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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취재파일] 생색냈지만 조건이 '바늘구멍'…0.0175% 구제됐다

미등록 이주아동 조건부 구제책 9개월 살펴보니…

10초 정리, 바 형식
 SBS는 지난 3일부터 8뉴스와 ‘취재파일’을 통해 미등록 이주아동이 겪게 되는 열악한 의료 실태와 차별의 경험, 정부 구제책의 한계 등을 연속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번 순서는 정부 구제책이 실제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살펴보고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숙제가 무엇인지 정리하는 시간입니다.

  정부가 지난해 4월 미등록 이주아동에 대한 구제 대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지만, 시행 9개월 기준 실제 구제 대책의 문턱을 넘은 아동 숫자는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SBS가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실을 통해 법무부로부터 ‘국내 출생 불법체류 아동 조건부 구제대책 시행 현황’을 확인한 결과,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임시 체류 허가를 받은 아동 및 청소년은 35명에 그쳤습니다. 미등록 이주아동 전체 규모는 2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 숫자를 기준으로 보면 실제 구제될 확률, 0.0175% 수준입니다.
[취재파일] 생색냈지만 조건이 ‘바늘구멍’…0.0175% 구제됐다

(1) 애초부터 높았던 허들..“조건들 다 맞춰라”

  이 대책은 지난해 4월 법무부가 국내 장기 체류한 외국인 아동 일부에게 체류 자격을 주겠다며 발표한 것입니다. 2020년 4월 국가인권위가 이들 아동에 대한 강제 퇴거 중단 및 체류 자격 부여를 권고함에 따라 임시방편 제도를 냈던 것입니다. 시행 기간은 2021년 4월부터 2025년 2월까지. 법무부가 제시한 조건들을 보면 허들 역시 매우 높게 설정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법무부 보도자료 : https://www.moj.go.kr/bbs/moj/182/546689/artclView.do)

구제 대상 : 2021년 2월 28일 이전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자로서, 아래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자 ① 국내 출생 ② 15년 이상 ③ 중고교 재학이나 고교 졸업”

  3년 8개월 동안만 시행하는 제도인데 미등록 이주아동이라고 다 신청할 수도 없습니다. 물론 이 조건들을 다 맞추는 아동도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행정편의 주의적이고 가혹한 조건이라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한국에서 계속 자랐고 사실상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이주아동인데, 백일이 지나 한국에 들어왔다면 어떻게 될까요? 체류 허가를 받을 꿈조차 꿀 수 없습니다. 가정형편에 고등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법무부는 당시 보도 자료에서 시행 배경으로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아동에게 그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백일이 갓 지나 들어온 아동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있었던 걸까요? 

[취재파일] 생색냈지만 조건이 ‘바늘구멍’…0.0175% 구제됐다

(2) 2만 명 중 0.0175% 구제..12월엔 구제 ‘0’명

  앞서 말씀드렸지만 첫 해(9개월) 시행 결과, 체류 허가를 받은 아동 청소년의 숫자는 35명으로 파악됐습니다. 체류 자격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뉘었습니다.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경우에는 학습자격(D-4) 비자를, 고등학교를 졸업한 경우에는 임시 체류자격(G-1) 비자를 부여합니다. 달별로 구제된 아동 숫자를 살펴보면 아래의 표와 같습니다.
국내 출생 미등록 이주아동
 조건부 대책이 시행될 당시, 실제 체류 허가를 받을 여건을 충족하는 아동은 2만 명 가운데 많아 봐야 500명 수준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대책이 발표됐을 당시 90%는 구제받을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90%는커녕 99.825%의 여전히 ‘투명인간’ 신분으로 남아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대체로 한 자릿수를 기록한 체류 허가 아동은 8월 이후 그나마도 줄었습니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에는 실제 체류 허가를 받은 아동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취재파일] 생색냈지만 조건이 ‘바늘구멍’…0.0175% 구제됐다


(3) 체류허가 받은 것도 감지덕지?

