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프 핵심요약
이종범 작가는 현대인들이 결핍된 위로와 인정 욕구를 채우기 위해 현실의 능력이 이세계에서 발현되는 '회빙환' 서사나 초월적 캐릭터에 열광한다고 분석합니다.
매력적인 캐릭터는 최강록의 '실력과 화법 사이의 괴리', 안성재의 '완벽주의 키워드와 이면의 허당미', 기안84의 '불완전함 속의 동경'처럼 예측 가능성과 반전의 매력을 동시에 갖춰야 합니다.
최근에는 AI 기술을 통해 누구나 자신의 일상과 전문성을 담은 캐릭터를 즉각 구현할 수 있게 되면서, 대중이 깊이 공감하고 자기 삶을 긍정하게 만드는 콘텐츠가 각광받고 있습니다.
Q. 작가로만 소개하기에는 굉장히 아까운 분. 하시는 다양한 일들을 직접 말씀해 주세요.
하는 일이 많으면 수상해 보이잖아요. 한마디로만 얘기하면 '이야기를 만들다 만들다 너무 좋아해서 사람들한테 스토리텔링에 대해서 전파하고 다니는 스토리 애호가'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다른 시간에는 교육을 하기도 하고 제 만화를 그리기도 하고 타인의 만화를 제작하기도 하고 있습니다.
웹소설·웹툰의 주인공 공식, 현실에선 어떻게 통하나?
Q. 웹툰 속의 캐릭터도 열광하는 트렌드가 있지만 바깥으로 나와서 존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열광하는 게 있잖아요. 최근 유행했던 예능 '흑백요리사'를 보면, 셰프들이 많이 나오지만 그중에서도 최강록 셰프. 1등 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1등 하기 전부터 인기가 많았단 말이죠.
사실 그전 경연에서 우승했을 때부터 되게 상징적인 분이었잖아요. 너무나 상징적이죠, 그분은.
Q. 왜 인기가 많을까?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전문가·직업인들은 보면서 무릎을 탁 칩니다. '와, 저렇게 그린 듯한 설정이 있을 수가 있나?'
Q. 그렇게 설정하고 하는 건 아닐 텐데.
지금은 한물갔지만 웹소설 붐 초창기에 가장 유명했던 키워드 중에 '힘을 숨김'이라는 단어가 있어요. 웹소설 중에 '누구누구가 힘을 숨김(아빠가 힘을 숨김, 나 빼고 전부 힘을 숨김, 악마가 힘을 숨김..)'이라고 검색하시면 몇백 작품 나올 거예요. '힘숨찐(힘을 숨기고 있는 찐따)'이라는 단어도 있죠.
사람들이 좋아하는 인물이나 이야기에는 기대심이 있거든요. 1화를 다 보고 2화를 보기 위해 돈을 낼지 말지 결정시켜 주는 큰 것 중 하나가 기대감이에요. '궁금하게 만들면 돈을 내지 않을까요?' 궁금한 것도 한두 번이면 지쳐요.
만약 독자는 주인공이 너무 강력하다는 걸 알고 있어요. 이야기 속의 아무도 그걸 모르고 있어요. 그런데 1화 마지막에 주인공에게 누가 시비를 걸어요. 거기서 딱 끝내버리면 어떡할 거예요? 보겠죠. '얘 엄청 센데, 얘 지금 힘 숨기고 있는 거야. 너네 큰일 났어' 빨리 2화 보고 싶죠. 왜? 나를 대신해서 통쾌하게 물리쳐줄 거 아니까.
그런 캐릭터들이 사랑을 받다 보니까, 실제 능력과 보이는 모습 사이의 괴리에서 사람들이 많은 쾌감을 느끼거든요.
Q. 최강록 셰프가 대표적이에요?
최강록 셰프가 어떤 사람인지 빼고 말만 한번 들어보세요. 무서워서 오금을 저릴 만한 화법을 쓰지도 않고, 후광이 비치는 고수의 방식으로 대화하지도 않아요. 그냥 PC방 옆자리 형처럼 얘기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잖아요. 본인이 써왔던 서사도 있고. 그 두 개가 괴리감이 있잖아요. 그러면 너무나 매력적인 거죠.
