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으로 쓰레기 보냈다가 철퇴 맞은 금천구, 알고 보니
더 이상 땅에 쓰레기를 묻지 못하게 되자 수도권 내 많은 지자체들이 지난해 말부터 쓰레기 처리를 맡아줄 민간 업체들을 열심히 찾았습니다. 입찰 공고를 내고 민간 소각장이나 재활용 업체 등 폐기물 처리 업체들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제도가 시행되고 나니 '수도권 쓰레기를 비수도권으로 원정 보낸다'며 폐기물관리법이 규정하고 있는 발생지 처리 원칙을 위반한 수도권의 이기적 행정이라는 비난이 거세졌습니다. 비수도권 지자체들도 이런 여론을 기반으로 자기 지역으로 오는 수도권 쓰레기를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혼란 속에서 대표적으로 철퇴를 맞은 곳이 서울 금천구입니다. 많은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수도권 쓰레기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가장 강한 대응을 한 곳은 충청남도였습니다. 수도권 지자체와 계약을 맺은 관내 폐기물 업체들에 직접 단속을 나가 규정을 위반한 쓰레기가 없는지 종량제 봉투를 직접 찢어 확인해 보는 강수를 둔 겁니다.
이런 강한 단속 과정에서 걸린 게 금천구 쓰레기였습니다. 충남 소재 재활용 업체로 보내진 종량제 쓰레기 일부에서 음식물 쓰레기 등 '들어가면 안 되는' 쓰레기들이 나온 겁니다. 충청남도는 해당 업체들에게 영업 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금천구는 더 이상 이 업체들에게 쓰레기를 보내기 어려워졌고, 결국 계약은 해지됐습니다. 이 일로 금천구청은 "한 달간 거의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충남 지역 주민들로부터 많은 항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서울 공공소각장 어디도 이용 못하는 금천구, 왜?
금천구는 1995년 구로구에서 분구돼 서울에서 가장 마지막 자치구로 편입된 후 현재까지 서울에 있는 공공소각장에서 단 1g의 쓰레기도 태워보지 못한 '특이한' 사례입니다. 서울에는 쓰레기를 태울 수 있는 5개의 공공소각장이 있습니다. 4개는 양천, 노원, 강남, 마포에 있는 광역자원회수시설이고, 1개는 은평 뉴타운의 쓰레기를 주로 태우고 있는 은평구 소재 공공소각장입니다. 금천구 쓰레기는 이중 어느 곳도 못 가고 있는 겁니다. 기자도 이번 취재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금천구에 이런 배경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직매립 금지 시행 후 여론의 많은 비판을 받다보니 언론 인터뷰에 응하는 게 부담스러운 상황인 듯 했습니다. 여러 차례 설득 끝에 담당 부서 관계자와 전화로나마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희가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서울시에서 유일하게 공공소각장을 이용을 못 하고 있어서 전량을 민간으로 뺄 수밖에 없는 유일한 구(區)입니다. 다른 자치구는 아마 민간으로 보내는 물량이 20-30% 정도 수준이면 저희는 전량을 다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직매립 금지 시행 전에도) 민간 소각업체 쪽에 저희가 (전체 쓰레기 발생량의) 30% 정도는 했었습니다. 발생지 처리 원칙대로 할 수 있는 도시 구조가 안 돼요…. (중략) 저희 쓰레기를 쌓아두는 적환시설이 있는데 거긴 5일 치만 쌓여도 과부하가 옵니다. 쓰레기가 더 수거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돼요."
금천구에서 1년간 발생하는 평균 생활 폐기물 규모는 2만 6천~2만 8천 톤 정도. 이중 30% 정도인 연간 8천 톤 안팎은 이미 민간에게 처리를 위탁하고 있었습니다. 금천구는 직매립 금지 시행을 앞두고 있던 지난해 11월, 민간 업체 입찰 공고를 내면서 쓰레기 1톤당 21만 원까지 낼 의향이 있다고 가격을 제시했습니다. 입찰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은 기후에너지부 규정에 따라 소각업체, 재활용 업체 모두 포함이 됐습니다. 금천구는 3곳의 업체가 공동 수급을 하는 형태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3곳은 모두 재활용 업체였습니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재활용 업체가 전체 쓰레기의 약 60%를, 나머지를 충남 소재 재활용 업체 두 곳이 나눠서 가져가기로 돼있었습니다.
