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벅스 카드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했다는 비판을 받는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 데이' 마케팅을 계기로 상품권 환불 규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불매를 위해 스타벅스 선불카드의 잔액을 되돌려 받으려고 해도 '카드 잔액의 60% 이상을 사용해야 나머지 금액을 환불받을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발목이 잡힌 사람이 적지 않아서입니다.
스타벅스코리아가 내달 1일부터 2주간 한시적으로 선불카드 잔액을 조건 없이 환불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원래 스타벅스코리아의 이용 약관은 선불카드에 대해 마지막 충전 시점 기준 잔액의 60% 이상(1만 원 이하는 80% 이상)을 써야만 나머지를 환불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1만 원을 충전했다면 8천 원 이상, 5만 원을 충전했다면 3만 원 이상을 써야 잔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를 두고 불만 글이 잇달아 올라왔습니다.
스타벅스 마케팅에 대한 항의 표시로 잔액을 환불받고 싶은데 환불받기 위해 먼저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모순이라는 지적과 함께 내 돈으로 충전한 금액을 돌려받는데 조건이 붙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이 때문에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사용하지 않은 스타벅스 카드 잔액을 반환해달라는 지급명령 신청을 법원에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스타벅스코리아뿐 아니라 다른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들도 비슷한 환불 규정을 적용합니다.
메가커피는 유효기간이 지나지 않은 메가선불카드에 대해 '충전액의 60% 이상 사용 시 환불 신청이 가능하며 구매일로부터 5년 이내에 사용 후 잔액에 대해 환불을 신청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또 투썸플레이스는 부분 사용한 모바일 쿠폰 잔액권에 대해 '최초 유효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권면금액의 60% 이상(1만 원 이하인 경우 80%) 사용했을 경우 사용하고 남은 잔액을 구매 시 적용된 할인율을 반영해 환불한다'는 환불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다른 주요 커피 브랜드들도 유사한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의 상품권도 잔액 반환을 위해선 60% 이상 사용해야 합니다.
이들 백화점의 상품권은 종이형과 모바일 구분 없이 모두 액면가의 60% 이상 사용 시(1만 원권 이하는 80%) 잔액을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백화점 상품권의 유효기간은 통상 발행일로부터 5년이지만 바코드 등에 손상만 없다면 유효기간이 지난 뒤에도 액면가 그대로 인정됩니다.
문화상품권도 비슷합니다.
모바일문화상품권을 발행하는 컬쳐랜드는 홈페이지에서 잔액 환불 기준과 관련, 유효기간 경과 전 상품권 금액 100분의 60 이상을 사용했다면 잔액을 환불해준다고 안내했습니다.
배달의민족 교환권도 사용을 위해 등록했다면 60% 이상의 금액을 사용했을 때만 잔액이 현금으로 환불됩니다.
그러나 쿠팡의 쿠페이 머니나 네이버페이 머니, 카카오페이 머니 등은 대개 이러한 조건 없이 잔액을 본인 계좌로 바로 인출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불카드나 상품권 모두 비슷한 것 같지만 관련 부처나 적용되는 기준은 각기 다릅니다.
상품권은 크게 보면 종이 문서 형태인 '지류 상품권'과 전자문서 형태인 '신유형 상품권'으로 나뉩니다.
스타벅스 선불카드는 신유형 상품권, 그중에서도 '충전식 금액형 상품권'에 해당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신유형 상품권 표준 약관이 적용됐습니다.
공정위의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 제7조 환불 규정을 보면 '유효기간 경과 전 금액형 신유형 상품권의 경우, 신유형 상품권 금액(다수의 상품권을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에는 총금액, 충전형 상품권의 경우 고객의 최종 충전 시점에 기재된 금액)의 100분의 60(1만 원 이하는 100분의 80) 이상에 해당하는 물품 등을 제공받고 고객이 잔액의 반환을 요구하는 경우, 발행자 등은 잔액(구매액을 기준으로 사용 비율에 따라 계산하여 남은 비율의 금액)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논란이 된 스타벅스의 선불카드 환불 정책은 이 규정을 따른 것입니다.
다만 공정위 표준 약관을 기업이 무조건 따라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곽고은 공정위 약관특수거래과장은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은 이게 표준이라고 제시하는, 일종의 권고사항이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정부가 마련한 기준인 만큼 업계도 이에 맞춰 운용한다"고 말했습니다.
