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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환상에서 벗어나라!

전자발찌제가 불안한 이유는...

중년의 변태 김씨 아저씨가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칩시다.

이 사람은 경찰, 검찰 조사를 받고 법원에 넘겨져 재판을 받겠지요. 형을 선고 받으면서 전자발찌 부착명령도 함께 받습니다. 그래서 교도소에서 10년을 살고 나와 발찌를 10년동안 찹니다.

이제 이 사람은 아주 갑갑한 생활을 하게 되겠지요. 가고싶은 곳에도 잘 못가고, 하고싶은 일도 자유롭게 못하면서, 삼엄한 감시 속에서 하루하루 후회하면서 답답하게.. 일반적으로 대충 생각하기엔 뭐 그렇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 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이건 마치 <백설공주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는 것과 비슷하단 얘기지요.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난 동화 속 백설공주는 오래도록 행복하게만 사는 지 모르겠습니다만, 승용차 타고 나타난 직장인을 만난 현실 속 여인네들의 삶은 어디 그렇던가요?

O 금지구역도 안 정해놓고...

전자발찌제의 가장 큰 목적은 범죄 예방입니다.

범행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지역으로부터 범죄자들을 격리시켜 범죄 발생을 막겠다는 것이지요.

앞서 말씀드렸듯 지금까지는 심리적인 압박감으로 그 목적을 상당부분 달성했고요.

하지만 여야의 다짐대로 앞으로 전자발찌 착용이 대폭 늘어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전자발찌제를 운영하면서 가장 먼제 해야 할 일은 착용자가 <가지 말아야 할 지역>을 지정하는 것 입니다.

미성년자를 성폭행 한 전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미성년자들이 모이는 유치원, 학교 근처에 가지 못하도록 해야하고, 아파트 엘리베이터와 계단에서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저지르는 변태에게는 범행장소와 비슷한 환경인 아파트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범죄를 예방할 수 있으니까요.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현재 전자발찌를 차고 있는 117명 중에서 이런 <가지 말아야 할 곳>이 지정된 사람들은 42명에 불과합니다.

대부분 특별 준수규정 없이 일반적인 보호관찰 규정만 따르도록 되어 있거나 심지어 2명은 아무런 제재 규정이 없습니다.

그냥 발찌만 차고 있다는 거죠.

그렇다면..  일반적인 보호관찰 규정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죠?

혹시 그 규정에 이런저런 내용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법령을 한 번 살펴보시죠.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제 32조 2항]

보호관찰 대상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지켜야 한다.

1. 주거지에 상주(常住)하고 생업에 종사할 것

2. 범죄로 이어지기 쉬운 나쁜 습관을 버리고 선행(善行)을 하며, 범죄를 저지를 염려가 있는 사람들과 교제하거나 어울리지 말 것

3. 보호관찰관의 지도ㆍ감독에 따르고 방문하면 응대할 것

4. 주거를 이전(移轉)하거나 1개월 이상 국내외 여행을 할 때에는 미리 보호관찰관에게 신고할 것

그러니까 117명 중 70여명은 이 규정을 근거로 모니터링이 되고 있는 건데요, 내용을 가만 들여다보면.. 딱히 접근하지 말아야 할 곳이 없죠? 주거지 떠나는 것 말고는요.

뭐 발찌 찬 사람들끼리 만나는 경우는 문제가 될 수도 있겠네요.

지금은 이런 사람이 70명밖에 안되니 문제가 덜하지만, 그냥 발찌만 차고 다니는 사람이 수백명인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이 때부터는 범죄 예방 효과보다는, 범행 후 동선 파악에만 효과적일 수도 있습니다.

O 근무자 3명이서 전국 상황 감시...

현재 전자발찌 착용자들의 위치추적은 서울보호관찰소 내 설치된 위치추적 중앙관제센터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전국의 전자발찌 위치를 살펴보고 있고요, 실시간 확인을 하고 있는 곳은 이 곳 뿐입니다.

만약 전자발찌 착용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관할 보호관찰소 담당자에게 연락을 하지요.

전국에는 보호관찰소가 54개 있는데, 각 관찰소 별로 전자발찌 담당자가 1명씩 있습니다. 그러니까 전국에 54명이 있고, 중앙에 9명이 있는 셈입니다. 센터에 들어가 보니 직원 3명이 일을 하고 있더군요.

허가 받은 직원 말고는 실시간 상황을 보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취재진들에게 공개된 화면은 실제상황은 아니고, 그냥 가상 상황을 나타낸 지도입니다.

전자발찌를 차고 가지 말아야 할 곳에 부근에 가면 위에 보시는 것처첨 화면에 노란색으로 경고 표시가 됩니다. 금지구역에 들어가면 빨간색이 되면서 통보가 되고요.

그럼 각 지역으로 연락을 하죠.

이런 상황은 하루에 몇 건 정도나 발생할까요? 어림잡아 20건 정도가 생긴다고 하는데.. 대부분은 기계적인 오류이고 '의미 있는' 상황은 대략 5건 정도라고 하더군요.

이걸 도맡아 관리하는 사람은 모두 9명이고요. 이 사람들은 12시간씩 3교대로 돌아가면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저도 한 달에 두 세번 밤을 꼴딱 새는 근무를 합니다만(아침뉴스는 그렇게 만들어진답니다)

그거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물론 경찰 분들이나 소방 공무원, 응급 요원분들만 하겠습니까만.. 발찌를 차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이를 관리하는 사람들도 많아야 겠습니다만, 올해 예산은 오히려 1억 2천만 원이 깎였습니다.

지하철 역에 들어가면 실시간 위치가 정확치 않은 경우도 심심찮다는데 장비와 운영비, 운영인력은 늘리는 것은 고사하고 지금 것만도 벅차 보이더군요. 상황이 이런데도 의원들은 전자발찌 착용을 늘리자고 카메라 앞에서 호들갑만 떨어댑니다.

소급적용이 위헌인지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일단 사람들 앞에서 <표시나고>, <뽀대나는> 일에만 우르르 몰리는 모양새를 보고 있자니..  기분이 어째 씁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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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는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합니다. 가해자에 대한 엄한 처벌도 결국엔 범죄를 막기 위함입니다. 국민들의 세금을 들여 범죄자의 발목에 최첨단 발찌를 채우고, 매달 꼬박꼬박 통신비를 들여 감시를 해야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덜렁 발찌만 채워놓고 나 몰라라 해서는 곤란합니다. 엉성한 계획과, 허술한 관리 속에 발찌 찬 사람들의 숫자만 늘리다가는 버젓이 발찌를 차고 다니며 성폭력을 일삼는 변태들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카메라 앞에서 폼 잡고 계신 의원들 중 한 분이라도 이런 사정을 조근조근 살펴서 법안을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현실 속 백설공주들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좀 살 수 있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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