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기견 보호센터인 서울 강동리본센터에서 유기견들이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휴가철이 맞물리면서 반려동물 유기·유실이 늘고, 야외나 차량 등에 방치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9일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본격 무더위가 시작된 지난달 전국에서 구조된 개와 고양이 등 유기·유실동물은 7천741마리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95.4%는 현재까지 보호 중이며, 소유자에게 반환된 비율은 3.1%에 그쳤습니다.
유기·유실동물은 지난 1월 5천100마리에서 2월 4천505마리로 소폭 줄었다가 날이 풀리기 시작한 3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전국적으로 폭염특보가 발효되고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가 이어진 이달 3∼7일에는 하루 190∼295마리가 구조돼 평소 일평균 구조 규모의 2배를 웃돌았습니다.
실제로 지난 1일에는 한 30대 여성이 충북 청주시 서원구의 한 공원 놀이터에 자신이 기르던 반려견을 유기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 여성은 놀이터 기둥에 반려견을 묶어둔 뒤 '버린 강아지'라는 취지의 메모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청주의 낮 최고기온은 36도를 기록했습니다.
통상 반려동물은 사람보다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져 폭염에 취약합니다.
이런 가운데 반려동물을 그늘이나 식수 없이 방치해 탈수와 열사병 위험에 노출시키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단체 엔젤프로젝트는 최근 38도에 육박하는 폭염 속에서 냉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한 펫숍(반려동물 분양소)에 방치돼 있던 반려견 18마리를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밝혔습니다.
엔젤프로젝트는 또 지난 6일 서울 관악구의 한 건물 옥상에 반려견이 방치돼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을 찾았으며, 당시 옥상 바닥 온도가 50∼60도에 달하고 햇빛을 피할 가림막도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최근 충남 서산의 한 주택 마당에서 그늘 없이 음식물 쓰레기 주변에 묶여 있던 반려견을 구조했습니다.
이 반려견은 아사 직전 상태로 발견돼 동물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동물구조단체 위액트도 불볕더위 속 차 안에 리트리버가 나흘째 갇혀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반려견을 구조했습니다.
단체는 견주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아 반려견을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전했습니다.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보호소 현장에서는 보호 동물이 급증하면서 여름철 보호·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펫숍에 방치되거나 무더위에 긴급 구조된 동물이 늘면서 구조·보호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며 "전국 곳곳의 동물보호소에서도 배변패드와 여름 이불뿐 아니라 냉방시설과 전기설비 확충이 필요하다며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여름철 특히 늘어나는 반려동물 유기·방치 문제를 줄이기 위해 양육 단계부터 제도적 관리와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합니다.
조경 부산보건대 동물복지과 교수(학과장)는 "휴가 기간 반려동물을 맡길 곳을 찾기 어렵거나 위탁 돌봄 비용에 부담을 느껴 유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빈집에 동물만 남겨두고 여행을 떠나 해당 기간 반려동물을 유실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반려동물의 번식·판매·유통을 제한해 생명을 쉽게 사고파는 상업적 문화를 법과 제도를 통해 규제할 필요가 있다"며 "초·중·고 학생을 비롯한 국민을 대상으로 동물복지 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해 생명 존중 문화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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