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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아기 옷 싸게 팔겠다" 유인 후…임신부에 '끔찍 범죄'

[월드리포트] "아기 옷 싸게 팔겠다" 유인 후…임신부에 '끔찍 범죄'

지난주 수요일, 미국 콜로라도 주의 롱몬트 911에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한 여성이 숨이 넘어갈 듯한 목소리로 살려달라고 애원했습니다.
 
여성 : 그녀가 절 찔렀어요.
911 : 누가 찔렀죠?
여성 : (가쁜 숨소리) 모르겠어요. 전 지금 지하실에 있어요. (가쁜 숨소리)
911 : 잠깐만요. 당신을 무엇으로 찔렀나요?
여성 : 칼이에요. 전 임신부예요. (가쁜 숨소리) 그녀가 제 배를 갈랐어요.

 
신고를 받는 동안 911은 전화가 걸려온 집으로 구급대원과 경찰을 보냈습니다. 이들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신고가 들어온 지 6분 뒤였습니다. 26살 미셸 윌킨스가 쓰러져 있었고 이미 쇼크 상태에 빠져 있었습니다. 바닥에는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었습니다. 구급대원들은 수건으로 배를 눌러 지혈하면서 윌킨스에게 외쳤습니다. “이봐요. 정신차려요! 정신을 잃으면 안돼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시간을 몇 시간만 뒤로 되돌려보겠습니다.
 
박병일 취파_640
 
임신 7개월의 윌킨스는 집에서 컴퓨터로 크레이그 리스트 (중고물품을 직거래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보고 있었습니다. 아기 옷을 싸게 팔겠다는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걸었고, 이날 오후에 만나기로 약속을 정했습니다. 이제 두 달 뒤면 태어날 아기에게 입힐 옷을 싸게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 좋게 그 집을 찾아갔습니다.
 
윌킨스를 따뜻하게 맞은 사람은 34살의 디넬 레인이었습니다. 레인이 옷을 가져오겠다며 잠시 다른 방으로 간 사이 윌킨스는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레인이 가져온 것은 아기 옷이 아니라 흉기였습니다. 윌킨스가 대응할 틈도 없이 레인은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윌킨스는 순간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그 사이 레인은 윌킨스의 만삭의 배를 가르고 태아를 꺼냈습니다. 그리고는 그대로 태아를 데리고 인근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태아를 안고 병원에 도착한 레인은 자신이 아기를 유산했다며 아기를 봐달라며 의사에게 맡겼습니다. 하지만 태아는 이미 숨진 뒤였습니다. 레인이 태아를 안고 병원으로 간 사이 레인의 집 바닥에 쓰러져 있던 윌킨스는 정신을 차렸고 911에 신고했던 겁니다. 병원에 실려간 윌킨스는 다행히 목숨을 구했습니다. 그리고 경찰은 레인을 체포했습니다.
 
박병일 취파_640
 
그렇다면, 레인은 왜 그런 짓을 저질렀을까요? 레인을 수사한 검찰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채 이렇게 말합니다. “범행 동기는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대로입니다.” 알쏭달쏭한 대답인데, 이 사건이 미국 언론에 연일 보도되면서 범행 동기를 짐작할만한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레인은 남편도 있고 두 딸도 있습니다. 그리고 레인에게는 아들도 한 명 있었는데 13년 전인 2002년, 당시 두 살이었던 아들은 물에 빠져 익사했습니다. 그 이후에 레인은 잃은 아들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렸고, 아들을 갖기를 원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12월에는 두 딸에게 자신이 임신했다면서 초음파 사진도 보여줬다고 합니다. 그리고 레인은 과거 콜로라도 주에서 간호사로 일했던 경력도 있었습니다.
 
박병일 취파_640
 
어쨌건 경찰에 체포된 레인은 일단 2백만 달러, 우리 돈 22억원의 보석금 처분을 받았고 1급 살인죄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건 수사를 맡은 검사는 레인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윌킨스를 흉기로 찔렀으니 살인 미수 혐의는 당연히 적용될 테고, 태아를 꺼내 숨지게 했으니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될 테지만 콜로라도 법을 보면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가 봅니다.
 
“이렇게 7개월이나 된 아기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느냐 아니냐 하는 것은 늘 어려운 문제입니다. 콜로라도 법에는 태아가 엄마의 자궁에서 나온 다음에 다만 몇 분이라도 아기로 생존한 상태에서 숨지게 했다면 살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태아인 상태에서는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습니다.” 검찰 측 설명입니다. 피의자인 레인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도 비슷한 주장을 합니다. “이 사건의 경우 태아를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이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입니다.”
 
윌킨스의 가족들은 말합니다. “우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실감에 빠져 있습니다. 우리 사법 체계가 어떠하건 간에 정의는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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