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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게 이긴 정원오, 두껍게 이긴 오세훈? 427개 동네가 남긴 답 [사실은]

지방선거의 무게 ⑫편

얇게 이긴 정원오, 두껍게 이긴 오세훈? 427개 동네가 남긴 답 [사실은]
흔히 지방선거를 '중앙 정치의 대리전'으로 부릅니다. 그 정치적 의미, 중요합니다. 하지만, 거대 담론이 선거판을 휩쓸 때면 정작 우리가 사는 동네의 이야기는 그 기세에 눌려 보이지 않게 됩니다.

SBS 탐사기획팀은 투박한 정치적 구호 대신 '데이터'라는 정밀한 렌즈를 통해 지방선거를 들여다 보려 합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이 우리 동네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지표로 확인해 보고, 동네 단위 방대한 선거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 동네 별 세세한 표심은 물론 그 이면에 숨겨진 과학적 흐름을 읽어드리고자 합니다.

지방선거의 주무대는 '중앙'이 아닌, '우리 동네'이기 때문입니다.

'구름 위의 전쟁'이 아닌 우리 일상의 결을 결정하는 '촘촘한 민주주의'의 장. 그 무게를 유권자 분들과 함께 고민하는 '지방선거의 무게' 연속보도, 오늘은 그 열두 번째 순서입니다.
이번 6·3 지방선거는 끝까지 판세를 읽을 수 없는 곳이 적지 않았습니다. 공중파 3사 출구조사는 서울시장 예측에서 빗나갔고, 부산은 뒤지던 판세가 막판에 뒤집혔습니다. 경남은 '역대급 초박빙' 끝에 당락이 갈렸습니다. 광역단체장 '민주당 12 대 국민의힘 4'. 한 줄 성적표 뒤에는, 그렇게 접전과 역전이 줄을 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서울은 가장 묘한 역설을 남겼습니다. 전반적인 표심은 민주당으로 기울었는데, 시장은 오세훈 후보가 가져갔습니다. 정원오 후보는 절반이 넘는 동네에서 이기고도, 정작 서울 전체에서는 졌습니다. 어디서, 무엇이 그를 주저앉혔을까. SBS 탐사기획팀은 서울 427개 행정동을 4년 전 지방선거와 한 동네씩 포개어, 데이터를 분석해봤습니다.

민주당 '우세', 427동 중 220곳 승리

아래 그림이 말하는 건 명확합니다. 서울 427개 행정동 가운데 220곳(52%)에서 정원오 후보가 오세훈을 앞섰습니다. 4년 전 8회 지선에서 민주당이 앞선 동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평균적으로 동네마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 비해 민주당 쪽으로 +17%p 안팎씩 기울었습니다.
팩트체크 사실은 지방선거의 무게 연속보도

그런데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정원오 후보는 절반이 넘는 동네에서 이기고도, 서울 전체로는 졌습니다. 이 역설이 이번 서울 선거의 핵심입니다. 답은 '얼마나 많은 동네에서 이겼는가'가 아니라 '어디서, 얼마나 크게 졌는가'에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따져볼까요?

방어선은 '강남3구+용산'

지도에서 끝까지 붉게 남은 곳은 분명합니다. 바로 민주당이 국민의힘에게 패한 동네들이죠. 강남구 -38.8%p, 서초구 -35.9%p, 용산구 -21.7%p, 송파구 -16.9%p. 특히 강남구(22개 동)와 서초구(18개 동)는 단 한 동네도 민주당에게 내주지 않았습니다. 이 동네 한복판으로 들어가면 격차는 더 벌어집니다. 압구정동에서는 오세훈 후보가 정원오 후보를 무려 71.9%p 차로 눌렀고, 대치1동·도곡2동·반포2동·신사동도 60%p 안팎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팩트체크 사실은 지방선거의 무게 연속보도

