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오늘(23일)도 김혜민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추석 연휴 동안 세계 증시에 큰 사건이 있었다면서요?
<기자>
중국 기업인 헝다그룹이 파산 위기에 빠졌습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의 증시가 출렁였는데요, 이 회사가 어떤 기업이길래 멀리 있는 미국의 나스닥과 뉴욕증시까지 하락했을까요.
헝다그룹은 중국 제2의 부동산 개발업체로 글로벌 500대 기업 중에 하나입니다. 홍콩증시에 상장돼 있지만 본사는 중국 남부에 있고요. 고용된 직원이 25만 명이나 됩니다.
잘 나가던 부동산 업체였던 헝다그룹은 중국의 아파트가 포화상태에 이르니까 다른 사업까지 문어발식 확장에 나섰습니다.
중국 280개 이상의 도시에서 1천30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고 합니다. 전기자동차, 스포츠와 생수, 또 식료품 등 부동산과 관련 없는 사업까지 확장을 한 겁니다.
<앵커>
그렇군요. 결국 이렇게 문어발식 확장을 하면서 빚을 많이 지고, 빚을 졌으니까 이자도 갚고 그래야 되는데 그걸 잘 못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게 세계 증시에 영향을 줄 만큼 심각한 상황입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헝다그룹이 지고 있는 빚이 어마어마한데요, 최근 몇 년 동안 사업을 확장했다고 말씀드렸죠. 이때 부채를 끌어다 썼는데, 현재 '3천억 달러'나 됩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355조 원이 넘습니다. 부채보다 많은 자산을 갖고 있다면 그나마 다행일 텐데, 자기 자본은 74조 원 밖에 안 됩니다.
계산해보면 부채 비율이 '480%'나 되는 겁니다. 오늘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이자 1천400억 원 정도를 지급하지 못하면 파산 절차에 돌입하게 됩니다.
다행히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헝다그룹이 일부인 위안화 채권에 대한 이자 425억 원은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달러화 채권의 이자 약 990여 억 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일부라도 이자를 미리 지급해서 일단 유동성 위기를 관리하겠다는 걸로 풀이가 됩니다.
<앵커>
당장 이렇게 급한 불은 좀 끄려고 하는 노력들은 보이는데 증시에 영향을 좀 줬습니까?
<기자>
다행히 나스닥 등은 하루 만에 진정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상하이종합지수도 연휴가 지나고 어제 개장했습니다.
처음에는 1% 넘게 급락했지만 헝다그룹이 이자 지급 계획을 밝히면서 상승세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타이완과 일본 증시도 소폭 하락하는데 그쳤습니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에서는 "헝다그룹의 대출 규모가 중국 전체 은행 대출 총액의 0.3% 수준이기 때문에 중국 금융 당국이 관리 가능하다"면서 이번 사태가 중국의 금융위기까지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이번에 급한 불은 껐지만 당장 내일부터 연말까지 이자로만 8천300억 원을 내야 하는데 이것까진 지급이 어려울 거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헝다그룹이 파산을 하고, 금융기관들이 다른 부동산 회사들의 대출 회수까지 나서게 되면 시장 전반에 자금이 경색돼서 '연쇄 디폴트 사태'가 올 수도 있습니다.
<앵커>
굉장히 나쁜 최악의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는 그런 상황이네요. 지금 가장 우리가 궁금한 건 추석 연휴 지나고 오늘 주식 시장 개장을 하잖아요. 전문가들은 우리 시장에는 영향을 어떻게, 어느 정도 줄 걸로 예상하고 있습니까?
<기자>
우선 정부가 헝다 사태를 모니터링한 결과를 내놨습니다. 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헝다그룹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들은 거의 없고요. 대부분 중국인 개인인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과거 리먼브러더스 사태 땐 국내외 금융사들이 직접 영향을 받았거든요. 그런데 그때와는 상황이 좀 다르다는 거죠.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우리 증시도 단기적인 영향은 피해 가기 어려울 걸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중국 금융 시스템 전반에 걸친 리스크로 퍼질 걸 우려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한국 주식시장도 충격을 받는 게 불가피하다는 예측입니다.
당분간 우리 증시가 갑자기 우상향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 만큼 개인 투자자들도 투자에 신중하셔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