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무즈 해협 위 유조선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 타결 기대감에 국제유가가 급락했지만, 유가가 완전한 정상화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7월 인도부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7.15% 하락한 배럴당 96.14달러였습니다.
브렌트유가 100달러 아래로 내려온 것은 4월 하순 이후 처음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전쟁 이전보다 배럴당 20달러 이상 높은 수준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척과 초대형 유조선이 잇따라 통과하며 제한적인 운항 재개 신호를 보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재개방되면 전쟁 발발 이후 에너지·비료 가격 급등으로 촉발된 전 세계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되고, 금리 인하 기조를 뒤집었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도 전환점을 맞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협상 기대감에도 좀처럼 낙관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종전 협정안에 따른 실질적 혜택이 나타나기까지는 수개월 이상이 걸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더라도 즉각적인 공급 정상화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습니다.
페르시아만에 묶인 선박 약 2천 척의 재배치와 이란의 공격으로 손상된 유전과 LNG 플랜트 복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S&P 글로벌은 완전히 가동을 멈춘 일부 유전을 재가동하는 데 최대 7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해운사들이 운항 재개를 위해 상당 기간의 안정적인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는 점도 즉각적인 유가 정상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실제 전쟁 전 하루 125∼140척에 달하던 호르무즈 통행 선박은 이달 들어서도 손에 꼽을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란이 검문소 설치, 선박 심사 절차, 통항료 부과 등을 통해 해협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아랍에미리트(UAE) 영자지인 걸프뉴스가 전했습니다.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ADNOC) 술탄 알자베르 최고경영자(CEO)는 "분쟁이 내일 당장 끝나더라도 전쟁 전 물동량의 80%를 회복하는 데 최소 4개월이 걸리고, 완전 회복은 2027년 1∼2분기 이전에는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 아민 나세르 CEO도 혼란이 6월 중순까지 지속되면 석유 시장이 2027년 이전에는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이번 사태를 현대 역사상 최대 에너지 공급 위기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석유 생산국도 호르무즈 봉쇄 이후 상징적 수준의 증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8개 주요 회원국은 5월 생산 쿼터를 하루 20만 6천 배럴 늘리기로 합의했으나, 이는 해협 봉쇄로 차단된 공급량의 2%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6월에도 18만 8천 배럴의 소폭 증산을 결정했습니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핵심 산유국들이 해협 봉쇄로 수출 자체가 막혀있어 증산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미국 셰일 생산도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수개월의 개발 기간이 필요해 단기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회의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말바꾸기에서도 비롯됩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협정 타결 임박을 선언했다가 24일에는 이란 선박 봉쇄를 협정 서명 전까지 유지하겠다며 말을 바꿨고, 중재자들은 이란 핵 프로그램 표현과 금융 제재 완화 문제를 놓고 양측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라보뱅크의 글로벌 전략가 마이클 에브리는 "매번 '이번엔 돌파구'라고 하지만 지금까지는 번번이 빗나갔다"고 말했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아태 시장 담당 토머스 매튜스도 "해협이 조만간 다시 열리더라도 에너지 가격과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호르무즈 봉쇄가 한 달 더 이어질 경우 브렌트유가 하반기 평균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고, 장기 봉쇄 시나리오에서는 3분기 120달러, 4분기 115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골드만삭스는 예상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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