이 네 곳이 서울 전체 숫자를 어떻게 떠받쳤는지는, 순득표차로 보면 한눈에 들어옵니다. 강남3구에서만 오세훈 후보는 정원오 후보를 21만 7천여 표차로 눌렀고(강남 -10만·서초 -7.3만·송파 -4.8만), 여기에 용산구(-1.9만)까지 더하면 23만 9천여 표입니다. 반면 나머지 21개 구를 다 합치면 정원오 후보가 17만 9천여 표 앞섰습니다. 즉, 오 후보가 6만 표 더 받은거죠. 서울 전체의 승부는 이 네 곳이 만든 격차 하나로 뒤집힌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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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바로 '유권자수' 입니다. 강남3구엔 서울에서 유권자가 가장 많은 송파구(1위)와 세 번째로 많은 강남구(3위)가 들어 있습니다. 그래도 세 구를 합쳐야 서울 유권자의 16.7%, 6분의 1 남짓입니다. 그런데 이 강남3구가 만든 순득표차(-22만 표) 하나가, 나머지 21개 구가 정원오 후보에게 몰아준 +17.9만 표를 통째로 덮었습니다. 머릿수가 아니라 '격차의 농도'였습니다. 심지어 강남구에서만 정원오 후보를 10만 표 차로 눌렀을 정도였으니깐요. 여기에 용산구(-1.9만)까지 더해, 서울 전체는 -6만 표로 오 후보에게 기울었습니다.

'강북의 반란', 외곽 13개 구가 통째로 돌아섰다

강남3구와 용산이 막아섰다면, 그 반대편에서는 조용한 반전이 나타났습니다. 4년 전 8회 지선에서는 25개 구 모두 오세훈 후보가 앞섰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한강 북쪽과 서남권 외곽의 13개 구가 일제히 민주당으로 돌아섰습니다. 은평구 +9.0%p, 강북구 +8.0, 금천구 +6.7, 중랑구 +5.7, 관악구 +4.5, 구로구 +3.8, 성북구 +3.6, 노원구·도봉구 +3.3, 강서구 +3.2. 4년 전이라면 박빙이거나 보수가 앞섰을 동네들입니다.
팩트체크 사실은 지방선거의 무게 연속보도

서울을 남북으로 갈라온 옛 지도, 한강 이남은 보수·이북은 민주당이라는 구도가 이번엔 그 어느 때보다 또렷하게 다시 그려졌습니다. 다만 방향은 같아도 강도가 달랐습니다. 강북의 우세는 한 자릿수, 강남의 우세는 두 자릿수에서 많게는 70%p대. 같은 도시 안에서 표심의 '온도차'가 이렇게까지 벌어진 선거도 드뭅니다.

진보 표심을 움직인 '신축벨트'

그렇다면 무엇이 동네를 움직였을까요. 8회 대비 민주당 쪽으로 가장 크게 이동한 구는 성동구로, +25.7%p나 움직여 25개 구 중 압도적 1위였습니다. 성수동 재개발과 왕십리·응봉·행당의 신축 입주가 몰린 곳입니다.
팩트체크 사실은 지방선거의 무게 연속보도

동 단위로 내려가면 더 선명합니다. 서울에서 표심이 가장 크게 출렁인 동네는 마포구 상암동(+31%p 안팎)과 성동구 일대였습니다. 특히 성동구는 정원오 후보가 12년 간 구청장을 지내며 표밭을 일군 곳이죠. 성동에서만 응봉동(+31)·행당2동(+29)·왕십리2동(+28)·송정동(+28)을 비롯해 표심 이동 상위권이 줄줄이 나왔습니다. 성수·왕십리·금호의 재개발과 신축 입주가 몰린 동네들입니다. 새로 이사 온 젊은 세대가 표를 민주당으로 옮긴 신호입니다. 

