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주운전 단속
음주 측정 전에 운전자에게 입을 헹굴 물을 제공하지 않았다면 측정 결과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최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A 씨는 2023년 12월 세종시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화물차를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경찰은 도로 한가운데 시동이 켜진 차량의 운전석에서 사람이 잠들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A 씨를 상대로 음주 측정을 했습니다.
당시 측정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1%였는데, 경찰은 측정 과정에서 A 씨에게 입을 헹굴 물을 제공하지 않았고, 이후 석방될 때까지 1시간여 동안 물을 제공하거나 재측정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A 씨가 2019년에도 음주 운전으로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확정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을 들어 음주 운전 재범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이에 A 씨는 경찰이 입을 헹굴 물을 제공하지 않아 혈중알코올농도가 실제보다 높게 측정됐다며 측정 결과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은 입 헹굼 물 제공이 경찰청 내부 지침에 따른 절차일 뿐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음주 측정이 위법해지는 건 아니라며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음주를 마친 뒤 20분 이상 지나 측정이 이뤄진 만큼, 입을 물로 헹구는 조치가 필요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습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하며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2심은 "피고인이 갑자기 일어나 측정기를 물고 불어 음용수를 제공하지 못한 것으로, 그 책임은 피고인에게 있다"며 음주 측정 결과도 대체로 정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A 씨의 음주 측정 결과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며 원심을 뒤집었습니다.
대법은 이 사건 음주 측정이 이뤄지기 전인 2023년 7월 입 헹굼 물 제공 절차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명시돼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됐다고 봤습니다.
이에 따라 해당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음주 측정 결과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배제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음주 측정 결과를 예외적으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은 "음주 종료 시부터 20분이 지나면 구강 내 잔류 알코올의 영향이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는 트림이나 딸꾹질 등의 영향이 배제된 실험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실제 음주 운전 단속 현장에서는 잔류 알코올로 인한 혈중알코올농도가 실제보다 높게 측정될 위험이 사라진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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