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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쉽] 중국발 요소수 나비효과...어디까지 가는거야?

[뉴스쉽] 중국발 요소수 나비효과...어디까지 가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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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뭔데?] '요소수'가 뭐야

중국발 요소수 나비효과로 한국 경제 전반이 휘청이고 있다. 요소수는 이름 그대로 '요소'와 '물'이 합쳐진 단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요소 비료의 원료인 요소(Urea)와 순수한 물(water)을 약 32.5%와 67.5% 비율로 혼합한 투명한 액체다. 주로 디젤 차량이 뿜는 매연가스를 깨끗하게 하는 데 쓰인다. '애드블루'라는 상표명으로 알려져 있다. 차량 구동 자체에 관여하지는 않지만, 요소수가 떨어지면 기름이 떨어진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요소수를 넣기 전까지는 시동을 다시 걸 수 없거나, 시동이 꺼지기도 한다. 디젤 차량 운전자에게는 연료와 다름없다.
주유소에서 주유기처럼 보이는 작은 노즐이 있다. 가솔린이나 디젤 대신 '요소수'라고 쓰여있는 노즐이다. 이게 바로 '요소수'다.
디젤 차량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한다. 질소산화물은 기관지염, 폐렴 등 각종 호흡기질환을 일으키며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초미세먼지의 주요 원인 물질이다.

유럽에서는 대기 환경보호를 위해 1992년부터 디젤 차량의 배기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기준을 도입했다. '유로1'을 시작으로 2014년부터는 '유로6'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4년부터 이에 따라 규제가 시작됐다. 배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디젤 차량은 판매가 금지됐다. 특히 '유로6'는 '디젤 차량의 종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준이 엄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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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들은 질소산화물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배기가스 후처리 장치를 개발했다. 그 중 하나가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이다. 그대로 해석하면 '선택적 환원 촉매 설비'라는 뜻이다. 질소산화물이 섞인 배기가스에 요소수를 넣어 질소와 물로 환원하는 기술인데, 질소산화물을 분해하는 가장 효과적인 기술로 알려져 있다. 대형 트럭에는 일찌감치 SCR 기술이 도입됐고, 유로6로 배출 기준이 강화되면서 대부분의 디젤 승용차에 요소수를 주입하는 SCR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디젤차 330만 대 중 60%인 200만대 정도가 SCR을 부착하고 있다. 무단으로 SCR을 떼거나 훼손하면 1년 이하 징역 1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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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문제야?] 요소수가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요소수'가 부족해졌다. 주유소마다 '품절' 안내문이 붙었고, 요소수를 판매하는 곳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8천원~1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었던 10ℓ짜리 요소수가 10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 위기 상황에서 출동해야 하는 구급차와 소방차가 멈춰서게 될 수도 있고, 쓰레기 대란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요소수 품귀에 화물차 운전자들은 발을 굴렀다.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화물차는 훨씬 더 많은 요소수가 필요하다. 화물차는 철강제품이나 자동차 등의 원료나 완성품을 옮긴다. 화물차가 서면 물류가 멈추는 대란이 일어나게 되고, 원료를 공급받지 못한 제조공장까지 문을 닫을 수 있다. 한때 차량용 요소수가 두 달 정도 버틸 수 있는 양밖에 남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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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품귀 현상이 국내 언론에 처음 등장한 건 지난달 말부터다. 정부의 관련부처 대책회의가 11월 2일 열렸다. 정부는 호주와 베트남 등에서 요소수를 들여오겠다며 수입 다변화와 군용기를 동원한 공수 대책 등을 발표했다. 정부는 긴급 현황파악에 나섰다. 산업용으로 공장에서 사용되는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돌리는 방안도 검토됐다. 하지만 산업용은 순도가 크게 떨어져 차량용으로 전환이 가능한지는 미지수다. 아예 요소수가 필요 없도록 SCR 장치를 한시적으로 해제할 수 있게 허용하자는 주장까지 나왔지만, 환경과 기술적 문제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완성차 제작사 1곳만 해도 관련 차종이 수십 대인 경우도 있는데, 200만대가 넘는 경유차의 배출가스 프로그램을 전부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법적으로도 SCR 관련 특허권을 외국 회사에서 가지고 있어 협의 절차가 선행돼야 하는 과제가 있다.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일찌감치 이런 사태를 예견할 수 있는 신호가 있었다. 중국 해관(세관)총서는 그간 별도의 검사 없이 수출하던 요소 등 29종의 비료 품목에 대해 '수출 전 검사'를 의무화하겠다고 지난달 11일 공고했다. 말이 검사지 중국 자국에 우선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수출 제한 조치다. 실제로 나흘 뒤인 10월 15일부터 중국 세관 측은 수출 전 검사 의무화제를 시행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11월 8일 요소수 사태에 대해 "아프게 반성한다"며 "초기에 적극성을 띠고 했다면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왜 그런 건데?] 중국 석탄 부족의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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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태의 시작은 지난달 중순 중국이 석탄 부족으로 요소 수출을 강화하면서부터다. 요소는 석탄이나 천연가스에서 추출해 생산한다. 중국은 탈 탄소 정책으로 석탄 생산량을 꾸준히 줄이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호주와의 무역 분쟁으로 호주산 석탄의 중국 수입이 중단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중국내 주요 석탄 산지에 가을 홍수까지 닥쳐 20여 개의 탄광이 한때 생산을 멈추기도 했다.

중국 내 석탄이 부족해지면서 요소 재고량도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에 중국 정부는 요소를 비롯한 화학 비료 관련 원료 품목 규제를 신설하고 10월 15일부터는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정부의 비료 품목 수출 억제 조치는 자국 산업 보호 차원에서 시작됐다.

