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 중학생 니콜 러벨이 실종된 것은 지난달 27일, 미국 버지니아주 블랙스버그 에 있는 집 근처에서였습니다. 그리고 사흘 뒤, 그녀의 시신은 집에서 300킬로미터나 떨어진 노스 캐롤라이나 주에서 발견됐습니다. 흉기에 찔려 살해된 채 울창한 숲 속에 버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시신이 발견되기 하루 전, 버지니아 공대의 두 학생이 납치와 살해 용의자로 체포됐습니다. 버지니아 공대 1학년생인 18살 데이비드 아이젠하워와 동급생 19살 나탈리 키퍼스였습니다. 아이젠하워에게 납치와 살해 혐의, 키퍼스에게는 시신 유기와 살해 방조혐의가 적용됐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을 기소한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습니다. “제가 살해된 니콜과 이 사회에 대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책임감은 법정에서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이 사건이 온전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겁니다. 니콜을 위해 그동안 경찰관들이 수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 수사를 위험해 빠뜨리지 않게 할 겁니다. 그래서 저는 법정이 아닌 곳에서 그 어떤 진실이나 실마리도 말할 수 없습니다.” 기자회견에 임한 검사의 설명입니다.
현재로서는 두 대학생들이 어떻게 그녀를 유괴했고 왜 살해했는지를 알 수 없습니다만 CNN이 확보한 체포 영장을 보면, 그들은 지난달 4일부터 27일까지 이 사건에 연루돼 있다고 적시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상당히 계획적으로 니콜을 납치해 살해했다는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경찰도 “살해된 니콜과 살해 용의자 아이젠하워는 서로 알고 있던 사이였으며, 이런 관계를 이용해 그가 그녀를 쉽게 납치하고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시신이 발견되기 전에 아이젠하워를 체포했지만, 그는 살해혐의를 철저히 부인하며 시신의 위치를 밝히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런데, 경찰은 어떻게 집에서 3백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버려진 니콜의 시신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일까요?
경찰은 니콜이 실종된 이후 소셜 미디어를 통해 3백건 이상의 제보를 받았는데, 이 가운데 이 사건과 밀접하게 연관된 정보들을 추려 조합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 ‘KiK’ 즉 익명을 전제로 SNS에 글을 올리는 앱이 크게 작용했고 FBI가 이를 활용해 수사했던 것으로 CNN은 보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앱이 어떻게 수사에 도움이 됐고 시신을 찾아내는데 기여했는지에 대해서조차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숨진 니콜이 살았던 아파트 1층 화단에는 자전거와 플라스틱 의자, 그리고 작은 분홍색 꽃다발들이 무심하게 놓여 있습니다. 니콜의 어머니 태미 윅스의 손에는 평소 니콜이 가지고 놀던 팬다 인형이 들려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설명에 따르면 니콜은 어렸을 때 죽을 고비를 세 차례나 넘겼다고 합니다. 갓난아기 때 간에 희귀 종양이 있었는데 다행히 치료됐고, 그 이후에 림프종 이상으로 또 한번 죽을 뻔했습니다. 이 고비도 극적으로 넘긴 니콜은 또 항생제도 전혀 들지 않았던 포도상구균 감염에 따른 호흡기 질환으로 의사로부터 거의 사망 판정을 받았었다는 겁니다. 이렇게 세 번이나 기적같이 죽을 고비를 넘겼건만 엉뚱하게도 두 대학생의 무자비한 흉기에 숨을 거두고 만 겁니다.
도대체 이렇게 순진무구한 13살 소녀를 그 두 대학생은 왜 납치하고 살해했던 것일까요? 법정에서 그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검찰이 기소한대로 혐의가 인정되면 아이젠하워는 1급 살인죄로 종범인 키퍼스는 살해 방조죄로 최소 20년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검찰은 밝히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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