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이 지나 내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준서. 다시 한 번 이 학교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 초등학교엔 특수반이 1개 있다. 초등학교 특수반의 법정 정원은 한 학급 당 6명이다. 그런데 이 학교는 현재 정원이 7명이다. 법정 정원을 초과한 '과밀 학급'이란 뜻이다. 그럼에도 준서 부모님은 지난 6월 입학 원서를 접수하며 이 학교를 1지망으로 썼다. 맞벌이를 하는 장애 아동 부모에게 '특수반이 있는 집 앞 학교'는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이기 때문이었다.
"집 앞에 있는 학교는 특수반이든 일반반이든 부모 입장에선 참 좋잖아요. 무슨 일이 생기면 금방 뛰어갈 수 있고요. 아이 등하교 걱정도 덜 수 있고요. 어떤 부모든 가까운 학교를 보내고 싶을 거예요. (집 앞 학교는) 정원이 꽉 차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런데 이 학교는 교실 안에까지 활동 보조 선생님이 들어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더라고요. 모든 학교가 그렇진 않거든요. 싫어하는 학교도 많고요. 이제 너무 큰 장점이다 보니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학교를 1지망으로 썼어요." (준서 어머니)
하지만 '기적'이 일어나긴 쉽지 않다. 법정 정원을 초과한 과밀 학급인 것 자체도 그렇지만, 이 학교 특수반엔 올해 졸업할 6학년이 한 명도 없다. 즉, 다른 학년의 누군가가 전학을 가는 등의 전출 인원이 생기거나, 학교가 특수반을 증설하지 않는다면 올해 신입 특수 학생을 뽑는 건 사실상 어렵다. 준서 부모님도 이 상황을 잘 알고 있다.
"2지망은 지금 다니고 있는 유치원이 있는 학교를 썼는데 차로 20-30분을 가야 해요. 지금은 남편이 육아휴직을 해서 라이딩을 해주고 있지만 내년부턴 불가능하거든요. 저희에게 2,3,4지망은 사실 의미가 없었어요. 집 앞 학교를 보내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일반학교 특수학급은 사정이 좀 나을까? 정보공개청구 해보니
SBS는 서울시교육청 산하 10개 교육지원청에 관내 초등학교 특수학급 현황(7월 1일 기준)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서울시에는 모두 609개의 초등학교가 있다. 이중 약 70%에 해당하는 448개 학교에 특수학급이 설치돼있다. 학급 수는 모두 815개. 이 학급에 소속된 학생 수는 3,982명이다. 한 학급 당 평균 학생 수는 약 4.9명이다. 법정 정원 6명을 밑돈다. 특수학급이 과밀이라 문제라더니, 괜한 걱정이었던 걸까?
'평균'엔 늘 함정이 있다. 지역별로 분석해보면 그 현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서울시 내 특수학급 중 과밀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성동·광진' 지역이다. 전체 36개교 중 15개 학교 특수학급이 정원보다 학생 수가 많았다. 정원을 초과한 과밀비율은 41.7%다. A초등학교는 특수학급이 2개 반인데, 인원이 19명으로 정원(12명)을 훌쩍 넘겼고, B 초등학교 역시, 한 반 인원이 10명(정원 6명)에 달했다. (참고로 '성동·광진' 지역에는 특수학교가 단 한 곳뿐이다.)
다음으로 밀집한 곳은 '강남·서초' 지역이다. 특수학급이 설치된 43개교 중 16개 학교가 과밀로, 비율은 37.2%다. C초등학교는 1개 반에 9명(정원 6명), D초등학교는 2개 반에 14명(정원 12명)이 다닌다. D초등학교의 경우는 인근의 E초등학교와 수년 째 학생 수 감소로 인해 통폐합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곳이다. 전체 학생 수는 폐교를 고려해야할 만큼 줄어들고 있지만 특수반은 '과밀'인 아이러니한 상황인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학부모들은 특수학급도 '입소문'을 탄다고 말한다. 서초 지역의 한 초등학교 특수반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는 이 학교가 주변 다른 학교와 달리 저학년과 고학년을 나눠 두 개의 특수반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고 양천구에서 이사를 왔다고 했다. "(특수반도) 몰리는 곳은 더 몰려요. 특정 선생님 전근 가시는 것 따라 옮겨 다니는 경우도 본 적 있어요."
