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시 자전거
최근 청소년 사이에서 제동 장치가 없는 자전거인 픽시(fixie)가 유행하면서 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청소년 운전자의 자전거 사고가 2~3년 전부터 늘어난 데다 자전거는 다른 탈 것보다 신체적 피해가 더 클 수 있어서입니다.
픽시(Fixie)는 '고정기어 자전거'(Fixed Gear Bicycle)의 영어 약칭입니다.
뒷바퀴와 페달이 직접 연결되고 제동장치나 프리휠(페달과 바퀴 사이에 있는 분리장치)이 없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따라서 페달을 멈추면 바퀴가 멈추기 때문에 일반 자전거처럼 페달링을 잠시 멈춘 채 관성으로 주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페달을 뒤로 돌리면 후진합니다.
이런 특징은 픽시가 19세기 경륜장 같은 트랙 환경에서 일정한 속도로 주행하는 경기용 자전거에서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트랙에서 성능을 높이기 위해 최소한의 장치만 남긴 것입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픽시 자전거 안전실태조사 결과보고'에 따르면 수도권 내 이용 중인 픽시 자전거 54대를 조사한 결과, 16대(29.6%)는 앞뒤 브레이크가 모두 없었고, 31대(57.4%)는 앞 브레이크만 있었습니다.
각종 장치가 생략되다 보니 외형은 간결하면서도 일반 자전거로는 어려운 기술 구사가 가능합니다.
단순한 자전거라기보다는 자신을 나타내는 일종의 스타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입니다.
국내에선 픽시를 소재로 한 웹툰도 유행에 일조했습니다.
이에 더해 2023년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청소년이 픽시로 묘기 주행을 하는 모습이 화제를 모으며 본격적으로 국내 청소년들 사이에서 픽시를 타고 주행하는 문화가 확산했습니다.
최근 2~3년간 지역 기반 온라인 커뮤니티나 자전거 동호인들이 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를 보면 초등학생 또는 중학생 자녀가 픽시를 사달라고 조른다며 가격이 얼마나 하는지, 어떤 모델을 사야 하는지 묻는 글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청소년을 대상으로 픽시를 함께 탈 회원을 구한다는 글도 잇따라 올라옵니다.
그러나 픽시에는 제동장치가 없어 사고 위험이 큽니다.
픽시는 페달을 반대로 밟는 '풋 브레이킹'이나 뒷바퀴를 일부러 미끄러뜨리는 '스키딩', 신발로 타이어에 마찰을 주는 '풋잼' 등의 방식으로 속도를 줄이거나 멈춥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급정지가 어렵고, 숙련된 기술이 필요해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대응이 늦어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제동장치가 있는 일반 자전거는 시속 20㎞로 움직인다고 가정할 때 브레이크를 잡으면 약 5m가량 앞에서 멈춥니다.
그러나 픽시는 이보다 4배에 가까운 19m를 더 가야 멈출 수 있다고 도로교통안전공단은 설명했습니다.
날씨가 궂을 때는 사고 위험이 더 커집니다.
비가 오면 타이어와 노면 사이에 얇은 물막이 생겨 타이어가 노면에 제대로 접지하지 못하고 물 위를 미끄러지는 수막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렇게 되면 픽시의 제동 거리는 더 늘어납니다.
픽시 관련 사고만 집계한 별도 통계는 없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19세 이하 자전거 운전자의 사고 건수가 급증한 점을 두고 픽시의 유행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등록된 19세 이하 자전거 운전자 사고 건수는 2021년 1천80건, 2022년 1천149건.
2023년 1천47건, 2024년 1천584건, 2025년 1천618건 등으로 2024년을 기점으로 급증했습니다.
지난해 사고 건수는 2023년 대비 54.5% 늘어난 수준입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자전거 사고 건수가 2021년 5천509건, 2022년 5천393건, 2023년 5천146건, 2024년 5천571건, 2025년 5천235건 등으로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사고가 늘면서 사상자 숫자도 크게 늘었습니다.
2023년 19세 이하 자전거 운전자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3명이었으나 2024년에는 4명, 2025년에는 5명으로 증가했습니다.