다만 '신축=민주 압승'은 아니었습니다. 강동구는 +17.2%p나 이동하고도 여전히 평균 -7%p가 남아(둔촌2동도 -8.5%p), 둔촌의 초대형 신축으로도 원래 두꺼운 보수의 벽을 넘진 못했습니다. 강동(+17.2)·송파(+15.7)처럼 재건축이 몰린 곳도 흔들리되 넘어가진 않은 겁니다. 게다가 흔들림이 신축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어서, 은평·구로·도봉 같은 외곽 구도 +19%p 안팎으로 비슷하게 움직였습니다. 그럼에도 가장 뜨거운 진앙이 새 아파트 동네였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한 동네에 누가 새로 들어와 사는가'가 다음 선거의 지형을 미리 그리고 있습니다.

정원오 후보는 왜 이 흐름을 못 살렸나 ①: 인물의 힘이 약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남습니다. 절반이 넘는 동네가 민주당으로 기울었는데, 정작 정원오 후보는 왜 그 흐름에 올라타지 못했을까요. 첫째 실마리는 '인물의 힘'입니다. 민주당 시장 후보가 같은 당 광역비례대표 득표율보다 얼마나 더 받았는지를 따져봤습니다. 정원오 후보는 시장 선거에서 48.1%를 얻어, 민주당 비례 득표율(43.9%)보다 +4.2%p 높았습니다. 물론, 이것도 높다고 할 수 있지만 전국적으로 민주당에게 유리했던 흐름 속에서 보자면 꼭 높은 건 아닙니다. 다른 광역의 민주당 후보들은 정 후보보다 훨씬 더 개인의 득표율을 끌어올렸기 때문입니다. 대구 김부겸 후보 +11.7%p, 부산 전재수 후보 +6.3%p, 경기 추미애 후보 +6.0%p로 정 후보보다 더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팩트체크 사실은 지방선거의 무게 연속보도

같은 '민주당 후보'인데, 정원오 후보의 +4.2%p는 이들에 한참 못 미쳤고 전국 17곳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축이었습니다. 다른 후보들은 당의 기본 지지를 '인물의 힘'으로 크게 키웠지만, 정원오 후보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서울의 민심이 민주당으로 기운 그 절반의 흐름이, 시장 후보 개인에게서는 더 증폭되지 못한 채 멈춘 것입니다.

정원오 후보는 왜 이 흐름을 못 살렸나 ②: 시장은 '오세훈', 구청정은 '민주당'

둘째는 같은 날 나란히 치러진 구청장 선거입니다. 서울 25개 자치구청장을 다 합치면 민주당 후보들이 51.4%로 국민의힘(46.9%)을 4.5%p 앞섰습니다. 구청장은 민주당이 분명히 이긴 선거였는데, 정작 시장은 정원오 후보가 졌습니다(48.1% 대 49.2%). 쉽게 말하면, 유권자가 투표장에 들어가서 구청장은 민주당, 시장은 국민의힘으로 표를 갈라 찍은 것입니다. 427개 동 가운데 61곳에서 '시장은 오세훈 후보, 구청장은 민주당'이라는 정반대 결과가 나왔습니다.
팩트체크 사실은 지방선거의 무게 연속보도

지도로 펼치면 이 분할이 한쪽으로 쏠립니다. 강북 외곽은 시장·구청장 둘 다 민주당(파랑), 강남3구·용산은 둘 다 국민의힘(빨강)으로 비교적 깔끔하게 갈렸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 동작·강서·영등포 같은 서남권에서 표심이 두 갈래로 찢어졌습니다(보라색). 시장 표는 오세훈 후보에게, 구청장 표는 민주당에게 간 동네들입니다. 분할이 가장 많은 곳도 동작구(10곳)·강서구(9곳)·영등포구(7곳) 순이었습니다.

동작구가 그 축소판입니다. 시장은 오세훈 후보(49.6%)가 정원오 후보(47.2%)를 눌렀지만, 구청장은 민주당 류삼영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를 10%p 넘게 앞서 당선됐습니다. 한 동네에서 시장과 구청장의 선택이 정반대로 갈린 겁니다.