특수학급 과밀 비율이 줄고 있다?…'배치 되지 못한 비율' 고려해야
인천의 한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전체 특수교육대상자는 늘고 있지만 초등학교에 한해서만 보면 서서히 줄기 시작했어요. 전체적으로 감소 추세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어요. 이제 5,6년 지나면 많이 줄어들 것 같아요. 출산율이 줄어드니까 장애 아동 출현율도 떨어지는 거죠. 이제 초등학생이 줄면 앞으로 또 중학생이 줄고 그러겠죠? 당장은 과밀이 많은 현실이지만, 과밀인 곳들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봅니다." 실제 교육부에 따르면 정원을 넘긴 과밀 특수학급 비율은 2024년 10.1%(1,882학급)에서 2025년 3.8%(742학급)로 줄었다. 과밀 특수학급이 줄어든 건 앞서 교육청 관계자의 말처럼 인구 감소의 영향도 있고, 특수학급의 공급이 (조금씩이나마) 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학급 증설이 어려운 경우 한 학급에 담임교사를 2명씩 배치하는 방식으로 '당장의 과밀'을 줄이는 방법도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놓치고 있는 게 있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특수교사노조가 주최한 <길을 잃은 특수교육, 현장에서 길을 찾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기룡 중부대 교수는 '배치되지 못한 비율'이 늘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특수교육 신청자는 2021년 4만 203명에서 2025년 5만 1,896명으로 늘었는데, 신청한 학교에 배치된 비율은 최근 5년 간 93.8%에서 87.5%까지 떨어졌다. 특히, 초등학교 배치율은 84%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과밀이 크게 줄어든 2025년에도 6,605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본인이 원하는 학교에 가지 못했다.
"이 학생들이 특수교육을 아예 받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살던 곳이나 원하던 학교를 벗어난 배치를 감수했다는 뜻입니다. 통합교육이 지역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별개의 실패입니다. (중략) 과밀 지표가 좋아졌다고 해서 여건이 그만큼 좋아진 것은 아닙니다. (교육당국의) 과밀 지표는 학생이 얼마나 몰려있는지만 제시할 뿐 교사가 얼마나 많은 일은 떠안았는지, 학생이 원하는 곳에서 교육받았는지는 측정하지 않습니다." (김기룡 중부대 교수)
김 교수는 이 토론회에서 교육 당국의 과밀 학급 측정 지표에 학급당 학생 수만 포함하는 것이 아닌 신청 대비 배치율, 교사 한 사람이 맡게 되는 학생 수 등을 함께 공시하도록 법에 규정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런 깜깜이 입시가 또 있을까
특수교육대상자 선정과, 특수학교 및 특수학급 배치는 중학교까지는 각 특수교육지원센터 산하 특수교육운영위원회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고등학교는 각 교육청에서 진행한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운영 방식과 심의 기준의 편차가 크다는 문제는 오랫동안 지적돼 왔다. 같은 수준의 장애인데,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혹은 언제 지원하느냐에 따라 붙고 떨어지는 현실을 부모들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취재 과정에서 국립특수교육원이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해 연구 용역을 진행해 특수교육대상자 선정 및 배치 매뉴얼을 만들어 전국 특수교육지원센터에 배포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연수도 진행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매뉴얼이 국립특수교육원 홈페이지에 일부 공개돼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기자도 그 매뉴얼 전체를 받아서 읽어봤다. 분량은 110페이지에 달했다. 이 매뉴얼은 얼마나 구속력이 있을까? 국립특수교육원 관계자는 "매뉴얼을 배포했지만 지역마다 처해있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이것을 무조건 따르라고 하기는 어렵다. 결국 정하는 것은 각 지역 교육청의 몫"이라고 말했다.
준서는 내년에 집 앞 학교에 갈 수 있을까
애써 웃음을 지어보이는 준서 부모님의 모습에 가슴 한 쪽이 아려왔다.
참고자료: 교육부 특수교육통계 (2025)
'길을 잃은 특수교육, 현장에서 길을 찾다' 토론회 자료집 (2026.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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