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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뭐지?" 발로 밟았는데…공항 날려버릴 뻔한 '폭탄 드론' [스프]

폭발물이 탑재된 드론이 출몰해 비상이 걸린 독일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에 지난 7일 경찰이 출동해 주변을 살피고 있다. /AP연합 (사진=연합뉴스)
⚡ 스프 핵심요약

폭발물 탑재 드론 발견: 2026년 8월 4일 밤 독일 라이프치히-할레 공항 활주로 근처 화물구역에서 군사용 고성능 폭약을 장착한 드론이 우크라이나 화물기 인근에서 발견됐으며, 기폭장치 고장으로 폭발은 면했습니다.

하이브리드 공격의 새 단계: 독일 내무장관은 이를 "새로운 차원의 위협"이자 "하이브리드 공격 시나리오"로 규정했으며, 같은 밤 또 다른 비행물체가 화물기와 공중 충돌하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2년간 144건의 드론 침투: 런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2024년 8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유럽 13개국에서 최소 144건의 의심 드론 사건이 발생했으며, 크렘린 주도 UAV 캠페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1. 밤사이 화물구역에서 발견된 '시한폭탄'

2026년 8월 4일 저녁 7시 30분쯤, 폭발물을 실은 드론 한 대가 독일 라이프치히-할레 공항 213번 계류장, 우크라이나 안토노프 화물기 바로 옆에 내려앉았습니다. 그리고 4시간 넘게 아무에게도 발각되지 않았습니다.

발각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습니다. 공항 셔틀버스 기사로 근무하던 한 직원이 밤 11시 42분쯤 저공비행하는 물체를 발견했고, 별다른 장비도 없이 발로 차서 땅에 떨어뜨린 뒤 그대로 발로 밟아 고정시켰습니다. 이후 보안 요원들이 도착할 때까지 그 상태로 붙잡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독일 작센주 경찰과 검찰은 공동 성명을 통해 "공항 직원이 알 수 없는 폭발장치를 탑재한 드론을 발견했다"고 밝혔으며, 연방경찰 폭발물 처리반이 로봇을 투입해 기폭장치를 제거했다고 전했습니다.

독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드론에는 군사용 고성능 폭약인 PETN과 셈텍스(Semtex)가 최대 800그램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폭발물은 빈 통조림 캔 속에 숨겨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셈텍스는 1988년 팬암 103편 로커비 폭파 사건에 사용된 바로 그 폭약입니다. 영국 크랜필드대학교 폭발물 전문가 트레버 로렌스(Trevor Lawrence)는 "비행기 동체는 보통 3밀리미터 두께의 알루미늄에 불과하다"며 "이 정도 폭약이면 상당한 피해를 입히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드론에는 5G 통신 안테나까지 장착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조종자가 유심칩이 꽂힌 인터넷 회선만 있으면 라이프치히 시내 카페는 물론 해외에서도 원격 조종할 수 있었다는 뜻입니다. 독일 드론 전문가 크리스티안 카이저는 "주파수 스캐너로 봐도 일반 휴대전화와 구분이 안 되는, 탐지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행히 기폭장치가 고장 나 폭발하지 않았지만, 만약 작동했다면 야간 운영 중이던 화물터미널과 새벽까지 예정된 여객기 운항에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독일 언론 매체 빌트(Bild)와 슈피겔(Der Spiegel) 등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독일 내 핵심 인프라에 대한 물리적 타격 시도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사건 이틀 뒤인 8월 6일 저녁, 카를스루에 연방검찰청은 사안의 중대성을 이유로 드레스덴 지검으로부터 수사권을 넘겨받았습니다. 연방검찰은 이번 사건을 "독일 교통·물류 인프라에 대한 중대한 공격"이자 "연방공화국의 대내외 안보를 저해할 수 있는 사안"으로 규정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과 같은 날 밤, DHL 화물기 한 대가 착륙을 시도하다 공항 폐쇄 소식에 착륙을 포기하고 재상승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항에서 약 6km 떨어진 상공 400m 지점에서 미확인 물체와 충돌했고, 기체가 손상된 채 하노버 공항에 비상착륙했습니다. 이 물체가 드론이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2. 우크라이나 관련 거점, 표적화 의혹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은 단순한 지방공항이 아닙니다. 유럽에서 네 번째로 큰 화물 허브이자 DHL의 주요 거점이며, 독일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의 군수물자 수송 기지입니다. 특히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침공 이후 이곳은 우크라이나 안토노프 항공(Antonov Airlines)의 유럽 작전기지가 됐습니다.

