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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참아요"…병원에 갈 수 없는 아이들

<앵커>

이렇게 미등록 이주민들은 어린 자녀가 아픈 경우에도 선뜻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합니다. 보험 적용이 안돼서 치료비가 10배 20배, 들다 보니 아이들이 아파도 버티는 것부터 배운다고 합니다.

이어서, 김아영 기자입니다.

<기자>

몽골 출신의 이 여성은 무료로 아이의 예방접종을 해 주는 병원을 찾아 경기도 포천에서 서울 동쪽까지 와야 했습니다.

[미등록 이주 아동 엄마 : 아침에 집에서 9시 반에 나와서 이렇게 있다가 5시에 집에 가요.]

일반 병원에선 예방접종을 받으려면 수십만 원을 내야 합니다.

[임상혁/녹생병원원장 : 미등록 돼 있는 아이들이 가만히 보니까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되는 거예요. 아이들이 예방 접종을 못하고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미등록 이주 아동은 커 갈수록 아픔을 참는 걸 체득하게 됩니다.

[아누카/미등록 이주 아동, 16살 : 발목이 삐어서 일주일 동안 못 걸었어요. 병원을 못 가고 집에서 치료하다가…(아직도) 가끔 아파요.]

그리고 어느 때부턴 아파도 부모에게조차 말하지 않게 된다고 합니다.

[아누카/미등록 이주 아동, 16살 : 엑스레이 찍는 것만 해도 70만 원 나오더라고요. (엄마 아빠한테) 병원에 가야겠다고 얘기한 적이 없어요.]

최근 경기도가 18세 이하 미등록 이주 아동 가정 실태 조사를 해 봤더니 절반 이상이 아파도 병원에 못 갔다고 답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1년 UN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습니다.

30년 전에 보건 서비스를 받을 권리 등 아동의 기본적 생존권을 보장해주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임상혁/녹생병원원장 : 우리나라 사람이다. 아니다. 이걸 따지지 않고요. 아이들은 정말로 보호받고, 그리고 미래 세대를 책임지는 사람들이에요.]

이 아이들은 본인의 선택과 무관하게 한국에 왔거나, 한국에서 태어났습니다.

이들의 기본권 대책을 마련하는 건 UN 협약 가입국으로서 우리 사회가 미뤄놓은 숙제입니다.

(영상취재 : 오영춘·박진호, 영상편집 : 윤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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