그런데 충남 지역 반발로 업체와의 거래가 어려워지면서 계약은 해지됐고, 평택에 있는 재활용 업체 한 곳과 급히 추가 계약을 맺어 현재는 경기도 화성, 평택의 재활용 업체 두 곳에 쓰레기 처리를 맡기고 있습니다. 재활용 업체로 보내면 재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걸러낸 뒤 나머지 쓰레기는 시멘트 공장이나 제지업체로 보내져 태워집니다. 금천구가 재활용 업체에 지불하는 돈은 1톤당 15만 3천 원 정도. 처음에 금천구가 제시했던 기초 단가의 최대치보다는 적은 금액이지만 수도권 매립지 평균 반입 가격(11-13만원) 보다는 비싼 금액입니다. 하루 80톤 씩, 15만 3천 원을 적용하면 1천200만 원입니다. 매일 1천200만 원의 세금이 민간 업자들의 수익으로 쓰이는 셈입니다.
"공공소각장도 행정기관 간 협의가 안 된 게 아니에요. (그런데) 우리가 다른 지역 자원회수시설로 쓰레기를 보낸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해당 지역 주민들이 난리가 납니다. 저희 자체적으로도 소각장을 짓는 논의도 당연히 했었습니다. 저희가 하루 발생하는 쓰레기가 80톤 정도니까 그 정도 처리할 수 있는 소규모 소각장을 만들거나, 아니면 현재 적환장을 현대화해서 그 안에 '전처리 시설(소각 전 폐비닐 등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를 한 번 더 걸러내는 시설)'을 구축하거나 하는 방안도 고려했었는데 그건 또 저희 주민분들이 난리가 나요. 접근을 못 해요."
서울 내 다른 소각장으로 쓰레기를 보내려니 그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고, 우리 지역에 쓰레기 처리 시설을 만들려고 하니 우리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금천구는 이런 상황 속에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수도권 쓰레기 직매립 금지'라는 현실을 맞이하게 된 겁니다.
바로 옆 구로구의 경우도 자체 소각장이 없지만 경기 광명시의 소각장으로 생활 폐기물을 보내고 있고, 대신 광명시의 하수 처리를 서울 내 시설에서 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지자체간 품앗이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지만 금천구는 그럴 만한 인프라도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폐기물관리법 vs 지방계약법…'충돌'인가 '보완'인가
생활폐기물 처리의 책임을 '지방자치단체'에 있다고 규정한 폐기물관리법(5조의 2)은 생활폐기물은 발생한 관할 구역 안에서 처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조항 안에 '관할 구역에서 모두 처리할 수 없을 때'라는 예외적 상황을 규정하며 '다른 지자체장과의 협의를 거쳐 그 지역으로 반출할 수 있다'고 돼있습니다. 현재 서울, 경기도 지자체들이 쓰레기를 비수도권으로 보낼 수 있는 첫 번째 법적 근거입니다.
여기에 지방계약법도 있습니다. 지방계약법 시행령을 살펴보면, 폐기물 처리 등의 일반 용역의 경우 가격이 5억 원 이상이 되면 입찰 대상이 전국으로 확대됩니다. 발생지 처리 원칙을 준수하기 위해 서울 안에서, 경기도 내에서 업체를 찾고 싶어도 입찰 자격을 지역으로 제한할 수 없습니다. 일정한 자격을 갖춘 업체 중 가장 낮은 가격을 쓴 업체(최저가 입찰)를 뽑아야 합니다. 기자가 현장에서 만난 지자체 관계자나 민간 소각업체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을 두고 '법끼리 충돌하고 있다' '무슨 법을 먼저 지키라는 것이냐'라고 하소연하기도 했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담당자는 두 법의 우선 순위에 대해 묻는 기자 질문에 "이 법을 충돌한다고 보면 충돌하는 것이지만, 보완적으로 보면 발생지 처리 원칙을 할 수 없을 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보완 관계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다소 모호한 답변을 주었습니다.
마포구-서울시 '공공소각장 행정소송' 결과가 남긴 것
실제 이번 취재를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2월 12일, 서울시와 마포구가 신규 자원회수시설 신설을 놓고 수년간 진행해 온 행정소송 2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1심 결과에 이어 2심 재판부도 마포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서울시의 입지선정위원회 구성과 타당성 조사 등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 2일, 서울시는 상고를 포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결국 상암동 추가 소각장 건립 계획은 없던 일이 됐습니다. 마포구에 신규 소각장이 지어지면 일부 생활폐기물을 그 곳에서 태울 생각이었던 금천구도, 다시 계획을 짜야 하는 상황입니다.