특정 비율 이상을 사용해야 환불해 주는 방식은 지금은 사라진 '상품권법'에서 유래했습니다.
상품권법은 당시 유행하던 구두상품권 등을 규제하던 법으로, '80% 이상 사용시 환불'하도록 했습니다.
이른바 '상품권 깡'으로 불리는 불법 할인판매 등의 가능성을 고려한 규정이었습니다.
그러나 1999년 상품권법이 폐지되며 소비자 권익 확대를 위해 60% 이상 사용으로 기준이 낮아졌습니다.
과거 상품권법의 높은 기준으로 소비자들이 필요치 않은 물건을 구매하는 등 불편이 뒤따라 기준을 낮췄다고 공정위 관계자들은 설명했습니다.
나아가 소비자 혼란을 줄이기 위해 동일한 비율을 모바일 상품권에도 적용하게 됐습니다.
지류형 상품권에는 공정위의 상품권 표준 약관,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이 적용됩니다.
지류형 상품권 표준약관의 제8조(상품권의 잔액반환)는 60% 이상 사용했을 경우(1만 원 이하는 80%) 고객이 요구하면 발행자나 가맹점이 잔액을 현금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신유형 상품권 표준 약관과 마찬가지로 권고사항에 해당해 기업이 스스로 환불 기준을 정할 수 있습니다.
한편 스타벅스 선불카드와 달리 네이버페이머니, 카카오페이머니 등은 신유형 상품권이 아닌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분류됩니다.
선불전자지급은 충전한 선불금으로 가맹점을 통해 각종 상품이나 서비스를 결제하는 것으로, 선불전자지급수단은 환불에 있어서 전금법과 신유형상품권 표준약관이 동시에 적용됩니다.
따라서 스타벅스처럼 '60% 이상 사용 시 잔액 환불' 약관을 적용해도 됩니다.
그러나 이들 업체가 충전금 100% 환불 정책을 적용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이러한 약관이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자라고 다 이렇게 100% 환불해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네이버페이 측도 "표준 약관은 표준 약관일 뿐, 어떻게 할지는 사업자가 정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타벅스 선불카드도 신용카드나 계좌 이체 등을 통해 선불금 형태로 충전해 씁니다.
그러나 가맹점이 2개 이상이어야 하는 전금법 규정과 달리 스타벅스는 모든 지점이 본사 직영이라 하나의 가맹점으로 간주돼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맹점 개수는 사업자등록번호를 기준으로 하는데 본사 직영인 스타벅스는 하나의 가맹점만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지류보다 모바일 상품권이 더 널리 쓰이는 시대 변화에 맞춰 신유형 상품권에 대한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지난해 표준약관을 개정해 유효기간이 지난 모바일 상품권의 환불 비율을 상향했습니다.
기존에는 유효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사용되지 않은 신유형 상품권의 경우 구매액의 90%만 환불되고 10%는 환불 수수료 명목으로 소비자가 부담해야 했으나 약관 개정을 통해 이를 95%까지 돌려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또 잔액을 포인트나 적립금으로 환불받는다면 100% 반환도 가능하게 했습니다.
손해가 전혀 없이 상품권 금액을 전액 보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모바일 교환권에 대해 구매일로부터 1년이 지날 경우 전액 쇼핑포인트로 환불 신청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쇼핑포인트는 카카오톡 선물하기나 톡딜, 카카오쇼핑라이브 등 카카오 내부 커머스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도 선물하기 서비스에 대해 공정위 권고대로 환불 약관을 개정할 예정입니다.
스타벅스 논란으로 환불 규정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만큼 포괄적인 재검토도 정부 차원에서 이뤄질 전망입니다.
공정위는 스타벅스의 환불 규정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스타벅스 논란으로 관련 부서에서 표준약관을 더 합리화할 방안이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양동훈 공정위 소비자거래정책과장은 "현 단계에서 (환불 약관 개정이) 된다, 안된다 말할 수는 없지만 고민해야 할 부분은 있다고 본다"면서 "전체적으로 시장 상황을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상품권 환불 기준이 60% 이하로 내려가기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상품권이 법적으로 갖는 의미는 표시된 금액에 해당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청구할 수 있는 청구권이기 때문에 발행자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는 있지만 현금을 줄 의무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환불 기준을 없애거나 너무 낮추면 결국 돈과 똑같아지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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