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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남방송 듣고 월북 시도했다 징역 15년…39년 만에 재심 무죄

대남방송 듣고 월북 시도했다 징역 15년…39년 만에 재심 무죄
▲ 서울고등법원

1987년 군 복무 중 월북을 시도했다가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던 피고인이 39년 만에 재심을 통해 무죄를 받았습니다.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적진도주미수,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A 씨는 군 복무 중이던 1987년 6월 방책선 보강 작업을 하던 중 월북을 시도했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았습니다.

당시 검찰은 편도선염을 앓아 식사할 수 없어 늘 배고픈 상태였던 A 씨가 "김일성 수령님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지상낙원인 인민공화국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월북 종용 방송을 듣고 조금이라도 편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월북을 시도했다며 기소했습니다.

A 씨는 같은 해 7월 보통군법회의에서 무기징역을, 석 달 뒤 육군고등군법회의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A 씨가 상고를 포기하면서 형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재심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수사 과정에서 작성된 A 씨의 진술이 군 수사관들에 의해 불법적으로 체포·구금된 상태에서 가혹 행위를 당하며 확보된 것이라고 보고 그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또, 당시 법정에서 피고인이 했던 진술의 증거 능력도 "애당초 불법적인 체포·구금에서 비롯된 기본적 인권 침해 및 그로 인한 피고인의 위법·부당한 심리적 압박 상태가 재판의 모든 단계 또는 어느 시점부터 완전히 해소됐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며 배척했습니다.

나아가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A 씨가 월북하려던 의사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이뤄진 부대원들의 진술이 군수사관 질의에 소극적으로 긍정한 것에 불과해 신빙성을 높이 평가하기 어렵고, 피고인이 방책선을 넘게 된 경위에 대한 구체적 진술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A 씨를 체포했던 하사가 "선임하사관도 괜찮다고 말하며 안심시키고 양팔을 벌리고 껴안자 피고인은 불안하다면서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고 진술한 점을 토대로 당시 A 씨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뒷받침한다고 봤습니다.

그간 A 씨는 무의식 상태에서 노랫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뛰쳐나갔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A 씨는 지난해 2월 진실화해위원회를 통해 진실 규명 결정을 받기도 했습니다.

진화위는 "피고인은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보안부대 수사관들로부터 구타와 폭행, 협박 등 가혹행위를 당하는 가운데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허위 진술을 강요받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와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된 중대한 인권 침해 사건"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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