강레오 셰프와의 케미도 거기서 나오는 거거든요. 한쪽은 '나 고수야' 이걸 다 보여주잖아요. 그런데 옆에 있는 이 사람은 수많은 활약과 실력과 검증된 것들이 있는데 아직도 그렇게 말을 하고 있어. 거기서 오는 갭이 있거든요. 다양한 종류의 캐릭터 매력이 있지만 최강록 셰프는 많은 분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메이저한 취향 중의 하나죠.
Q. 초창기 웹소설에서 유행했던 캐릭터를 갖고 있는 거네요.
처음에 등장했을 때는 그랬죠.
안성재 셰프의 인기, 예상된 일이었다?
Q. 안성재 셰프도 남녀노소 인기가 많은데, 최강록 셰프와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잖아요.
흑백요리사 시즌1이 나왔을 때 제작한 PD에게 들었는데, '사람들은 언더독 서사를 좋아하니까 흙수저를 좋아하겠지'라고 예상을 했는데 웬걸, 열어봤더니 백수저가 훨씬 인기가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언더독 서사를 좋아하는 이유는 '나도 별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감정이입한 저 사람이 잘됐으면 좋겠다'거든요. 그런데 이미 자신을 검증해냈고 수많은 고통을 뚫고 온 게 분명해 보이는 백수저가 주는 동경심이 훨씬 큰 거예요. 다시 말하면 백수저는 대체될 수 없는 자기만의 무기를 하나씩 들고 있는 사람이에요.
여기서 중요한 주인공의 요소가 '예상 가능함'이거든요. 이것을 캐릭터 키워드라고 해요. 어떤 캐릭터를 사랑하게 되면, 그 주인공이 등장하는 순간 어떻게 행동할지 예상을 해요. '이 캐릭터는 일단 등장하면 상대방 뚝배기부터 깨는구나. 알았다. 이제 무슨 상황이 벌어지면 뚝배기 깨겠지' 기대하는 거예요.
안성재 셰프가 오랜만에 그런 확실한 키워드로 대중에게 각인됐던 사람이라고 저는 봤어요. 흑백요리사 시즌1부터 안성재 셰프가 제일 많이 얘기했던 단어가 '완벽함'이에요. '난 요리에서 완벽함을 본다' 완벽(Perfection)에 대한 얘기를 일부러 반복해요. 그걸 자기의 키워드로 박아놓는 연출 작업을 초반 1, 2, 3화 내내 하거든요.
'이븐하게 익지 않았네요' 왜 이 말이 유명한지 아세요? '이 사람 완벽주의자구나'를 보여주는 대사예요. 모든 평가가 '나는 요리에 있어서 의도를 중시하고 완벽함을 중시한다. 나는 이 길을 그렇게 가고 있는 셰프다'라는 자기 브랜딩을 보여줘요. 사람들은 그 키워드로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되거든요. 중요한 건 예측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거예요. 예측 가능성이 없으면 캐릭터는 매력이 없어요. 일단 예측할 수 있는 걸 박아놓고, 그렇지 않은 예외적인 상황들을 보여주는 거예요.
그래서 안성재 셰프가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이구나'라고 이해하기 쉬운 인물이 됐어요. 심지어 그 모습이 멋있어. 그다음은 안성재 셰프의 의외의 면모를 보여줘야 된다. 어린애 같은 모습, 딸 앞에서 두쫀쿠 만들다 혼나는 모습. 멋진 동경의 이미지에 반대되는 이면을 줄 수 있잖아요. 이거는 반드시 순서대로 들어가야 되거든요. 지금 대중이 사랑하는 방식의 연출로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착착착 밟아 나가고 있는 거네요.
저같이 맨날 주인공 분석하는 사람이 보면 이해가 돼요. '저 정도로 요리에 진심인 모습을 1년 내내 보여줬으니 지금 보여줘야 되는 모습은 허당의 모습, 딸한테 혼나고 뭐 잘못하는 걸 보여줘야 되는데' 생각할 때쯤 그런 걸 하더라고요. 기가 막히게 하는 분들이 있어요.
