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연임 문제를 둘러싸고 주말 동안 공개 설전을 벌인 미국과 프랑스가 27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장에서 또다시 정면 충돌했습니다.
미국 대표단은 프랑스 대표의 발언이 시작되자 회의장을 떠나기까지 했습니다.
양국의 이번 충돌은 지난 24일 튀르크 최고대표의 임기 연장안 표결에서 비롯됐습니다. 유엔 총회는 그의 임기를 4년 연장하는 안을 프랑스를 포함한 찬성 144표, 반대 10표, 기권 13표로 가결했다. 미국은 이스라엘, 러시아, 북한 등과 함께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그러자 제네바 주재 프랑스 유엔 대표부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미국을 공개 비판했습니다.
프랑스 대표부는 "미국은 과거 인권의 등불이었지만 더는 아니다"라며 "오늘날 미국은 북한, 니카라과, 말리, 러시아와 나란히 고립됐고 세계는 더 이상 미국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적었습니다.
이에 마이크 왈츠 주유엔 미국 대사는 X에 "프랑스는 미국, 영국, 이스라엘과 같이 자유롭고 주권적인 민주주의 국가들을 향해서는 훈계조로 일관하면서 정작 세계 최악의 억압자들과는 밀착하는 인물에게 투표했다"고 반박했습니다.
튀르크 최고대표가 그동안 미국의 이민 정책과 이스라엘의 가자전쟁 등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인권 탄압이 심각한 권위주의 국가들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했다는 미국의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올해 말 퇴임을 앞두고 측근인 튀르크 최고대표의 연임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그의 임기 연장에 반대해왔습니다.
공개 설전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로까지 번졌습니다.
이날 회의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됐지만, 제롬 보나퐁 주유엔 프랑스 대사가 발언을 시작하자 미국 대표단은 회의장을 떠났습니다. 안보리 회의 중 퇴장 사태는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후 회의장에 돌아와 발언에 나선 댄 네그리아 주유엔 미국 대사는 우크라이나전 종식을 촉구한 뒤 프랑스를 겨냥했습니다.
네그리아 대사는 "분쟁이든 인권처럼 국제 평화·안보와 무관한 주제든 상관없이 모든 주제에 대해 우리에게 설교하려 드는 이사국이 있다"며 "그것이 우리가 프랑스의 발언 중 퇴장한 이유"라고 항의의 의미로 퇴장한 것임을 공식화했습니다.
그는 "이런 위선적인 과시는 피곤하지만, 상임이사국으로서의 동료애와 상호 존중 차원에서 참아왔다"며 "그들에게 세계 자유의 등불로 남아있는 것은 바로 미국임을 상기시키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그들이 거만하고 무례한 언사를 철회하고, 안보리 이사국에 맞는 태도를 보일 때까지, 그들의 정치적 헛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재차 발언 기회를 얻은 보나퐁 대사는 미국의 퇴장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프랑스가 미국의 독립을 도왔고, 최근 미 건국 250주년 기념행사에도 참석했다는 점을 거론한 뒤 프랑스는 유엔 창립 정신에 따라 활동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번 충돌은 튀르크 최고대표의 연임을 계기로 표면화됐지만, 최근 악화한 미국과 프랑스, 나아가 미국과 유럽의 균열을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비 부담,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유럽의 이란전쟁 지원 등을 두고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과 갈등을 이어왔습니다.
(구성 : 진상명, 영상편집 : 김혜주,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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