이 엇갈림의 의미는 4년 전과 맞대면 분명해집니다. 8회 지선에서 오세훈 후보는 서울 전체 자치구에서 자기 당 구청장 후보보다 더 큰 표차로 이겼고, 그 힘으로 국민의힘 구청장 19명을 함께 당선시켰습니다(민주당은 6명). 인기 있는 시장이 같은 당 후보들을 끌어올리는 '낙수 효과'였습니다. 9회는 정반대였습니다. 구청장 판세 자체가 민주당 15곳, 국민의힘 10곳으로 뒤집혔는데, 정원오 후보는 25개 구 중 18곳에서 자기 당 구청장 후보보다 표차가 작았습니다. 구청장은 이기고 있는데, 정작 시장 후보가 그 등에 업히지 못한 것입니다.
팩트체크 사실은 지방선거의 무게 연속보도

이를 행정동 427곳에 점으로 찍으면 한눈에 들어옵니다. 가로축은 그 동네에서 구청장 후보가 자기 당으로 벌린 표차, 세로축은 시장 후보가 벌린 표차입니다. 대각선(45°선)보다 위에 있으면 시장 후보가 같은 당 구청장보다 더 받았다는 뜻(끌어줌), 아래면 못 받았다는 뜻입니다. 오세훈 후보는 427개 중 316개동이 선 위에 몰린 반면, 정원오 후보는 111동뿐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동네에서 정원오 후보가 자기 당 구청장 후보 아래로 가라앉은 겁니다.

가장 상징적인 곳이 정원오 후보의 정치적 고향, 성동구입니다. 정원오 후보는 이곳에서 구청장을 세 번 지냈습니다. 그런 성동에서조차 정원오 후보의 시장 득표율(51.2%)은 같은 당 구청장 후보 유보화(53.5%)보다 낮았습니다. 자기가 키운 텃밭에서도, 인물의 힘이 당 후보를 넘지 못한 셈입니다.

427개 동네가 남긴 답은?

427개 동네가 남긴 답은, 당이 아니라 인물이었습니다. 표심은 민주당으로 기울었지만, 그 표심은 정원오 후보 개인에게서 한 번 더 증폭되지 못했습니다. 같은 유권자가 구청장은 민주당, 시장은 국민의힘을 택한 서울의 분할 투표는 결국 정당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평가였습니다. 1천만 도시의 4년을 가른 6만 표의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번 선거 결과를 온전히 후보 개인의 경쟁력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서울시장 선거는 전통적으로 중앙정치와 부동산 이슈의 영향을 크게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장 후보들, 정원오, 오세훈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도 강남3구와 용산 등 재건축·재개발 기대가 높은 지역에서는 국민의힘 지지가 강하게 유지됐습니다. 민주당 지지세가 서울 전역에서 회복되는 흐름 속에서도 이들 지역이 끝까지 오세훈 후보를 선택한 배경에는 후보 개인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부동산 정책에 대한 선호와 정책 연속성에 대한 기대가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같은 날 치러진 선거에서 나타난 분할투표 현상 역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일부 유권자들은 구청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를 선택하면서도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를 택했습니다. 이는 정원오 후보 개인에 대한 평가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중앙정부와 서울시 권력을 서로 다른 정당에 맡겨 균형을 맞추려는 견제 심리의 결과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민주당 지지세 회복'과 '오세훈 후보의 경쟁력', 그리고 '부동산 정책과 정권 견제 심리'가 동시에 작용한 복합적인 선거였습니다. 데이터는 정원오 후보가 민주당 상승 흐름을 충분히 자기 표로 연결하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주지만, 그것만으로 6만 표 차이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서울 유권자들의 선택에는 후보 개인을 넘어 정책, 지역 이해관계, 그리고 중앙정치에 대한 평가가 함께 녹아 있었다고 봐야 할 겁니다.

(작가 : 김효진·박정선, 인턴 : 박근호·송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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