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가 집에서 폭력과 학대에 시달리는 것 같다는 의심 신고는 그동안 세 차례나 있었습니다. 먼저 지난해 5월, 작은 몸 곳곳에 나 있던 멍 자국을 의심한 어린이집에서 처음으로 신고했었고, 다음 달인 6월엔 더운 날씨에 아이가 차 안에 홀로 방치돼 있다면서 한 동네 주민이 신고했었습니다. 그리고 9월에도 소아과 의사가 영양실조가 의심된다며 신고했습니다. 신고가 될 때마다 경찰은 출동했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학대로 볼 증거가 부족하다, 또 양부모가 반발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어린 생명을 살릴 수 있었던 기회가 세 차례나 있었지만, 우리 사회는 그 누구도 정인이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당시 출동했던 직원들에 대해서 징계 위원회를 열겠다고 했는데, 조금만 더 신경 썼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란 분노의 목소리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홍영재 기자입니다.
<기자>
경찰은 감찰 조사를 벌여 1, 2차 신고를 담당한 직원 7명에 대해 주의나 경고 등 경징계를 내렸습니다.
마지막 신고에 관여한 서울 양천경찰서 직원 5명에 대해서만 중징계를 내리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경찰은 세 번의 신고 때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전문가와 함께 출동했는데, 양부모는 정인이 상처에 대해 '마사지를 하다 멍이 들었다'는 등의 어처구니없는 해명을 늘어놨습니다.
[정인 양 아버지 : '쿵' 하는 소리가 나서 가봤더니 소파 위에서 첫째랑 둘째랑 놀다가 둘째가 떨어졌는지 바닥에 있었대요.]
그럼에도 경찰은 양부모가 강력히 반발하다는 이유로 추가 수사를 벌이지 않았습니다.
함께 현장에 나간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판단을 신뢰했다고 변명하기도 했습니다.
감찰 과정에서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 사이 정보 교환이 안 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지난 6월 '정인이가 차량에 갇혀 있었다'는 2차 신고 당시 경찰은 아동보호기관으로부터 늦게 통보를 받아 cctv 등 증거 영상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아동보호기관은 신고 접수 다음날 바로 경찰에 통보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BTS 멤버 지민 등 가수와 배우·유명인들이 정인이를 추모하는 대열에 합류했고, 양부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엄벌하라는 성명과 법원 진정서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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