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고양이와 야생 동물을 학대하고 괴롭히는 잔인한 영상이 SNS를 통해서 퍼진 일이 있었습니다. 경찰이 운영자를 붙잡아 재판에 넘기면서 일이 마무리된 줄 알았는데 이와 비슷한 영상이 최근 은밀하게 다시 퍼지고 있습니다.
김민준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고양이 머리에 페트병을 씌운 뒤 전기 충격을 가하고, 장난감을 이용해 숨을 못 쉬게 합니다.
최근 비공개 텔레그램 채팅방에 공유된 동물 학대 영상들입니다.
지난해 실체가 드러난 뒤 경찰 수사를 통해 해체된 줄 알았던 카카오톡 오픈채팅 '고어전문방'과 매우 유사합니다.
가까스로 이 방의 존재를 확인한 제보자들은 두 방의 참여자들이 사실상 같다고 했습니다.
[제보자 A 씨 : 방에 들어오려면 학대 영상을 올려서 방장의 승인을 받아야 해요. 이걸 '스카우트 한다'고 하는데, 참여자를 공범으로 묶어서 증거 유출을 막으려는….]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던 텔레그램방은 모두 3개 이상입니다.
참여자들은 잔인한 영상을 올릴수록 계속 스카우트를 받으며 다음 단계 방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학대 수위가 가장 높은 하드코어방이 있습니다.
[제보자 B 씨 : (하드코어방은) 닉네임을 구별할 수가 없고 영상 캡처라든가 영상 다운로드 이런 것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학대 수법은 고어전문방보다 더욱 잔혹하고 악랄해졌습니다.
[제보자 A 씨 : 다리 하나를 부러뜨리는 게 '삼륜구동'이고 '이륜구동'은 다리 2개를 부러뜨린다는 뜻이에요.]
제보자들은 최근 증거를 모아 참여자 20여 명을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경찰은 최근 학대 영상을 직접 올린 20대 남성 이 모 씨를 최근 입건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영상을 공유하고 열람하는 채팅방 참여자들에 대해서는 수사 확대 계획이 없습니다.
[조희경/동물자유연대 대표 : 텔레그램방에서 활동한 것이 증거로 어느 정도 확보가 된 걸로 알고 있는데, (채팅방 전체로) 확대수사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경찰이 그거에 대해 수사할 생각이 없다는 건 직무유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영상취재 : 최준식·김태훈, 영상편집 : 이승희, VJ : 노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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