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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과 원화의 동반 추락…한국이 타격 1순위인 이유 [스프]

[똑소리E]

강달러
⚡ 스프 핵심요약

금융시장의 한계에 트럼프는 이란과 협상을 시도하며 '치고 빠지기' 전략을 쓰고 있으나, 4월 초까지 뚜렷한 출구 전략이 나오지 않을 경우 세계 경제는 침체에 빠질 수 있습니다.

전쟁 초기 급등했던 금값은 두바이 금 거래 마비와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 시사가 겹치며 급락했고, 달러 현금만 강해지고 있습니다.

원화 가치가 유독 급락한 가운데, 중동발 에너지 및 원자재 공급 차질로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생산 차질과 한국 증시의 자금 이탈 위험이 큽니다.

※ 2026. 3. 26. 출고된 영상을 바탕으로 제작된 기사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뉴욕 증시 눈치는 본다.' 3월 마지막 주를 앞두고 이란 전쟁 격화 우려가 고조됐던 주말 사이에 또 한 번 나온 얘기입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이 버틸 수 있는 한계는 여기까지라는 게 명확해졌습니다. 출구 전략이 뚜렷하지 않은 채 전쟁 두 달째는 못 견디겠다는 거죠.

4월에도 호르무즈 해협이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원유든 LNG든 각종 원료든 현대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핵심 바퀴들이 멈추기 시작할 거다. 뉴욕 증시가 문을 닫은 사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최후통첩을 던지고 이란은 맞불을 놓으면서 안전 자산이라는 금값까지 급락했고요. 그야말로 전 세계 모든 자산에서 돈이 빠지는 움직임이 나타났습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시간으로 월요일 새벽에 최후통첩 시한으로 내걸었던 48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도 별안간 닷새간의 유예를 선언하고 이란과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얘기합니다. 한국 증시는 또 한 번의 블랙 먼데이 폭락을 겪은 후였지만 덕분에 미국 증시는 안도하고 상승 출발할 수 있었죠.

일단 미국이 이란에 15개 조항의 휴전 내지는 종전안을 제시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트럼프는 결국 금융시장의 아우성만은 이기지 못한다. 이게 바로 이른바 '타코(TACO)'라는 용어까지 나오게 한 트럼프 대통령의 치고 빠지기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본격적인 경기 침체가 거론되기 전에 치고 빠지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요? 러우 전쟁보다 더 심각한 전 세계의 공급망 교란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늦어도 4월 첫째 주까지는 이 전쟁의 출구 전략이 뚜렷해져야 한다. 바로 지금이 실물 경기에 후유증이 남지 않을 수 있는 마지막 시점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시한을 넘긴다고 하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나라 중에는 한국이 있을 수밖에 없을 거고요.
에브라힘 졸파가리 | 이란 이슬람 혁명수비대 대변인
우리 발전소들을 다 초토화한다면, 그 발전소들을 다시 지을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은 폐쇄다!

전쟁의 참혹한 한복판에서 금 이야기는 부차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금값의 극적인 변동성이 이란 전쟁이 돈의 세계에 던진 충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란 전쟁이 처음 터진 직후엔 역시 금값부터 다시 오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3주가 지나면서 한때 전쟁 직후보다 1,200달러 넘게 빠지는 모습까지 나타납니다.

전쟁 같은 지정학적 불안이 팽배할 때는 금은 오르는 게 공식 아닌가? 왜 금마저 흔들리는 건가? 장기적으로는 금값이 우상향할 거란 전망이 여전히 우세합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금값의 저점이 더 내려갈 수도 있다. 4천 달러 선도 깨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일단 이번 전쟁은 금이 사실 거추장스러운 자산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부각시켰습니다. 이란 전쟁은 원유나 LNG, 그리고 이들로부터 뽑아내는 나프타나 헬륨 같은 주요 산업 재료들의 이동만 막고 있는 게 아닙니다. 금도 중동에 발이 묶였습니다.

두바이는 세계 2위 규모의 금 거래 허브입니다. 주로 아프리카나 러시아의 금이 두바이를 많이 거쳐서 인도나 중국으로 주로 갑니다. 금은 문자 그대로 비싼 몸이다 보니까 대개 배가 아니라 비행기를 타긴 하는데요. 요즘 금괴는커녕 사람이 탄 비행기도 두바이를 들고 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죠.

