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친절한 경제] 외국인들 감탄하는 서울 지하철, 실상은 '적자의 늪'

<앵커>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오늘(28일)도 김혜민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오늘은 지하철 요금 관련된 얘기를 저희가 좀 해볼까 하는데, 지하철 운영하는 회사들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얘기 참 많이 듣고 있잖아요, 그렇죠?

<기자>

지금도 지하철에서 이 방송 유튜브 같은 걸로 보시는 분들 계실 텐데요, 시민들의 중요한 발 역할을 하고요. 특히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마다 감탄한다는 서울 지하철의 적자 수준이 어마어마합니다.

지난해 서울교통공사는 1조 1천억 원 손실이 났습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큰 무려 1조 6천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하고요.

그럼 적자의 원인이 뭔지 파악해서 이걸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겠죠. 정부나 서울시에서는 인건비를 절감하는 등 교통공사의 경영 합리화 노력이 부족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교통공사가 인력 감축안을 내놨는데요, 근무 제도를 개선하거나, 아니면 자정에서 오전 1시까지 심야운행을 폐지하는 등 직원을 한 1천 명 정도 줄이겠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인력을 줄인다고 해도 적자 규모가 워낙 크니까 부족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없습니까?

<기자>

사실 서울 지하철의 원가 보존율이 매우 낮은 상황입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에는 서울 지하철 수송원가가 시민 1명 당 평균 1,440원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낸 평균 운임은 1명당 936원이었는데요, 이거 계산해 보면 원가 보전율이 66% 수준입니다. 승객 1명이 탈 수록 500원에 가까운 적자가 났던 겁니다.

작년에는 코로나19로 승객이 더 줄면서 수송원가가 평균 2,061원으로 올랐고요. 원가 보전율은 46%까지 내려갔습니다.

해외 다른 지하철 상황을 한 번 보면 2018년에 세계 도시 지하철의 원가 보전율 통계가 나온 적이 있는데요, 서울이 73%인데 반해서 영국 런던과 홍콩, 미국 지하철은 이보다 훨씬 높은 편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하철 요금은 지금 6년째 그대로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에 "교통공사만 어려운 게 아니다. 시민들도 어렵다"면서 지금 당장 요금 인상은 힘들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코로나19로 사실 팍팍한 서민들의 삶을 고려한 거겠죠.

그래서 일부에서는 대중교통 요금을 서울시에서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게 아니고, 법제화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아무래도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대부분 서민들이다 보니까 요금 인상 문제는 정부나 서울시나 좀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그런데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이용하는 요금 인상 말고요. 우리 지하철에는 무료로 탑승하게 혜택을 주는 제도가 있잖아요. 그런데 이것도 좀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기자>

대표적인 게 노인들의 무료 승차죠. 65세 이상 무료 승차가 시작된 건 무려 37년 전인 1984년부터입니다.

그 해 5월에 서울지하철 2호선 개통식이 있었는데요, 당시 대통령이었던 전두환 씨가 참석해서 "노인들에게 지하철 운임을 면제해주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고요. 이 정책은 곧바로 다음날부터 시행됐습니다.

그게 지금까지 한 번도 변하지 않고 이어져 온 겁니다. 그런데 그 사이 고령화가 심해지면서, 노인들의 무료승차 비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1980년대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4% 정도밖에 안 됐지만, 작년 기준으로 보면 65세 이상 비율이 16%까지 올라갔습니다. 4배나 더 많아진 거죠.

어르신들의 무료 승차가 전체 손실의 63~65%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무료승차 대상도 점점 더 확대돼서 국가 유공자와 장애인, 독립 유공자 등까지로 늘어났습니다.

<앵커>

참 조심스럽기는 합니다만, 다른 건 좀 올라도 아까 우리 김 기자 얘기해 준 것처럼 어르신들에 대해서 주고 있는 혜택이 무료 승차, 이거는 조금 수정을 할 필요가 있다 이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죠?

<기자>

그래서 무료 승차 기준을 70세 이상으로 올리거나, 아니면 어르신들의 소득 수준에 따라서 할인율에 차등을 두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한 조사에 나오는 내용인데요, 해외 주요 국가 중에서 이렇게 우리나라처럼 특정 나이만 넘으면 무조건 무료 혜택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일본은 70세 이상 노인 중에 소득 수준에 따라서 할인 폭을 다 다르게 적용하고 있고요. 영국은 출퇴근 시간을 빼고 승객이 적은 시간대에만 60세 이상 노인에게 무료 혜택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에서는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해서 수혜 대상을 65세보다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는데요, 이제는 현실적인 대안이 나올 때가 됐다고 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