불완전한 매력 기안 84, 반대가 끌리는 이유
Q. 매력적인 캐릭터 분석을 더 해보겠습니다. 우리는 그냥 좋아하는 건데 작가님 분석을 들으니까 우리가 좋아할 만한 이유가 있었구나 싶네요.
그게 제 직업병이에요. 사람들이 뭘 좋아하면 왜 좋아할까에 대해 생각해요. 그래야 사람들이 좋아할 걸 만들 수 있기 때문에.
Q. 기안84도 원래 작품 하던 분이잖아요.
그렇죠. 기안84 작가는 안성재 셰프와 정반대의 루트로 갔다고 봐요. '저래도 되나?'라는 말을 절로 하게 만드는 사람이었잖아요. 나 혼자 사는 모습을 보여줬을 때 대부분 멋지게 보여지고 싶고 어떻게 보여질까 신경쓰죠. 관찰 예능으로 집에 갔는데 좀 꾸민 듯한 모습이 나와도 사람들은 그냥 받아들여요. '당연히 그렇겠지. 그럼 카메라가 오는데 청소를 안 해?' 이렇게.
그런데 안 하는 사람이 있다. 그게 기안이거든요. '저렇게 두고 먹는다고? 저렇게 안 씻고?' 이걸 다 보여주니까 처음에는 충격이겠지만, '저래도 되는 거야? 실제로 내가 저러고 살고 있는데 나 괜찮은 거야?'라는 식의 어떤 위안을 주는 게 있거든요. 일종의 공인된 허가증을 받는 느낌이 있어요.
Q. TV 나온 사람도 저렇게 사는데 나도 뭐.
심지어 나보다 더 해. 그러면 보면서 안도할 수 있어요. '내가 저 정도는 아니구나' 자연스러운 모습, 편안한 모습, 위안이나 안도감을 주는 모습으로 처음에 인기를 얻었잖아요. 그럼 그 뒤에 뭘 해야 될까요?
Q. 이제 완벽으로 가야 됩니까?
나는 못할 것 같은 마라톤 완주. '되게 편안한 사람이지' 느낌이었는데 '저런 모습이 있네?' '내가 못할 거 하네?' '동경스러운 모습이 있네?'가 붙게 되면 갑자기 깊은 맛이 나거든요. 그래서 반대쪽으로 가는 게 중요한 건데, 그 뒤에 기안84 작가는 엄청난 노력과 고통으로 뭔가를 이루는 모습을 갑자기 보여주잖아요. 지금까지 쌓아왔던 것에 반대되기 때문에 화학작용이 엄청 커지는 거죠.
Q. 만만한 줄 알았는데 그런 사람이 아닌 거죠?
저런 모습이 있구나. 더 나아가면 그걸 보고 있던 사람이 속으로 자기 전에 누워서 '어쩌면 나도..?' 여기까지 가는 거예요. 이게 이야기의 중요한 기능이에요. '어쩌면 나도'까지 가면 좋은 이야기거든요.
이야기의 시작은 스토리? 캐릭터?
Q. 스토리를 먼저 떠올리고 그다음에 캐릭터를 잡나요? 아니면 캐릭터를 먼저 생각하고 스토리를 쓰나요?
핵심을 꿰뚫는 질문이에요. 이야기를 쓰는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는 몇백 년 넘는 논쟁이거든요. 사건, 소재, 구조를 짠 다음에 그 안에 있을 인물을 고민하는 경우도 있어요.
결론만 얘기하면, 오랜 기간 동안의 논쟁과 방법론 끝에 지금은 캐릭터를 조금 더 우선시하는 쪽으로 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건이나 소재나 구조 들은 나올 만큼 다 나왔어요. 비슷한 안에서 돌게 돼 있어요. 반면 캐릭터라는 건 아무리 비슷하게 나와도 그 매력이 사라지지 않아요.
우리가 이야기를 본다고 했을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부분이,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면 우리는 관심이 없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작가들은 지금 사람들이 어떤 종류의 인간을 보고 싶어 하나를 고민해요. 이게 곧 캐릭터 고민이거든요.