현장에는 우크라이나 국기색인 노란색과 파란색으로 칠해진 안토노프 수송기가 있었습니다. 동체 옆면엔 영어로 "Be Brave Like Kherson(헤르손처럼 용감하라)"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러시아 공습으로 초토화된 우크라이나 헤르손 지역을 응원하는 메시지입니다. 독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드론은 바로 이 비행기 근처에서 발견됐으며, 기내에는 프랑스에서 막 도착한 군수 탄약이 실려 있었고 우크라이나로의 추가 수송이 예정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우크라이나 주독일 대사 올렉시 마케예프(Oleksii Makeiev)는 독일 방송 벨트TV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외에 누가 있겠느냐"며 즉각 모스크바를 지목했습니다. 독일 당국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연방 내무장관 알렉산더 도브린트(Alexander Dobrindt)는 휴가를 중단하고 현장으로 달려가 "새로운 차원의 위협"이자 "하이브리드 공격 시나리오"라고 규정했습니다.

반면 러시아는 배후설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주독 러시아대사관은 8월 7일 성명을 내고 "독일 내 반러시아 히스테리의 새로운 물결"이라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대사관은 드론이 "우연히" 발견되고 "버스기사에 의해" 제압됐으며 폭발물마저 "역시 우연히" 터지지 않았다는 일련의 과정을 두고 "행운의 우연들이 겹쳐 피해를 막았다는 식"이라고 비꼬았고, 이번 사건을 "키이우와 유럽 정치권 강경파의 이해에만 부합하는, 서둘러 짜맞춘 도발"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로이터(Reuters) 및 블룸버그(Bloomberg) 통신 등 외신은 이번 사건이 대우크라이나 군수지원 공급망 전반을 위협하려는 정치적·군사적 압박 목적이 강하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공급망 역시 유사한 형태의 무인기·소포 기반 테러에 노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3. 2024년 DHL 자가발화 소포 사건과의 연결고리

이번 사건을 이해하려면 2024년 7월로 돌아가야 합니다. 바로 이 라이프치히 공항에서 DHL 소포 하나가 비행기에 실리기 직전 불에 탔습니다. 영국 버밍엄 창고에서도 비슷한 소포가 발화했고, 폴란드에서도 관련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유럽연합 사법협력기구 유로저스트(Eurojust)는 2026년 3월 발표에서 이 사건들의 배후를 추적한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유로저스트는 리투아니아와 폴란드에서 22명의 용의자를 특정했으며, 이들이 러시아 군 정보기관을 위해 활동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습니다. 모집과 지시는 온라인 메시징 서비스를 통해 이뤄졌고, 대가는 암호화폐로 지급됐습니다. 역할은 나눠져 있었고, 실행자들은 전체 작전의 윤곽을 모른 채 움직였습니다. 국가가 직접 나서지 않고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대리 행위자를 값싸게 동원하는 전형적인 하이브리드 전술이었습니다.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대테러센터(ICCT)는 2026년 2월 보고서에서 2022년 2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유럽에서 발생한 러시아 연계 의심 사건이 151건에 이르며, 표적 분포는 우크라이나 지원 정도와 강하게 연동된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폴란드, 프랑스, 독일, 영국처럼 우크라이나 지원이 강한 국가들이 다수의 사건을 차지했습니다. 2024년 소포 사건이 '우편·물류 체인 침투'였다면, 2026년 라이프치히 사건은 '공항 인접구역에 대한 직접적 공중 침투'입니다. 수단은 다르지만 공통 목적은 화물·수송 체계의 신뢰도 저하입니다.

4. 유럽 전역을 뒤덮은 144건의 드론 그림자

런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2026년 7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더 큰 그림을 제시했습니다. 2024년 8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유럽 13개국과 아일랜드에서 드론 관련 의심 사건이 최소 144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군사기지, 민간 공항, 항만, 에너지 시설 상공에서 의심 드론이 관측됐습니다. IISS는 이것이 크렘린이 주도한 광범위한 무인항공기(UAV) 캠페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독일 한 국가만 놓고 봐도 상황은 심각합니다. 독일 통신사 dpa 집계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에만 독일 내 국제공항 15곳에서 무단 드론이 166차례나 포착됐습니다.

IISS 보고서의 핵심 가설은 '그림자 선단(shadow fleet)' 활용입니다. 러시아 연계 선박들이 국제수역에서 드론의 발진·회수 플랫폼 또는 중계 노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입니다. 이는 기존의 '국경 넘어 날아온 드론' 상상보다 훨씬 복잡한 그림이며, 해상·공중·정보전이 결합된 작전 개념을 시사합니다. IISS 분석에 따르면 유럽 국가들은 상당수 사건에서 드론을 포착·회수·공개 귀속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누가 보냈는지, 어디서 떴는지, 어떤 체계로 대응할지 분명치 않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습니다.

