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1인당 소득 4만 달러 가나
최근 우리 경제 흐름도 견조합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2분기 GDP 성장률이 0.6%입니다. 작년 4분기 -0.1%에서 올 1분기 1.8%로 급반등한 뒤 2분기에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반도체를 필두로 한 제조업 영업이익이 화학제품, 운송장비 제조업, 서비스업의 도소매 등 여타 업종의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습니다. 2분기 명목 GDP는 전 분기보다 9.2%, 전년 동기 대비로는 26.4% 늘었습니다. 1979년 3분기 27.7% 이후 47년 만에 최고치입니다. 2분기 명목 GNI가 8.8%, 실질 GNI는 3.1% 증가했습니다. 예상외 충격 없이 환율 안정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분석입니다.
1인당 GNI 4만 달러는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 인구 5천만 명 이상이면서 1인당 소득 4만 달러를 넘는 이른바 '50-40 클럽' 진입하기 때문입니다. 거대 내수 시장을 보유하면서 첨단 제조업·서비스업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선진 경제 대국을 뜻합니다. 전 세계에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5개국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올해 진입하게 되면 6번째 '50-40 클럽' 멤버가 되는 셈입니다.
왜 나는 안 느껴지지?
미래가 핑크 빛? 아니 회색 빛
우선 미국과 같은 혁신 주도 지속 성장형이 있습니다. 빅테크와 자본시장 생태계를 바탕으로 1인당 생산성을 계속 끌어올렸습니다. 계속 국민소득이 치솟으면서 7~8만 달러대로 단숨에 직행한 경우입니다.
제조업·숙련기술 기반의 정체형 국가들입니다. 대표적으로 독일과 일본입니다. 제조업 중심 경제 구조 속에서 인구 고령화와 에너지 전환, 디지털 전환 지연을 겪었습니다. 독일은 4만~5만 달러 박스권에 갇혔고 일본은 극심한 엔저와 디플레이션으로 3만 달러대로 후퇴했습니다.
내수·서비스업 중심의 기반 취약형입니다. 이탈리아는 남북 경제 격차, 경직된 노동시장, 생산성 저하로 인해 4만 달러 안팎에서 장기 횡보하는 모습입니다. 영국, 프랑스 등도 세계 시장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내수와 관광 등에 기댄 채 성장 정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코로나 등 국제 경제 상황에 따라 경제가 휘청거리며 반복적으로 위기를 겪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글로벌 통화 긴축이나 지정학적 리스크로 원화 약세가 재연되면 당장이라도 3만 달러대로 내려앉을 수 있습니다.
'독일 ∙ 일본식 함정' 우리는 피할 수 있을까
우선 제조업 강국으로 유럽 경제의 엔진이던 독일의 어려움부터 따져보겠습니다. 러시아산 저가 가스 공급 중단 등으로 맞은 에너지 쇼크가 가장 뼈아픕니다. 싸게 공급받던 러시아산 가스에 의존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정세 변화에 심각한 취약성을 노출했습니다. 내연기관차 중심의 기계식 제조업 성공 공식에 안주한 점도 문제입니다. 전기차나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차량 전환이 지연되면서 압도적이던 국제 시장의 지위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경직된 관료주의와 노동 규제로 인한 창업 생태계 위축도 지적됩니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으로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하던 것을 더 잘하려는 보수적 비즈니스 시각과 태도는 IT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주도권 상실로 이어졌습니다. 인구 고령화에 대한 잘못된 대응이 재정지출 급증과 내수 시장 활력 감퇴를 불렀습니다. 무엇보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보수적 금융 시스템이 일본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에너지 공급의 불안, 관료주의와 이로 인한 규제 개혁 부진, 고령화, 금융 시스템의 낙후성 등 우리나라도 이미 맞닥뜨린 문제가 태반입니다. 여기에 더해 우리는 중국의 기술 추격과 역전 시장 잠식까지 겪고 있습니다. 출산율 0.7명대라는 가혹한 조건도 더해졌습니다. 점증하는 사회적 갈등과 이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기는 정치의 후진성도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암초입니다.
결국 4만 달러를 넘어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비용 절감형 공정 혁신"이 아니라 "시스템과 제도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제조업은 AI를 조합한 창조적 솔루션으로 중국의 압박을 넘어서야 합니다.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장기적 플랜과 제도 정비도 시급합니다. 무엇보다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한 교육과 노동 시스템의 전면적 개편이 필수입니다. 그것도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이뤄내야 합니다. 그래서 4만 달러 진입은 목표 도달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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