기자가 만난 환경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로 사실상 서울 안에 공공소각장을 건립하기는 어려워졌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더해, 현재 운영 중인 4개의 광역 자원회수시설의 현대화 작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했습니다.
"소각장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은 완전히 상실됐다라고 봐야 합니다. 이제는 신규 소각장을 짓는다는 선택지는 폐지하고 대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시는 지금 기존 소각장 현대화를 하겠다고 하고 있거든요. 현대화라고 하는 건 소각 물량을 키우겠다는 건데, 협의가 잘 되는 곳도 있고, 좀 잘 안 되는 곳도 있습니다. 그러는 중에 마포 소각장 소송 결과가 나왔어요. 이 결과가 아마 협의 과정에 영향을 주게 될 겁니다. 소각장 현대화라고 하는 것도 계획대로 되지는 장담할 수 없어요. 그러니까 여러 플랜들이 작동해야 하는 겁니다."
(홍수열·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
실제로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위치한 자원회수시설 현대화 작업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가 시작됐습니다. 지난 1월 말 열렸던 주민 설명회에선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증설하려는 것'이라며 주민들의 강한 반발이 있었습니다.
서울 자원회수시설 4곳은 모두 20~30년씩 됐고, 애초 설계된 용량 만큼도 사실 가동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시설이 노후화 될수록 정비도 잦을 수밖에 없는데 정비가 이뤄지는 동안은 쓰레기 처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다 보니 또 해당 기간에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지자체의 과제와 고민으로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일단 수도권 3개 광역시도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와 회의를 열고, 공공소각장 정비 기간에 예외적으로 연간 16만3천 톤의 생활 쓰레기를 수도권 매립지에 직매립 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16만 3천 톤은 최근 3년 동안 평균 수도권 매립지 직매립량의 약 31% 수준입니다. 민간 위탁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과, 공공 소각 시설 정비 기간에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지자체들의 불만이 커지자 급히 임시 대책을 내놓은 셈입니다.
서울의 '한 발 늦은' 쓰레기 감량 캠페인…앞으로 대안은?
쓰레기 문제가 지역 간 갈등으로 불거지고, 수도권 특히 서울의 이기주의에 대한 비수도권의 반발이 커지면서 서울시는 뒤늦게 '쓰레기 감량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요즘 서울 곳곳을 다니다 보면 '종량제 봉투 20% 줄이기' 라고 쓰인 현수막이 설치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내가 버린 종량제 봉투를 열어보니 종이, 비닐, 플라스틱, 음식물이 적지 않다며, 버리는 사람들의 주의와 관심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이런 캠페인이 대대적으로 시행된다는 게 다행이긴 하지만, 좀 더 일찍 적극적으로 시행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 지자체의 행정 안에서도 쓰레기 문제가 좀 더 적극적인 행정 우선순위로 다뤄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이번 취재를 통해 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좀 더 불편해져야 하는 이유
지난 한 달여간 쓰레기 여정을 뒤쫓아 다니다 보니 쓰레기를 더 이상 생각 없이 버리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서울시가 분리 배출 기준을 정리해 놓은 '내 손 안의 분리배출 앱'을 활용해 애매한 쓰레기들의 분리 배출 방법을 찾아 버리게 되는 그런 변화가 생겼습니다. 남편도 "엄마가 쓰레기 취재를 하고 오더니 우리가 피곤해졌다"며 조금 툴툴대긴 하지만 본인도 종량제 봉투에 무심코 넣었던 랩 같은 폐비닐을 골라내고, 배달 용기에 묻어있는 음식물을 좀 더 깨끗하게 씻어내는 불편을 감수해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조금 더 피곤해지고 불편해져도 변화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 취재파일을 통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전국 종량제 쓰레기의 7%가 태워지는 충북 청주의 한 작은 농촌 마을. 그곳에서 지난 20년 동안 발생한 일들과 현재 주민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취재 : 박수진, 영상취재 : 윤택 PD , 구성작가 : 이은경, 취재작가 : 고가연)
▶ [뉴스토리] 당신이 버린 쓰레기,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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