 위의 자료를 보고 “35명이나 해줬네”라고 혀를 차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이만큼이나’ 체류 허가를 내어 줬는데 더 얼마나 내주라는 거냐고 질문하는 분들이 있을 것도 같습니다. 그렇다면 35명을 이미 구제했으니 한국 사회가 이들에게 ‘시혜’를 베풀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주 아동을 지원하고 있는 김 진 변호사는 국내 대책이 지나치게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해외 사례를 생각해 보면 사실 (체류 심사 조건으로)15년이라는 굉장히 긴 기한을 가진 나라는 사실 많지 않아요. 많은 국가에서 길어도 한 7년 10년 이 정도로 하고 있는 나라가 대부분이고요. 그리고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아동 최상의 이익’에 의해서 구제가 필요한 아동이라고 판단하는 약간은 예외적인 조항을 두고 있어요. (한국처럼) 꼭 이렇게 굉장히 명확하게 딱 요건을 (두지 않고), 요건에 해당되지 않더라고 정말 필요한 아동들에게. 아동의 최상의 이익에 따라서 굉장히 필요한 아동들에게는 구제가 적용이 되는 경우도 많이 있거든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지금 지금 현행 출입국관리법을 살펴보더라도 ‘아동 최상의 이익’에 대한 조항이 아예 없어요. 그래서 출입국에서는 아동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도 아동의 이런 이익이나 아동 (이익의) 필요성 이런 것이 잘 인식이 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가 있어요. 그래서 아동과 관련된 이런 정책이나 제도를 만들 때는 반드시 이런 아동의 이익을 고려한 제도를 마련을 해야 될 것 같다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취재파일] 생색냈지만 조건이 ‘바늘구멍’…0.0175% 구제됐다

  조건부 구제책조차 전무하던 시절에 비하면 진일보 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18세 미만 아동에 대해서는 체류 조건을 두지 않는 프랑스 등 해외 사례에 비해 국내 대책이 상당히 폐쇄적인 것 또한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진ㅣ뉴질랜드 변호사
이 구제 대책이 있는 이유가 이제 한국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아동들을 대상으로 좀 구제를 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사실 그런 아동을 보기 위해서는 꼭 한국에서 태어날 필요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태어난 지, 거의 매우 어렸을 때 뭐 한 살 두 살 때 한국에 들어온 아이들은 사실 구제 대책에서 빠지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고, 그리고 15년이라는 이 기간도 사실 굉장히 긴 기간이에요. 그래서 해외 사례와 비교해서도 굉장히 긴 기간이라서 한국에서도 뭐 초등학교 중학교도 다닌 경우에도 결국 또 배제되는 15년이라는 이 기한을 채우지 못해서 또 배제되는 이러한 일이 발생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해외 사례를 생각해 보면 사실 15년이라는 굉장히 긴 기한을 가진 나라는 사실 많지 않아요. 그리고 좀 많은 국가에서 길어도 한 7년, 10년 이 정도로 하는 나라가 대부분이고, 그리고 대부분 국가에서는 또 아동 최상의 이익에 의해서 이런 구제가 필요한 아동이라고 하는 좀 약간 예외적인 조항을 두어서, 꼭 이렇게 굉장히 명확하게 딱 요건에 해당하지 않더라고 정말 필요한 아동들에게, 아동의 최상의 이익에 따라서 굉장히 필요한 아동들에게는 또 구제가 적용이 되는 경우도 많이 있거든요. 좀 그런 부분은 좀 받아와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4년 한시적으로 제시된 것에 대해서도, 계속 이게 더 한시적으로 제시되어야 되는 게 아니라 아예 상시로 제공이 돼야 하는 구제대책이 필요하다고 얘기를 했을 때 법무부에서는 남용의 가능성을 이야기해서, 그 부분에 대해서도 크게 문제를 제기해오기도 했습니다. 

-꼭 고쳐졌으면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네 당연히 뭐 말한 부분들 다 개선이 돼야 할 것 같지만 지금 현행 출입국관리법을 살펴보더라도 아동의 최상의 이익에 대한 조항이 아예 없어요. 그래서 출입국에서는 아동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도 아동의 이런 이익이나 아동의 필요성 이런 게 잘 인식이 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가 있어서요. 그래서 아동과 관련된 이런 정책이나 제도를 만들 때는 반드시 이런 아동의 이익을 고려한, 이런 제도를 마련해야 될 것 같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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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김아영, 배준우, PD : 김도균, 디자인 : 최진영, 제작 : D콘텐츠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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