요소와 화학 비료의 주요 생산 원료인 천연가스와 석탄 등의 국제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국 내 화학 비료 가격도 따라 올랐다. 여기에 석탄 부족에 따른 전력난이 심화하면서 요소와 화학 비료 생산 차질이 생겼다. 비료 가격 상승은 곧바로 농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중국 정부는 화학 비료 수출을 막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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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라 베이징무역관에 따르면 10월 둘째 주 중국 요소 생산 가동률은 67.24%, 일 평균 생산량은 14만9천톤으로 각각 전년 같은 기간보다 5.6%와 4.1% 감소했다. 9월 기준 요소 수입 단가는 톤당 480달러를 웃돌고 있다. 지난해 10월 단가는 톤당 270달러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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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요소수는 롯데정밀화학, 휴켐스 등이 생산하고 있는데, 원료인 요소는 대부분 중국에서 들여온다. 중국은 전 세계 요소의 30%를 생산한다. 중국이 요소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국가 순위를 보면 1위 인도, 2위가 한국이다. 한국에 수출하는 양은 56만4000톤, 중국 요소 수출 총량의 14%를 차지한다. 한국은 전체 필요 요소수 중 66.1%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특히 공업용 요소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지난해 80% 이상, 올해는 97.66%에 달한다.

요소수 대란은 전 세계적 상황이지만,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우리나라는 직격타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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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되는 거야?] 물류 → 식량 → 전력 대란 → ?

요소는 차량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수입되는 요소 56만톤 가운데 22만톤은 요소 비료로 사용된다. 비료 가격이 폭등하면 농산물 가격도 당연히 오른다. 요소 비료는 보통 작물 수확 전에 사용돼 올해 벼농사만 보면 큰 문제는 없지만 다른 농작물에 쓰이는 것까지 고려하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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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 가격 상승으로 인한 식량 공급 타격은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일 FAO(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지난달 식품 가격지수(Food Price Index)는 133.2포인트로 2011년 7월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평균치 대비 35.8% 오른 수치다. FAO의 식품가격지수는 세계적으로 많이 거래되는 식료품에 대한 월별 변화를 나타낸 지수다.

특히 곡물가 상승이 두드러지는데, 기상이변과 노동력 부족 등의 이유와 함께 최근에는 비료 가격 인상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블룸버그는 "최근의 비료 가격 급등은 아시아 지역 많은 농부들에게 비용 부담을 늘린다"며 "세계 쌀 생산과 소비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이 지역에서 쌀값이 오늘 위험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쌀 주요 수출국인 태국 농업협회 회장은 "비료 1톤이 쌀 1톤보다 비싸다"고 토로했다.

요소수 대란은 화력발전소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다. 화력발전소는 석탄이나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때서 전기를 만들기 때문에 질소산화물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요소수나 암모니아수를 사용한다.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을 초과하면 행정처분을 받는다. 발전소 가동에 요소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이 5개 발전 공기업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발전 5개사 중 3개사의 요소수 재고가 약 한 달 사용분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서발전은 지난 4일 기준 총 335톤, 남동발전은 258톤, 중부발전은 567톤의 요소수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사용량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22~35일이면 요소수가 바닥날 것으로 예상된다. 배출량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난방을 위한 전력이 필요한 겨울철에 일부 발전소 가동 중단 사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국내 화력발전 설비 가운데 요소수를 사용하는 설비는 전체의 10% 정도다.

[왜 안 되는 거야?] '세계 최대 요소 공장' 가졌던 한국..지금은?

없으면 산업이 휘청할 정도로 꼭 필요한 자원을 우리는 왜 수입에만 의존한 것일까? 요소는 석탄이나 천연가스에서 추출하는데, 일단 재료만 있으면 하루 안에라도 공급할 수 있는 촉매제다. 만드는 기술이 어려운 건 아닌데, 문제는 '가격경쟁력'이다.

과거 한국에도 요소를 만드는 공장이 있었다. 50년 전에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의 요소 공장이 세워졌지만, 중국의 저가 공세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2011년쯤부터 생산업체들이 줄줄이 생산을 중단했다. 현재는 요소를 생산하는 업체는 없다. 사실상 전량 중국에서 수입해 여기에 물을 섞어 요소수를 만들고 있다.

다른 나라 상황은 어떨까? 일본은 한국과 비슷한 산업구조를 갖고 있지만 요소수 부족 현상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2009년까지 전세계 희토류 공급의 97%(일본 전체 수입의 92%)를 차지하던 중국은 2010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영토 분쟁이 시작되자 수출을 중단하는 보복 조처를 취했다. 이후 일본은 희토류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아시아·아프리카 등으로 수입선 다변화를 시도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주요 소재에 대해 자급력도 키웠다.

일본 민영방송 NNN에 따르면 일본은 요소의 주원료인 암모니아를 자체 생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이런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암모니아 96만 2814톤 가운데 77%인 74만 3천231톤을 자체 생산했다. 지난해 1억 1천600만 달러의 요소를 수입했지만, 수입 시장은 동남아, 중국, 중동으로 넓게 분포돼 있다.

[그래서 우리는?] 수입선 다변화 절실

중국이 한국과 이미 계약을 맺은 요소 1만8700톤에 대한 수출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요소수 사태'는 잠시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특정국에 의존하는 현재의 공급망 체계로는 제2의 요소수 사태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기준 수입품 1만2586개 중 특정 국가 의존도가 80%를 넘는 품목이 31.3%(3941개)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9년 한일 무역 분쟁을 통해 주요 수입 품목의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수입선 다변화와 함께 국내 생산 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맞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구성 : 이현식 선임기자, 장선이 기자 / 디자이너 : 명하은, 박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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