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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장 남긴 뒤 땅 팔면 유언 무효?…대법 "단정 못해"

유언장 남긴 뒤 땅 팔면 유언 무효?…대법 "단정 못해"
▲ 유언장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부모가 자녀들에게 부동산을 서로 다른 비율로 물려주겠다는 유언을 남긴 뒤 정작 그 부동산을 팔고 숨진 사건에서 생전 처분만으로 유언이 철회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단했습니다.

부동산 매매대금도 유언에서 정한 비율대로 상속하려는 의사가 있었을 것이란 취지입니다.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사망한 A 씨의 자녀 B 씨가 "망인 유언의 효력을 확인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패소 판결을 지난달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습니다.

A 씨는 2016년 부동산을 자녀 4명에게 다른 비율로 나눈다는 내용의 유언증서를 작성했습니다.

B 씨가 35%, 나머지 3명은 각 11%, 19%, 35%를 받는 것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부동산이 지역주택조합 사업 부지에 포함되자 A 씨는 2019년 3월 부동산을 조합에 8억 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A 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고 유언장에 적힌 부동산의 매매대금을 어떻게 나누는지가 이 사건의 쟁점이 됐습니다.

A 씨 사망 이후 조합은 A 씨 자녀들과 개별적인 매매에 합의해 각각 1억 7천700만원씩 동일하게 지급하고 소유권을 이전받았습니다.

그러자 B 씨는 유언의 효력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형제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유언장에 적힌 부동산 상속 비율에 따라 매매대금을 나눠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1·2심은 B 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A 씨가 생전에 부동산을 매도해 유언증서의 내용과 저촉되는 행위를 했으니 유언을 철회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유언자가 특정인에게 목적물을 유증한 이후 해당 목적물을 제3자에 처분했더라도 여전히 그 처분대금 등 대상 재산에 대해 유언의 효력을 미치게 할 의사가 추단된다면 쉽게 유언의 철회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유언자의 의사가 유언의 일부라도 철회하려는 의사인지, 아니면 전부를 철회하려는 의사인지 여부는 실질적으로 집행이 불가능해진 유언 부분과 관련지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망인의 의사는 상속인들에게 부동산에 관한 상속 비율을 법정상속분(각 ¼)과 다르게 정하려는 것"이라며 "부동산을 매도하는 경우에도 부동산 매매대금은 그 부동산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형태가 변경된 것에 불과한 대상 재산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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