련 소식통들이 말했습니다.
이란 정부는 당시 외부엔 이들 상선이 불법 항로를 운항한 탓이라고 주장했으나 미국과 중동 국가들에 '독단적 행동'에 대해 해명했다고 미국 관리들이 NYT에 전했습니다.
NYT는 "이란 지도부 대부분은 극단적 강경파 파벌이 독단적으로 행동에 나섰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며 "강경파의 비밀스러운 공작은 미국과의 적대 행위를 끝내고 파탄 난 경제를 회복하려던 이란 실용주의 온건파의 노력을 무산시켰다"고 해설했습니다.
이어 "(실용주의 온건파와 극단적 강경파의) 분열은 지속되고 있고 강경파는 더욱 입지가 견고해졌다"고 덧붙였습니다.
NYT에 따르면 이란 관리 3명은 7월 상선 공격의 배후로 미국과 협상을 반대하면서 아야톨라 하메네이를 꾸준히 설득한 호세인 타에브를 지목했습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20년 이상 혁명수비대의 정보국장을 지낸 그를 지난달 바시즈민병대 총사령관으로 임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분열과 극단적 강경파의 득세는 신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3월 취임한 뒤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가 보안을 이유로 7월 초 부친의 장례식에도 불참하고, 6개월째 실제 모습은 물론 육성조차 공개하지 않자 생사조차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이란 성직자 알리레자 피루즈만드는 7월 말 국영방송에서 "보안상 필요하겠지만 이게 얼마나 지속돼야 하나"라며 "우리가 지도자를 볼 수 없다면 영구적 취약점과 쇠퇴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몇 안 되는 그의 서면 성명은 오히려 실용파가 공격받는 근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6월 종전 양해각서 서명 뒤 "대통령과 SNSC가 승인했기 때문에 (양해각서에) 동의했으나 '원칙적으로' 다른 의견이다"라고 비판했습니다.
NYT는 미국과 군사 충돌 수위가 고조된 지난 몇 주간 이란 지도부와 군부가 협상 복귀와 군사 공격 강화로 국제 유가를 높이는 방안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고 이란 관리들을 인용해 전했습니다.
혁명수비대 항공우주군 마지드 무사비 사령관 등 군부 강경파는 군사 대립 강화를 밀어붙이면서 예멘 반군,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등 '저항의 축'을 활용한 역내 에너지 인프라 공격 강화 등 상세한 전쟁 계획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페제시키안 대통령, 협상단장이었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의장은 이 전쟁 계획이 미국의 공습과 치명적 경제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NYT는 보도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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