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가족간첩단 사건'에 휘말려 억울하게 사형을 당하고 옥살이를 한 당사자들에게 법원이 34년만에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 김태업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형을 당한 고 최을호씨와 징역 9년을 복역한 고 최낙전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김제 가족간첩단 사건은 1982년 전북 김제에서 농사를 짓던 최을호씨가 북한에 나포됐다 돌아온 뒤 조카인 최낙전·최낙교씨를 간첩으로 포섭해 간첩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이들은 경찰의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가 40여 일 동안 고문을 당하고 서울지검 공안부에 넘겨져 수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최낙교씨는 검찰 조사를 받던 도중 구치소에서 숨져 공소기각 처분됐습니다.
1심 선고는 1983년 3월 이뤄졌습니다.
재판부는 최을호씨에게 사형, 최낙전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고 항소와 상고는 차례로 기각됐습니다.
이후 최을호씨는 서대문구치소에서 복역하다 1985년 10월 사형당했습니다.
최낙전씨는 9년을 복역하고 나와 보안관찰에 시달리다 석방된 지 4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오늘 법정에는 최을호씨의 아들과 최낙전씨의 아들이 고인이 된 피고인을 대신해 법정에 섰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수사과정에서 고문과 가혹 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고문에 의해 작성된 경찰 진술조서와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는 최씨 등이 간첩활동을 했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국가가 범한 과오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