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 아들은 그 총을 이리저리 살피면서 만지작거렸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큰 소리와 함께 총알이 한발 발사됐습니다. 총알은 그대로 날아가 아빠의 엉덩이를 관통하고는 엄마의 팔을 뚫고 지나갔습니다. 놀란 아빠는 절뚝거리며 뛰어와 아들에게서 총을 빼앗은 뒤 총알을 모두 빼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두 부모 모두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습니다. 당시 엄마는 임신 8개월 만삭인 상태였는데 배 속 아기도 무사했습니다. 또 방 안에 있던 두 살배기 여동생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3살짜리 아들이 발사한 총은 호텔에 투숙하던 날 오후 엄마가 총기상에서 호신용으로 산 것이었습니다.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나라이니 엄마가 총을 산 것은 죄가 될 수 없지만 두 부부는 병원에서 퇴원하자마자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그 아빠는 부인이 총을 산 것도 알고 있었고 부인의 가방 안에 들어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총이 든 가방을 아들 손에 닿는 곳에 놓은 것이 문제입니다."
앨버커키 경찰의 설명입니다. "총기를 소지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지만 모든 사람의 안전을 위해 총기를 제대로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애들 손에 닿는 곳에 총기를 놨는데 자칫했으면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칠 뻔 했어요."
결과론적인 얘기입니다만, 제대로 총기 관리를 하지 않은 법적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말, 노스 아이다호에서는 월마트에서 두 살배기 아들을 카트에 태운 채 장을 보던 29살 엄마가 아들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아들이 앉아있던 카트 옆에 가방을 놔 눴는데 그 가방 안에 호신용으로 넣고 다니던 권총을 꺼내서 장난하다가 엄마에게 발사해 숨지게 한 것입니다.
여하튼, 세 살짜리 아들에게 총을 맞은 아빠는 앞으로 총기를 소지할 수 있는 자격마저 박탈될 처지에 몰렸습니다. 게다가 부모가 재판을 받는 동안 어린 두 아들과 딸은 임시 아동 보호소에 맡겨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번 주 금요일에 재판을 받게 될 부모는 각각 1천7백만 원씩의 보석금을 내야만 풀려나게 됩니다. 아들에게 총 맞고 쇠고랑까지 차게 된 두 부모는 그나마 숨지거나 크게 다친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 허술한 총기 관리에 대한 뼈저린 교훈을 얻게 됐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