과거 사건들이 주로 정찰·교란·경계반응 측정에 가까웠다면, 라이프치히 사건은 적어도 공개 보도 기준으로는 폭발물 탑재라는 단계로 넘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러시아가 전면전 이하 단계에서 유럽의 취약점을 체계적으로 노출시키는 장기 압박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라이프치히 사건은 그 전략의 한 단계 업그레이드로 읽힙니다.

5. 유럽 항공안보의 구멍, 그리고 통합 대응의 실패

유럽항공안전청(EASA)은 이미 2021년 공항 주변 무단 드론 문제에 대해 별도 가이드를 내면서, 이러한 사건이 단순 부주의 조종일 수도 있지만 고의적 방해, 범죄적 의도, 극단적으로는 테러 동기를 가질 수 있다고 적시했습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도 무인기 오남용이 규제공역 및 공항 주변 불법 침투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점점 커지는 위협이라며, 국가들이 민간항공 인프라 보호를 위해 예방·대응·영향 완화 조치를 갖춰야 한다고 안내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대응 체계의 분절입니다. 공항 운영자, 항공교통관제, 경찰, 정보기관, 군, 검찰, 국경·세관, 제재당국이 같은 위협 그림을 실시간으로 공유하지 못하면 값싼 드론은 계속 높은 효율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EASA의 공항 드론 사건 매뉴얼은 탐지 시스템의 배치를 위험기반 접근(risk-based approach)으로 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즉 라이프치히처럼 민간·군사·전략물류 기능이 겹치는 공항은 더 높은 방호 등급이 정당화된다는 뜻입니다.

유럽연합(EU)은 2024년 10월부터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위협 및 불안정화 활동을 겨냥한 제재 프레임워크를 도입했고, 2025년 5월에는 제재 범위를 선박·항공기·부동산·통신망 물리 요소 및 금융거래 등으로 넓혔습니다. 그러나 제재가 존재해도 러시아 연계 파괴공작은 부인 가능성(plausible deniability), 대리행위자 사용, 다영역 분산, 비용 비대칭성 때문에 계속 유효합니다. 실제 폭발 성공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유럽 공항과 군수거점은 언제든 뚫릴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드는 것입니다. 항공편 중단·활주로 폐쇄·현장 통제·언론 파장·보험 및 보안비용 증가가 곧 하이브리드 공격의 효과입니다.


Deep Dive Q&A
Q1. 이번 사건은 정말 러시아의 소행일까?

A1. 독일 당국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러 정황이 러시아 연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합니다. 드론이 우크라이나 군수물자 관련 거점 근처에서 발견되었다는 점, 2024년 DHL 소포 사건에서 이미 러시아 군 정보기관 연계가 의심되는 22명의 용의자가 특정됐다는 점, 그리고 IISS가 분석한 유럽 전역 144건의 드론 사건이 크렘린 주도 캠페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 등이 그 근거입니다. 우크라이나 주독 대사가 즉각 러시아를 지목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8월 7일 성명을 통해 이런 의혹 제기 자체를 "반러시아 히스테리"라며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Q2. 왜 하필 라이프치히 공항이었을까?

A2.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은 유럽에서 네 번째로 큰 화물 허브이자 DHL의 주요 거점입니다. 동시에 독일군과 NATO의 군수물자 수송 기지이며, 2022년 이후 우크라이나 안토노프 항공의 유럽 작전기지가 됐습니다. 즉 민간 물류, 군사물류, 우크라이나 지원선이 겹치는 전략적 노드입니다. 공격자가 정말 러시아 국가기관 또는 그 대리 네트워크와 연결돼 있다면, 목적은 단순 파괴가 아니라 유럽의 대우크라이나 지원망이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을 퍼뜨리고 비용을 높이며 대응 절차를 마비시키는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Q3. 유럽의 공항 방어 체계는 왜 이렇게 취약한가?

A3. 기술적 한계보다 더 큰 문제는 기관 간 분절입니다. 공항 운영자, 항공교통관제, 경찰, 정보기관, 군, 검찰이 같은 위협 그림을 실시간 공유하지 못하면 값싼 드론도 높은 효율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번 라이프치히 드론에 5G 통신 모듈이 탑재돼 있었다는 점은 이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 휴대전화 신호와 구분이 안 되는 방식으로 조종되면, 기존 주파수 탐지 장비로는 사실상 걸러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EASA와 ICAO는 이미 수년 전부터 공항 주변 무단 드론을 안전과 보안의 복합 이슈로 보라고 권고했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탐지·식별·현장지휘·법적 권한 체계가 상시화되지 않았습니다. IISS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국가들은 상당수 드론 사건에서 드론을 포착·회수·공개 귀속하는 데 실패했으며, 이는 대응 체계가 위협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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