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단독] '장윤기 살인' 전 청와대 보고엔…콜백도 늦었다 (풀영상)

<앵커>

장윤기 사건이 발생하기 한 달 전, 경찰 수뇌부가 청와대에 보고했던 문건을 저희가 확보했습니다. 스토킹 범죄 신고가 들어오면 즉시 사건 접수를 하고, 가해자 신병 확보도 적극적으로 하겠단 내용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장윤기 사건이 터졌을 때 이 문건 내용은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실책을 숨기려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사건 축소를 지시한 것이 아닌지 검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김덕현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김덕현 기자>

지난 3월 14일, 남양주 스토킹 살해범 김훈은 과거 교제했던 20대 여성을 살해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 안이한 대응 때문에 끔찍한 범죄를 막지 못한 게 아닌가…. 빈틈없는 제도 보완도 서둘러 주시기 바랍니다.]

2주 뒤인 3월 27일 청와대에서 관련 대책 회의가 열렸는데, 당시 경찰청이 청와대에 보고했던 문건을 SBS가 국회의원실을 통해 입수했습니다.

경찰은 스토킹을 비롯한 관계성 범죄 피해자가 신고했는데도 자체 종결하고 사건 접수를 하지 않은 사례들을 문제로 짚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경찰서 관할을 불문하고 관련 신고가 들어오면 즉시 사건 접수를 하겠다고 보고했고, 고위험군에 대해선 신병 확보를 위한 기초 수사를 하는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청이 청와대에 보고한 이 내용은 한 달여 뒤 벌어진 장윤기의 스토킹 범죄 대응 과정에서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5월 3일, 베트남 여성 A 씨는 자신을 성폭행했던 장윤기가 집 주변에 다시 나타나자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장윤기 범행은 청와대 보고 문건에 언급된 '고위험군'에도 해당하는 걸로 보이는데 출동 경찰관은 사건을 정식 접수하지 않고 '경고 문자 발송'만 한 채 현장 종결한 겁니다.

경고 문자만 받은 장윤기는 휴대전화를 버리고 자유롭게 주위를 배회했고, 스토킹 신고 약 28시간 뒤 고 이채원 양을 살해했습니다.

청와대 보고 문건에서 언급한 것처럼 경찰이 스토킹 신고 즉시 사건을 접수한 뒤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신병 확보에 나섰다면 장윤기의 살인을 예방할 수도 있었던 셈입니다.

최근 해당 문건을 확보한 검찰은 청와대 보고 내용대로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사실을 감추기 위해 경찰 국수본이 장윤기 사건 축소를 지시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박성주 당시 국수본부장은 SBS에 '분리 배당' 지시는 "스토킹 피해자가 더 있는지 등을 주무 부서에서 철저히 수사하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영상취재 : 윤형, 영상편집 : 신세은, 디자인 : 서현중·이가진​​​​​, 자료제공 : 박수민 의원실)

스토킹 교제폭력 대응 개선 과제(경찰청)

---

<앵커>

장윤기가 고 이채원 양을 살해하기 하루 전, 경찰이 범행을 막을 마지막 기회마저 놓친 걸로 S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스토킹 피해 신고가 들어오면 다음날 신고자에게 반드시 전화하는 '사후 콜백' 지침이란 게 있는데, 경찰은 이걸 따르지 않았던 겁니다. 검찰은 이 역시 경찰 지휘부가 사건 축소를 지시했던 이유로 보고 있습니다.

신용일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신용일 기자>

지난 2021년 10월, 스토킹처벌법 시행에 앞서 경찰청은 일선 경찰서에 '스토킹범죄 대응 강화방안'을 전파했습니다.

이 방안엔 스토킹 범죄 신고가 들어오면 바로 '다음날'에 신고자에게 반드시 전화를 걸라고 돼 있습니다.

이른바 '사후 콜백'을 통해 피해자의 현재 상태가 어떤지, 추가 피해 가능성은 없는지 점검하고 지원 대책 등도 안내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장윤기가 고 이채원 양을 살해하기 이틀 전 베트남 여성으로부터 스토킹 신고를 받은 경찰은, 사건을 즉시 접수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신고 다음 날 해야 하는 '사후 콜백'조차 하지 않은 걸로 S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문제는 피해자인 베트남 여성이 신고 다음 날인 5월 4일에 장윤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고소장을 다른 경찰서에 제출했다는 점입니다.

매뉴얼대로 신고 다음날 '사후 콜백'을 했다면 스토킹과 함께 성폭행까지 저질렀다는 사실을 파악해 장윤기의 신병 확보 시도 등이 이어지면서 추가 범행이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을 겁니다.

장윤기의 살인 범죄를 막을 마지막 기회를 놓쳤던 경찰은 고 이채원 양이 사망한 이후인 5월 5일에 피해자인 베트남 여성에게 연락한 걸로 파악됐습니다.

광산경찰서 측은 "당시 스토킹 신고가 워낙 많았다"며 "순차적으로 '사후 콜백'을 진행하다 보니 하루 늦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관련자 조사를 통해 당시 '사후 콜백' 조치가 늦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한 검찰은 이 또한 경찰 수뇌부가 장윤기 사건 축소를 지시한 이유 중 하나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상취재 : 양현철, 영상편집 : 이소영, 디자인 : 황세연)

경찰 지휘부 실루엣

---

<앵커>

법조팀 김덕현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3/27 청와대 보고 문건' 의미는?

[김덕현 기자 : 이 문건은 남양주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경찰의 부실 대처를 이재명 대통령이 강하게 질책하고 난 이후 경찰청이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입니다. 그야말로 엄중한 상황에서 진행된 보고인데, 그로부터 한 달여 뒤 '장윤기 사건'에서 보고 문건에 언급된 핵심 내용이 시행되지 않았으니 경찰 지휘부로서는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겠죠.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장윤기 사건 처리 과정에서 성범죄가 드러나지 않게 하라면서 '분리 배당'을 지시한 건 스토킹 사건 초동 대응의 실책이 공개되는 걸 우려했기 때문이 아닌지 검찰은 의심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 기회였던 '사후 콜백'…잘 지켰다면?

[김덕현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장윤기 사건의 모든 과정을 짚어보면 고 이채원 양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장윤기의 살인 범죄는 5월 5일 새벽 0시 8분에 이뤄졌습니다. 5월 3일 밤에 스토킹 피해 신고를 했던 베트남 여성이 다음 날인 4일에 다른 경찰서에 성폭행 피해 고소를 했죠. 광산경찰서 측이 고소 당일인 4일 중에 피해 여성에게 다시 전화만 했더라면 성폭행 사실을 쉽게 파악해 본격 추적에 나섰을 겁니다. 그랬다면 장윤기가 4일 밤에 평소 다니던 지역을 돌아다닌 만큼 검거하거나 적어도 살인 범죄는 막지 않았을까,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Q. 검찰 수사, '경찰 지휘부'로 향하나?

[김덕현 기자 : 검찰은 직권남용의 윗선으로 경찰 국가수사본부 지휘부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광산서 관계자들은 분리 배당 지시를 받아 이행했을 뿐, 사건 축소를 주도한 건 국수본이라는 겁니다. 특히 검찰은 국수본 관계자의 메시지 등을 통해 국수본이 분리 배당을 지시한 사실 자체는 객관적으로 확인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수본에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려면 지시에 '부당한 목적'이 있었는지 즉, '동기'에 대한 규명이 필요합니다. 검찰은 오늘(4일) 저희가 보도한 내용들을 부당한 동기를 의심할 수 있는 증거로 보고 있습니다.] 
​​​​​​
(영상편집 : 이소영, 디자인 : 서현중)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