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정말 운명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앞서 언급한 그런 흥미거리 소재로나 다뤄질 내용이 아닌 아주 슬픈 운명 같은 상황이 말입니다. 미국 LA Times는 이 기사를 무려 40편 가까이 쓰고 있고, 이곳 LA 미국인들의 호기심을 계속 채워주고 있습니다. 특히, 운명적인 상황에 초점을 맞추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미국 LA의 8개 고등학교에 다니는 저소득층 자녀들이 ‘빈곤층 지원 프로그램’ (20년 된 Preview Program이라는 프로그램)에 힘입어 훔볼트 주립대학에 입학할 자격을 갖게 됩니다. 대부분 가정형편이 어려워 집안에서 거의 유일하게 대학에 진학하게 된 행운을 얻게 된 학생들이었습니다. 훔볼트 대학은 이들에게 자기 대학에 견학할 기회를 주고 비용도 지원하게 되고 학생들은 버스 세 대에 나눠 타고 캘리포니아 북쪽 훔볼트 주립대로 향하게 됩니다. 견학을 하면서 이들 학생들은 앞으로 대학 생활에 대한 꿈, 그리고 자신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면서 즐거워했을 겁니다.
견학을 마친 학생들은 다시 버스 세 대에 나눠 타고서는 집으로 향합니다. 그 가운데 한 버스가 올랜도 부근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맞은 편에서 난데 없이 FedEx 트럭이 중앙선을 넘어 돌진해 옵니다.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두 차량은 충돌했습니다. 화염이 솟구치고 금새 버스 안은 연기로 가득 찼습니다. 학생들은 비명을 지르며 살 길을 찾았습니다. 창문을 깨고 뛰어 나갔습니다. 하지만 운명은 여기서 갈렸습니다. 버스에는 학생들과 인솔자 48명이 타고 있었는데, 학생 다섯 명과 인솔자 3명이 숨졌습니다. 버스 기사도 숨졌습니다. 주로 버스 앞에 타고 있던 학생들이 참변을 당했습니다. 버스에 타고 있던 학생들은 서로를 몰랐습니다. 저소득층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었습니다. 사고 버스에는 성이 A 부터 L까지인 학생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L부터 Z로 시작되는 성을 가진 학생들은 다른 버스 2 대에 타고 가고 있었습니다.
미국 고속도로의 중앙선은 한국처럼 벽으로 가로막히지 않고 가운데 폭이 대략 10에서 20미터쯤 되는 median이라는 풀밭이 있습니다. 그래서 중앙선을 넘는다고 해서 곧바로 맞은편 차와 부딪히지는 않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시각이 미국 시간으로 10일 오후 5시 반쯤입니다. (신고 시각은 5시 40분) 그 시각이라면 캘리포니아 고속도로에는 제법 차가 많았을 겁니다. 그런데, 사고를 낸 트럭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중앙선을 넘고 10여 미터에 걸친 풀밭을 가로질러 그 많은 차 가운데 A~L까지의 성을 가진, 그리고 장학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처음 대학에 가게 된 저소득층 학생들을 태운 버스와 정면 충돌했던 겁니다. 게다가 이 버스에서 변을 당한 3명의 인솔자 가운데 두 사람의 스토리가 하나 더 더해집니다. 마이클 마이베트 (남, 29살)과 메티슨 헤이우드(여)는 대학 동창생으로 만나 최근 약혼한 사이였습니다. 마이클이 지난해 크리스마트 때 파리 루브르에서 청혼을 했고 최근에 함께 신방을 꾸몄는데, 이번 견학에 인솔자로 나섰다가 사고로 둘 다 숨졌습니다. 참으로 기막힌 사연들이 이 사고 하나에 들어있던 겁니다. LA Times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이 이 사고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기사를 쓰고 있는 이유 가운데 가장 큰 이유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럼 도대체 트럭은 왜 중앙선을 넘어 사고를 냈을까요? 트럭이 왜 사고를 냈는지 그 또한 현재로선 미스터리입니다. 트럭 운전사도 충돌 사고 때 숨졌으니까요. 최초 목격자들은 트럭이 중앙 분리대를 넘기 전에 트럭 바닥에서 불꽃이 났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트럭에 기계적인 결함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추정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NTSB (미국 교통안전 위원회)는 이런 사실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트럭에서 불이 났다면 중앙분리대 풀밭을 넘으면서 뭔가 불탄 자국을 남겼을 텐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는 겁니다. 오히려 트럭 운전사의 사고 전 72시간의 행적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즉, 기계적 결함보다는 운전사의 과실이나 졸음 운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모습입니다.
버스는 맞은 편에서 돌진해 오는 트럭을 피하기 위해 급제동을 했다는 사실도 새로 드러났습니다. NTSB의 사고담당 책임자인 로즈카인드는 “ 그 버스는 분명히 브레이크를 밟았고 또 피하려고 핸들도 꺾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 증거로 버스가 남긴 스키드 마크 (도로에 난 바퀴자국)이 145피트, 약 45미터나 나 있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다르게 생각해 보면 만일 버스가 급제동을 하지 않고 더 빠른 속도로 달렸다면 사고를 피할 수도 있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 또한 운명이었을까요? 반면에 사고를 낸 트럭은 아무런 스키드 마크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이 없었다는 겁니다. 트럭이 한번쯤 브레이크를 밟았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사고의 원인은 머지 않아 밝혀질 겁니다. 하지만, 가족 가운데 처음 대학에 진학하고, 또 그럼으로써 대대로 이어온 가난을 떨쳐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 다섯 고교생의 부품 꿈, 그리고 연인과 함께 신혼의 단꿈을 누렸던 29살 신혼 부부의 행복한 미래 계획은 연기와 함께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이 운명적인 사고가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더 슬프고 안타깝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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