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통 보이질 않아" 곧장 갔더니…배 부푼 엄마와 야윈 딸

냉골방서 굶주려가던 40대 엄마·9살 딸…이웃의 관심이 살렸다

"통 보이질 않아" 곧장 갔더니…배 부푼 엄마와 야윈 딸
▲ 이종선 목포해경 예방지도계장과 아내 윤옥희 씨

지난 설 연휴 전남 함평의 한 마을에서 난방이 끊긴 채 굶주림 속에 방치돼 있던 모녀가 이웃의 발견으로 구조됐습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이던 지난달 18일 전남 함평의 한 마을.

이 모(60) 목포해경 예방지도계장은 여느 때처럼 아내 윤 모(59) 씨와 함께 처가를 찾았습니다.

지난해 별세한 장모의 빈집을 정리하고 마을 어르신들께 새해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인사를 나누던 중 평소 장모와 가깝게 지내던 이웃 모녀의 안부가 화제에 올랐습니다.

"요즘 통 모습이 보이질 않아." 어르신의 한마디가 내내 마음에 걸려 부부는 떡을 챙겨 곧장 그 집을 찾았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집 안은 싸늘했습니다.

보일러는 끊긴 지 오래된 듯했고, 냉기가 바닥까지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방 안에는 40대 엄마가 배가 부푼 채 누워 있었고 9살 딸은 또래보다 훨씬 야윈 모습으로 곁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40대 엄마 휴대전화 요금도 오랫동안 체납되는 등 외부와 상당시일 단절된 삶을 살아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집 안에는 밥을 지은 흔적도, 먹을 만한 음식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계장은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부부는 곧바로 모녀를 병원 응급실로 데려갔습니다.

어머니는 극심한 영양실조로 배에 복수가 차 있었고 딸 역시 마지막으로 밥을 먹은 때가 언제인지 기억하지 못할 만큼 며칠째 끼니를 거른 상태였습니다.

어머니가 수액을 맞으며 치료를 받는 동안 부부는 아이를 인근 식당으로 데려가 따뜻한 떡국을 먹였습니다.

"돈이 없어 밥을 먹지 못했다"는 어머니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면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부부는 모녀의 친척과 어렵게 연락해 상황을 알렸습니다.

또 사비로 일부 병원비와 밀린 난방비를 보탰고 관할 면사무소를 찾아 긴급 생계지원을 신청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외부와 교류가 거의 없던 모녀를 대신해 필요한 절차를 챙겼습니다.

이후 긴급 생계지원 대상에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계장 부부는 안도했습니다.

이 계장은 오늘(5일) "이웃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복지 사각지대는 여전히 우리 주변에 있다.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 막을 수 있는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목포해경 제공,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