두바이에 발주된 금 주문들이 줄줄이 취소되자 두바이 역프리미엄이 나타났습니다. 두바이 거래상들이 기한 없이 이 금덩이들을 쌓아놓느라 보관료만 내고 있는 게 너무 부담스럽다. 전 세계 금값의 기준이 되는 런던 가격보다 할인해 드릴 테니까 제발 좀 사주세요. 대대적 세일에 나서면서 국제 금값 전체 하락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시장이 진짜 위기를 감지할 때마다 나타나던 전형적인 현상이 이번에도 나타났습니다. 지정학적 불안감, 긴장감이 팽팽한 정도일 때는 세상이 금을 삽니다. 그런데 위기가 현실화되기 시작하는 것 같은 결정적인 초입에는 다른 모든 자산들과 함께 금도 팔아치웁니다. 그리고 달러 현금으로 달려가죠.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에도, 2020년 3월 코로나 공포가 자산 시장을 덮쳤을 때도 똑같은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금값이 우상향을 그리는 건 모두 그 이후 위기를 수습하겠다고 막대한 돈을 시장에 쏟아붓기 시작한 이후에나 나온 모습입니다. 지금은 아직 언제 어디서든 통하는 달러 현금 외에 다른 자산은 어떤 것도 안전하지 않은 시점이다.


전쟁이 뒤흔든 자산시장, '킹달러'만 남는다
결정적으로 금값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지난 3월 18일 이후입니다.
제롬 파월 | 미 연준 의장
오늘 (금리 인상) 얘기가 나왔어요. 연준 FOMC의 다음 행보는 금리 인상이 될 가능성에 대한 언급도 있었습니다. 어떤 선택도 배제하지 않고 지켜보고 있어요.

달러의 돈값, 즉 달러의 금리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1월 이후 처음 열렸던 통화정책 회의에서 세상에 눈치를 주면서부터입니다. 전쟁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금리를 내리기는커녕 올려야 할 수도 있다. 경제 기사들에선 주로 '연준 FOMC가 매파적 스탠스를 보였다' 이렇게 표현됐죠.

기름값이 튀어오르면서 지금 모두 인플레이션, 물가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물가' 실물의 가격이 빠르게 오른다면 '금리' 돈의 가격을 내림으로써 물가를 더 부추기는 일은 할 수 없게 됩니다. 설사 전쟁이 4월 안에 끝난다고 해도요. 이미 물가 지표에 지금의 기름값으로 인한 부담들이 한 달째 반영돼 왔습니다.

금리를 결정하는 사람들은 자기 기분이 아니라 앞으로 본격적으로 공개되기 시작할 3월 이후의 물가 지표를 놓고 금리를 정해야 합니다. 달러 금리가 당분간 내려가기는 어느 모로 봐도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달러 대신 이자도 주지 않는 금을 들고 오겠다는 선택은 좀 아쉽게 느껴지게 되는 것이죠.

전쟁 전만 해도, 적어도 올해 6월부터는 미국이 금리를 내리고 올해 두 번은 내릴 거란 전망이 가장 우세했습니다. 그런데 전쟁이 올 초부터 끈질겼던 이 전망을 바꿨습니다.

금 선물 거래의 전 세계 중심지인 미국 CME가 올해부터 거래자들의 증거금을 받아 두는 방식을 바꿨던 것도 영향을 미친 걸로 보이긴 합니다. 금을 지금 정한 가격으로 나중에 인도받겠다는 약속을 주고받는 선물 거래는 다 빚을 내서 하는 레버리지 거래입니다. 그런데 이 레버리지를 쓸 때 증거금을 전보다 좀 더 충분히 넣어둬야 하는 방향으로 요건이 강화된 참이었다는 겁니다.

전쟁 바로 얼마 전에 CME 시장의 거래 조건이 타이트해지면서 전쟁 후에 갑작스런 금값 하락이 나왔을 때 증거금을 채워두려고 또 금을 팔고 이런 모습이 아무래도 좀 더 나오게 됐고 하락세가 좀 더 부추겨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아무튼 당분간은 금도 안전자산이라기보다는 전쟁 장기화는 이기지 못하는 자산이다.

