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인트로
00:32 아파트에 차려진 필로폰 공장
01:38 제조 실패하자 기술자 교체까지
03:00 감기약 63만 정, 누가 공급했나?
04:23 감기약 63만 정, 한 곳으로…왜 막지 못했을까?
약국에서 흔히 사 먹는 이 감기약. 코막힘 증상을 완화하는 데 쓰이는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평범해 보이는 감기약이 마약 제조에 쓰였습니다. 그것도 한 두 통이 아닙니다. 무려 1만 610통, 63만여 정에 달합니다. 이 감기약을 이용해 만들어진 필로폰은 확인된 것만 1.36kg인데, 4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입니다. 도대체 누가, 어디서,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인 걸까요?
1. 아파트에 차려진 필로폰 공장
지금 보는 화면은 경기 평택의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곳곳에 쓰레기더미와 건축폐기물 등이 있어 폐허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실제로 이곳은 유치권 분쟁으로 비어 있어 인적이 드문 곳이었습니다. 일당은 바로 이런 곳을 필로폰 제조 장소로 삼았습니다. 집 안에 들어가면, 평범한 주거 공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집니다. 보호우의와 방독면, 플라스크 등 각종 실험 도구가 널려 있고 한쪽에는 약통이 가득 담긴 봉투가 여러 개 쌓여 있습니다. 필로폰 제조에 발생하는 지독한 냄새 때문에 창문은 모두 개방돼 있고요. 일당 중 총책 A씨가 아파트 관리인으로 약 2년간 일했는데, 이를 이용해 범행했다고 경찰은 설명합니다.
[황인기/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2계장 : (일당은) 인적이 드문 아파트를 범행 장소로 선정하고, CCTV, 주차 차단기 등을 이용해 외부인의 출입을 감시·관리했습니다.]
일당이 준비한 건 제조 장소만이 아니었습니다. 경기 파주에는 별도의 창고까지 마련해, 제조도구와 유해물질을 보관하기도 했습니다.
2. 제조 실패하자 기술자 교체까지
이들이 처음부터 필로폰을 만들 수 있던 건 아닙니다. 수사 결과를 보면, 범행을 준비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4월. 몇 달 동안 시험 제조를 반복했습니다. A 씨가 과거 마약류 전과로 수감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기술자를 통해 제조 시도를 한 겁니다. 그런데 제조에 거듭 실패하자 결국 다른 사람을 찾았습니다. 인터넷에 공개된 해외 논문과 과학 실험 영상, 비슷한 범죄의 판결문까지 찾아보면서 제조 방법을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우발적으로 벌인 범죄가 아니라, 제조에 성공하기 위해 사람을 바꾸고 자료를 찾아가며 철저히 준비한 겁니다. 이런 준비 끝에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인 제조에 들어갔고, 약 8개월 동안 범행을 이어갔습니다. 그 결과 경찰이 압수한 필로폰은 1.36kg. 시가로는 42억 원어치에 달합니다.
[황인기/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2계장 : 그동안 감기약을 이용한 필로폰 제조 사례가 왕왕 있었습니다. 대부분 감기약을 이용해서 제조를 할 때 그 과정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실패를 하거나 제조 단계에 착수를 하기는 했지만 극소량의 생산에 그쳤던 점이 있었고요. 다만 이번 사건에서는 피의자들이 장기간 범행을 해서 필로폰 1kg 이상이라는 대량 제조에 성공했다라는 측면이 있습니다.]
3. 감기약 63만 정, 누가 공급했나?
필로폰 제조에 사용된 건 감기약에 들어 있는 '슈도에페드린'이란 성분입니다. 원래는 코막힘 증상을 덜어주는 성분인 건데, 이를 불법적으로 추출하고 황산, 염산 등 화학물질과 혼합·가공해 필로폰을 제조한 겁니다. 그렇다면 이 감기약은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대량으로 구했을까요? 바로 한약사였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한약사 B 씨는 일당이 필로폰을 만들고 있단 사실을 알면서도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감기약 1만여 통을 판매한 걸로 파악됐습니다. 알약으로 계산해보면, 무려 63만 6600정입니다. 거래 장소도 일반적이지 않았습니다. 약국이 아니라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판매하기도 한 겁니다. 경찰은 이 감기약 판매로 B 씨가 9천5백만 원의 범죄 수익을 얻은 것으로 보고, 기소 전 추징보전을 통해 이 돈을 전액 환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필로폰 제조에 화학물질도 사용했다고 언급했는데, 이를 공급한 화공약품 판매업자들도 관리대장에 거래 내역을 제대로 기록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이 이번 사건으로 검거한 피의자는 모두 13명. 제조에 가담한 사람뿐 아니라 원료를 공급하거나 판매한 관계자들까지 포함됐습니다.
4. 감기약 63만 정, 한 곳으로…왜 막지 못했을까?
이번 사건을 보며 생긴 질문이 있습니다. 왜 감기약 63만 정이 한 곳으로 흘러 들어가는 걸 막지 못했을까?
[장보현/대한약사회 정책이사 : 한 약국에서 이렇게 많이 주문해서 판매가 된 걸 누구도 문제 삼지 않은 거죠. 특별히 뭔가 제도적으로 어떤 특정 약이 한 약국에 많이 간다고 해서 문제가 되거나, 그걸 잡아내거나 이런 건 지금 없습니다.]
문제가 된 슈도에페드린 함유 감기약은 의사 처방 없이도 구매할 수 있는 일반 의약품입니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이미 이 성분이 마약 제조에 악용될 가능성을 고려해 판매량을 제한하고 구입 목적을 확인하는 등 관리 방안을 시행하고 있긴 합니다. 그렇지만 특정 약국에서 특정 의약품이 얼마나 공급되는지, 이상 징후를 걸러낼 수 있는 모니터링이 부족하단 전문가들 지적이 나옵니다.
[장보현/대한약사회 정책이사 : 도매 공급 정보 같은 걸 봐서 특정 약국에서 슈도에페드린 같은 마약류 제조가 가능한 의약품이 좀 많이 공급이 된다, 눈에 띄게, 그런 것들은 조사를 한다든지 이런 것들이 지금은 현실적인 대안인 것 같습니다.]
(취재 : 정지연,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양지훈 강시우, 영상편집 : 장유진, 디자인 : 이수민, 화면제공 : 서울경찰청, 제작 : 디지털뉴스부)
[AFTER 8NEWS] 내가 먹는 감기약이 마약됐다…논문까지 연구…"공부를 그렇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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