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테헤란
이란 강경파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현지시간 19일 보도했습니다.
이란은 공식적으로 자국의 핵프로그램이 평화적 목적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런 입장의 강력한 근거는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파트와' 즉 종교적 칙령입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2003년 이란의 핵무기 개발·보유·사용을 이슬람 율법에 의해 금지한다는 파트와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이스라엘의 폭격에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2월 사망하면서 이 파트와가 깨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해설했습니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겠다며 감행한 이 공격이 오히려 핵무장 주장에 힘을 싣게 됐다는 겁니다.
실제로 이란의 강경파 정치활동가 다부드 모다레시안은 최근 "군사적 충돌을 거치며 이란의 핵무기 확보는 단순한 야망이 아니라 빵보다 중요한 생존의 필수 요소가 됐다"며 종교적 결정도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수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의 하산 가시가비 대변인 역시 지난달 새 최고지도자가 핵 문제에 대해 새로운 결정(파트와)을 할 수 있다며 "이란이 협상과 전쟁이 반복되는 굴레를 끊으려면 완벽한 억제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거들었습니다.
이란 내부에서는 북한을 예로 들며 핵무기가 외국 세력의 정권 퇴진 공세나 개입을 막는 유일한 억제책이라는 주장이 확산하는 분위기라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한 이란 정권 관계자는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사망 이후 체제 내에서 핵무기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0% 가까이에서 50% 이상으로 치솟았다"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강경 기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을 '석기시대'로 돌려놓겠다고 위협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정권 내부의 실존적 위기의식이 극에 달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미국이 전술핵을 투하할 수 있다는 의심과 불안이 이란 내에서 커졌다는 뜻입니다.
반면 개혁파 진영에선 우라늄 농축보다 국가와 정권 자체를 수호하는 게 우선이라며 강경파의 핵무장 주장이 초래할 외교적 고립과 안보 리스크를 경계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란 정권이 곧바로 핵무장에 나설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합니다.
싱크탱크 크라이시스그룹의 이란 전문가 알리 바에즈는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핵무장 논의가 더는 금기가 아닌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란 당국이 즉각 공세적으로 핵폭탄을 만들기보다 경제·안보적 유화책을 끌어내기 위한 협상카드로 핵 인프라를 보존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지난해 6월 공습을 받은 나탄즈, 포르도 등 이란 주요 핵시설의 잔해 아래에 묻혀 있는 60% 농축 우라늄 비축량(약 440㎏)의 향방에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추가 농축 시 핵무기 10개가량을 제조할 수 있는 분량입니다.
이란이 지난해 6월 전쟁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주요 사찰을 차단하고 있는 만큼 NPT 탈퇴 카드를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막판 외교적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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