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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의 미 상장 승부수…동학개미 왜 술렁일까? [이브닝 브리핑]

SK하이닉스 뉴욕증시 상장 추진의 파장

최태원의 미 상장 승부수…동학개미 왜 술렁일까? [이브닝 브리핑]
이런저런 우려가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지만 한국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단단하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주가가 연일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와중에도 반도체 투톱 종목에 대한 수시 매매로 수익을 냈다는 개미 투자자들이 많다. HBM과 메모리 반도체 주문이 사실상 내년까지 '완판'된 상황이고 반도체 투톱의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만 350조 원까지 늘어났다. 증권사 전망치를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191조, SK하이닉스 159조 원이다.

두 회사는 지난해 각각 43조, 47조 원의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심상치 않은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⓵ 미국의 레거시 반도체 부활 시도, ⓶ 중국의 생산 확대와 기술 추격, 그리고 AI에 끝도 없이 소모되는 ⓷ 기존 반도체를 대체할 새 저장 기술의 개발이다. 또 글로벌 경기에 따라 ⓸ AI 산업 투자 자체가 하향 곡선을 그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생산량을 늘리지 않으면 가격은 더 오르거나 유지된다. 하지만 경쟁국들이 한국산 반도체를 대체하면 시장점유율이 줄어든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정교한 줄타기로 가격과 시장을 모두 잡아야 하는 고민이 있다. 일단 주문량만 메우려 해도 적절한 시설 투자를 해야 하고 그래서 투자금이 필요하다. SK하이닉스는 25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중장기 투자를 위해 현금 100조 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이미 설왕설래했던 미국 증시 상장도 선언했다.

3월26일 박진호 위원 이브닝브리핑용
 

ADR을 통한 뉴욕증시 상장…"TSMC처럼 해외 자본 흡수"

SK의 뉴욕증시 상장 추진은 예견된 일이었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강하게 지속되는 상황에서 생산 인프라 확장이 불가피하지만, 막대한 투자금을 유치하기는 어려운 상황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은 대통령에게 직접 '금산분리 원칙 예외'를 요청하기도 했다. 천문학적 액수가 들어가는 반도체 시설투자의 특성상 직접 외부 자금을 모집하고 신속하게 집행하는 게 절실하기 때문이었다. 반대 여론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상장을 통해 해외 자본을 유치하는 방식을 먼저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ADR(American Depositary Receipt) 상장은 '미국 주식 예탁증서'를 통한 상장을 말한다. 일정 규모의 자사 주식을 미국의 예탁기관(예를 들어 JP모건 같은 투자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달러화 단위의 예탁증서를 받아 '복사본 주식'처럼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방식이다. 통상 상장가는 국내 주가를 기준으로 결정하는데 '주식 1주당 ADR은 몇 주' 식으로 정한다. 미국 등 해외 투자자들은 달러로 매매하고 배당도 받는다. 한국 주식을 미국 거래소에서 매매하면 법적 절차나 환전 등의 걸림돌이 많다 보니 생겨난 방식이다. 이미 포스코홀딩스나 한국전력, SK텔레콤, KT 등이 같은 방식으로 뉴욕증시에 진출했다.

상장사는 미국 자본시장에서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하게 된다. 타이완의 TSMC도 발행 주식의 20%를 1997년 ADR 방식으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성공을 거뒀다. SK는 정확한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10조~15조 원 규모, 약 100억 달러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3월26일 박진호 위원 이브닝브리핑용
 

25년 만의 ADR 재도전…성공 가능성은?

상장이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여건은 유리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산업의 빅테크들이 SK의 HBM에 목말라하는 상황에서 한국 증시에 한정된 주가는 미국의 경쟁사인 마이크론에 비해 크게 저평가된 상태인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세계 1위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사임에도 주가 가치는 미국의 경쟁사인 마이크론보다 크게 낮다. 시장점유율이 57%로 마이크론의 21%를 앞서고 영업이익도 30조 원 넘게 앞섰다. 올해 실적 기반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에서 마이크론은 약 7.8배로 SK하이닉스(5.9배)를 웃돈다. 샌디스크의 경우 17.6배로 SK하이닉스 PER의 3배에 달한다. 뉴욕증시 상장 직후 바로 가치가 반영돼 주가가 뛸 것이란 전망이 가능하다.

하지만 해외 시장, 그것도 세계 최대 자본시장인 뉴욕증시 상장은 여전히 높은 벽이다.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는 LG반도체와 합병 후 1999년과 2001년 유럽 증시에 비슷한 방식으로 상장했지만, 큰 부채 규모와 회계상의 불투명성으로 주가가 급락하며 결국 상장 폐지된 사례가 있다. 25년 만의 재도전인 셈이다. 지금의 SK하이닉스는 AI 산업의 핵심 기업이지만 성공을 낙관할 수는 없다. 특히 상장 규모가 관건인데, 일찌감치 자사 주식의 20%를 상장한 TSMC와 달리, 10조~15조 원 규모로는 물량 부족으로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관심을 끌기 어렵다는 우려이다. 경쟁 종목에 비해 유의미한 존재감이 있어야 하는데 마이크론의 경우 하루 거래 대금이 약 200억 달러(30조 원) 정도이다. 한국 시장보다 훨씬 큰물이란 현실이 실감 나는 상황이다.

3월26일 박진호 위원 이브닝브리핑용
 

긴장한 동학개미 투자자들, 국내 주가 영향은?

뉴욕증시 상장은 언뜻 주식 가치 제고를 통한 국내 주가 상승 기대감을 낳을 수 있지만 어제(25일) SK하이닉스의 주주총회 분위기는 엇갈렸다. 국내 주주들의 관심은 당장 현 주가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에 쏠려있다. ⓵ 자사주 신규 매입을 통한 상장이 아닌 '신주 발행'이란 점, ⓶ 주주 환원 정책이 불분명하다는 점, ⓷ 미국 상장 규모 자체가 작다는 점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신주 발행을 통한 미 증시 상장은 사실상 유상증자처럼 기존 주식의 지분 가치가 낮아지는 결과를 부른다. 특히, 한국 반도체 투톱 종목에 대한 외국인들의 매매가 활발한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가 코스피에서 뉴욕증시로 옮겨갈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가 함께 나온다. 오히려 국내의 본 주식이 소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주총회에서는 유동성이 풍부한 SK의 상황에선 자사주를 매입해 미국에 상장하는 게 맞는다는 의견이 나왔다. 민간단체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상장되는 ADR 규모가 200억~300억 달러 정도는 돼야 유동성이 확보되고 ETF 편입도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발행 주식의 10~15%를 매입해 일부는 소각하고, 상당 부분을 미국 시장에 상장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상장 ADR의 가치가 오르며 SK하이닉스가 재평가를 받으면, 국내 주가도 오르는 효과가 기대된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연내로 예상되는 상장 시점의 시장 환경과 AI 산업 상황이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한국 반도체의 기세로는 해외 자본을 흡수하며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만, 안착에는 예상보다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3월26일 박진호 위원 이브닝브리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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