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도 못 챙겼어요" 몸만 빠져나온 이재민들…생계 막막

<앵커>

피해가 큰 경북 울진에서는 이재민들이 나흘째 체육관 같은 임시 거처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집이 그렇게 다 타버릴 줄 몰랐다며 당장 먹어야 할 약도 못 챙겼고, 앞으로의 생계도 막막하다고 호소합니다.

TBC 서은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이재민 180여 명이 생활하고 있는 울진 국민체육센터입니다.

실내 체육관에 어른 2명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임시 텐트가 다닥다닥 설치돼 있습니다.

이재민 대부분이 갑자기 들이닥친 산불에 몸만 빠져나온 상황.

김춘매 할머니는 심장 수술로 꼭 먹어야 하는 약도 챙기지 못했다며 언제 집으로 돌아갈까 눈시울을 붉힙니다.

[김춘매/울진군 북면 금성리 : 그렇게 불이 탈 줄 몰랐어요. 알았으면 반지도 돈도 갖고 나와야 하는데 몸만 쏙 빠져나왔다니까요.]

민가 피해가 가장 컸던 소곡리에서 도망치듯 나온 장중화 할아버지.

농사철이 코앞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고 호소합니다.

[장중화/울진군 북면 소곡리 : 앞으로 3월, 4월이 되면 농사철이 되는데. 연장이 있나, 곡식 씨가 있나, 먹을 식량이 있나, 잠잘 데가 어디 있나….]

취재진이 소곡리로 가보니 불에 탄 집의 지붕이 내려앉아 형체를 알아볼 수 없고, 농사에 필요한 각종 영농 도구도 불길에 녹아내렸습니다.

보금자리는 물론 생계 도구까지 잃어버린 이재민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임시 주택이 필요하지만 주택 설치에 한 달 이상 걸립니다.

[이철우/경북도지사 : 울진에 비어 있는 원룸, 투룸, 펜션 이런 곳에 들어갈 수 있도록 조치를 하려고 합니다.]

산불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이재민들이 돌아갈 곳이 없습니다.

이들이 빨리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신속한 복구 계획 마련도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김경욱 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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