부상자 수도 2023년 1천165명에서 2024년 1천786명, 2025년 1천783명으로 2024년부터 급격히 불어났습니다.
관계기관에서는 19세 이하 자전거 운전자의 사고 증가는 2~3년 전부터 시작된 픽시의 유행 바람과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픽시 자전거 사고만 따로 집계하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청소년 자전거 사고 건수가 2024년부터 갑자기 늘어났다는 점에서 픽시 유행이 유력한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픽시 사고 사례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서울 관악구 이면도로에선 픽시를 타던 중학생이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에어컨 실외기와 충돌해 사망했습니다.
이에 따라 교육청이 학부모들에게 픽시의 위험성을 알리는 가정통신문을 보내 자녀가 사용하는 자전거 앞뒤에 브레이크가 갖춰져 있는지를 확인하고, 자녀가 친구들과 무리 지어 자전거 주행을 할 경우 위험 행동은 없는지 지속해 확인해달라고 안내하기도 했습니다.
픽시는 여러 명이 떼로 타고 다니면서 난동을 부리거나 위험한 주행으로 불편을 끼치는 경우도 흔히 발견됩니다.
지역 기반 온라인 커뮤니티나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청소년들이 무리를 지어 픽시를 타고 다니다가 사고가 날 뻔한 순간을 목격했다는 후기가 자주 올라옵니다.
사고 증가와 함께 픽시에 대한 불만 접수가 계속되자 경찰은 지속적인 단속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경찰청은 지난달 29일에도 자전거를 포함한 '두 바퀴 차'에 대해 7월 말까지 집중 단속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자전거 자체가 불법은 아니고, 도로 이외의 장소에서 안전하게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제동 장치가 없거나 불완전한 상태로 도로에서 운행하면 도로교통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 경찰 판단입니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자전거는 차에 해당하는 만큼 제동장치가 없는 픽시는 '제동장치를 정확하게 조작·운전해야 한다'고 명시된 도로교통법 제48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하면 즉결심판 청구 대상이 됩니다.
자전거는 사고 발생 시 단순한 부상을 넘어 운전자가 형사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습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따라 자전거 운전자 실수로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할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최근 경찰은 자녀의 픽시 위험 운행에 대해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는 보호자를 상대로 방임 혐의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지난 4월 인천 남동경찰서는 픽시를 타던 중학생들을 단속하면서 이 가운데 과거 적발돼 보호 조치한 사례가 있는 중학생 2명의 부모를 아동복지법상 방임 혐의로 조사했습니다.
그러나 입건 전 조사 종결 처분을 내려 실제 방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일각에선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복수의 경찰청 관계자는 "인천 사례에서 (방임 혐의 적용이) 안 됐다고 다 안 되는 것이 아니다.
사례에 따라 다르며 정도에 따라 충분히 방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면 처벌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인천 남동경찰서 사건의 경우 부모가 아동의 보호나 양육 등을 현저히 게으르게 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전거는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의 피해가 더 클 수 있습니다.
지난해 자전거 사고 현황을 보면 자전거 운전자가 피해를 본 사고가 7천945건으로 가해 사고(5천235건)보다 2천700여 건 이상 많습니다.
자전거 사고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 중 절반 가까이가 10대 이하였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가 2019년 발표한 '2012~2017년 자전거 사고로 응급실을 내원한 환자 현황 및 손상 발생 자료'를 보면 해당 기간 자전거 사고로 응급실에 온 환자는 총 4만 6천635명으로, 이 중 43.1%가 19세 이하였습니다.
또 응급실을 찾은 환자의 손상 부위 중 외상성 머리 손상이 46.6%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관계기관들은 브레이크 장착은 물론 자전거 안전 수칙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 등은 ▲ 안전모를 포함한 안전보호장구 필수 착용 ▲ 자전거 안장에 앉았을 때 발이 땅에 닿는 자전거 선택 ▲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고, 자전거 도로가 없다면 가장 바깥 차선의 우측 가장자리로 운행 ▲ 좌·우회전 때 수신호로 방향 표시 ▲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자전거에서 내려 끌거나 들고 보행 등을 안전 수칙으로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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