게다가 최근 몇 년간 금 시장이 워낙 관심을 끌다 보니까 거대 기관 투자자나 큰손들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이 워낙 금 투자를 많이 늘렸죠. 그런데 이렇게 전쟁이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니까 금 개미들의 수요가 급감했다는 게 한화증권의 분석이기도 합니다. 시장 참여자들의 범위가 넓어진 만큼 가격의 변동성도 더 커졌다는 거죠. 한화증권은 국제 금값의 단기 저점을 4천 선이 깨진 온스당 3천9백 달러 선으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1,500원 '천장' 뚫렸다.. 유독 원화 하락폭 더 큰 이유는?
실물에 닥치고 있는 위험을 감지한 금융시장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 원화 가치의 하락세도 그중 하나입니다.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500원을 넘어버리더니 한때 1달러에 1,517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올 초에 지금보단 약 달러를 추구하고 있는 데다가 우리로부터 막대한 투자금을 수금해 가는 내용의 협상을 마쳤기 때문에 원화 초약세는 그냥 두지 않을 거란 전망을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요. 그 후로 실제 전쟁 직전까지 원달러 환율은 1,420원대까지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터지면서 올해 원화 가치에 대한 전망에도 리셋이 필요해졌습니다. 4월 초까지 본격적인 전쟁 출구 전략이 나오지 못한다면 한국 돈의 추락에는 당분간 바닥이 없을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김학균 |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전쟁이 장기화되면) 미국의 국채 금리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의 금리가 올라갈 때 한국의 원화가 강세를 나타냈던 적은 역사적으로 별로 없거든요. 지정학적 위험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때는 환율의 고점을 점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 같은 것들은 존재하지 않고요. 생각보다 많이 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금을 비롯한 모든 자산과 통화가 흔들리면서 달러 현금만 강해지고 있는 분위기가 지금 원화가 약해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런데 원화 가치가 다른 나라 돈들에 비해서도 유독 하락세가 큰 게 사실입니다. 전쟁이 시작된 뒤 2주 동안 중동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한국과 함께 가장 걱정인 나라들로 꼽혔던 일본 엔화와 대만 달러보다도 원화의 추락세가 더 빨랐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올해 들어서 우리 주식시장이 전 세계에서 가장 수익률이 좋던 시점에 전쟁이 터진 것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안 그래도 외국인들이 차익을 실현해서 달러를 챙겨가는 모습이 한 번 나타날 시점이었다는 거죠.

게다가 우리 증시는 외국 자본의 ATM이라는 자조적인 별명이 있는데, 그 모습이 이번에 또 두드러졌습니다. 위험자산으로부터 돈을 빼서 달러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포트폴리오 어디서 먼저 뺄까? 이때 선택하는 곳이 사고파는 거래가 아주 쉽게 되어 있는 시장, 한국 증권 시장일 때가 많다는 겁니다.


"러우 전쟁 충격 그 이상".. '공급망 쇼크' 현실화하나
4월 초까지 휴전 내지는 휴전으로 가고 있다는 방향성이 확실히 비치지 않으면 사실 진짜 문제는 금융 시장이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에 나타나게 될 겁니다. 우리나라는 사람들이 근면하고 똑똑한 것이 본래 갖고 태어난 자원의 사실상 전부인 나라죠.

한국 산업 전반에 필요한 건 원유와 LNG 같은 연료뿐만이 아닙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물건들이 원유와 LNG 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만들어집니다. 쓰레기봉투나 일회용 컵부터 자동차, 빌딩에 이르기까지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미 LG화학, 여천NCC, 롯데케미칼, 이 모든 물건들에 쓰여야 할 에틸렌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석유화학 업체들이 원료를 구하지 못해서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계약대로 납품할 수 없다는 불가항력 상태라는 선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반도체 공정에도 원유와 LNG에서 나오는 원료들이 다양하게 다량으로 들어갑니다. 사실 지금의 한국 증시는 양극화가 뚜렷하죠. 반도체를 비롯한 몇몇 부문만 신나게 달리는 이른바 'K자 구조'로 올라왔습니다. 당장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들이 중동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헬륨 같은 원료들을 비축해 둔 게 있다고 하지만, 전쟁이 길어질 경우 반도체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지는 걸 피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기술주 부문의 불안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도 한국이지만 사실상 70개 나라 이상이 얽힌 AI 반도체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전반적으로 비용이 오르고 운송이 늦어지게 되면 그만큼 AI 붐을 믿고 달려온 기술주들에 대한 투자가 부담스럽게 될 거다. 안 그래도 금리도 부담스러워질 상황인데 결국 기술주에 맞춰져 있던 투자 초점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모습까지 나올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바로 한국 증시 같은 곳들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3월 말부터 4월 첫째 주가 정말 중요한 시점입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한 달을 넘겨 가면서 이 상황이 결국 공급망 차질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냐 아니냐의 분수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칫하면 2022년 러우 전쟁 때보다 더 심각한 공급망 차질과 금리 부담, 경기 침체를 각오해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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