Q. 우리는 지금 어떤 종류의 사람을 좋아하고 있죠?
모르겠어요. 저도 항상 궁금해요. 예를 들면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가 나왔을 때 사람들이 박새로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열광했던 걸 보면서 생각하는 거예요. '90년대 80년대 성공 신화 구조를 갖고 왔는데 지금 다시 보여주는 박새로이에게 왜 열광할까?' 그랬더니 자기의 힘으로 바닥부터 기어올라가는 사람들의 서사가 지금 젊은층에 어필하는 부분이 있는 거예요.
지금 잘 되고 있는 이야기를 보면 현재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인간상을 보고 싶어 하는지가 묻어나요. 그게 캐릭터에 대한 고민인 거죠.
Q. 초인적인 캐릭터, 그러니까 현실에 있기 어려운 캐릭터를 한때 좋아했잖아요.
지금도 여전히 그 흐름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계속 그것만 보면 좀 질리는 맛이라고 해서 여러 가지 기출 변형과 변화구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초월자, 먼치킨, 강력한 존재가 주인공으로 나와서 보는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최대한 안 주고 성취감을 주는 흐름이 서브컬처 시장 한가운데 있고요. 많이 보면 그게 질리니까 여러 가지 주변부의 다른 작품도 보는 거죠.
Q. 초인적인 인물에 대한 열광은 어떻게 분석하세요?
이 얘기는 많은 분들이 오래 나눠왔기 때문에 정리되어 있는 부분을 공유하자면, 예전에는 극장을 가는 게 이벤트였거든요. 외식하는 것처럼 이벤트예요. 그런데 지금 우리가 어떤 영상을 본다는 건, 물론 이벤트처럼 극장까지 가서 보는 영상도 있지만, 공강 시간 3분 남았을 때, 지하철 기다릴 때, 잠깐 화장실에 앉았을 때 볼 수 있는, 다시 말하면 일상 속에 작게 존재하는 틈에서 감상할 수 있는 것도 늘어났죠. 그런 곳에서마저도 스트레스를 받고 싶을까.
'내가 이 콘텐츠를 즐기는 이유가 뭘까?' 했을 때 잠깐 현실의 스트레스나 노고를 잊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도 있는데, 그때마저도 더 큰 쾌락을 위해 스트레스를 감수하는 경우는 쉽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콘텐츠와 이야기가 우리에게 어떻게 복무하는가가 좀 변했어요.
Q. 오히려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들이 현실에서 필요한 스토리가 되는 거죠.
그렇죠. 그리고 또 이것도 있어요. 먼치킨물이나 이세계물, 보통 '회빙환'이라고 해요. 회귀·빙의·환생. 웹소설과 웹툰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이 장치에서 주로 어떤 게 보이냐면, 현실에서 남들이 무시했던 능력이 이세계에서 굉장한 능력으로 발현되거든요.
예를 들면 현실에서는 나는 농대 대학원에 가서, 대학원생 얼마나 힘들어요. 농대 대학원이면 더더욱 사람들이 알아봐 주지도 않고, 밤새 일만 하고. 여기서는 농대에서 석·박사를 하고 있는 자신의 능력이나 가치가 평가절하 받잖아요. 그런데 이세계로 갔는데 마왕군이 왜 인간을 침공하는지 아는가? 먹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네가 마왕으로 왔어, 그럼 너 뭐 할 거야? 나 이제 마왕군에게 농사를 알려줄 거야. 이렇게 되면 여기서 갑자기 구원자가 되는 거예요.
현실에서 무시받던 능력이 구원자의 능력으로 인정받는 게 요즘 이야기의 큰 흐름이거든요. 자기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싶은 마음도 담겨 있는 거죠.
Q. 사람들이 위로받고 싶나 보네요.
위로를 너무 받고 싶어 합니다.
Q. 인정받고 싶은 거잖아요. 인정 욕구, 위로 욕구.
그렇죠. 이제는 남이 인정, 위로 안 해주니까.
Q. 사람들이 어떤 캐릭터에 열광하는지를 보고 '우리에게 뭐가 부족하구나'를 짐작하는군요.
그렇습니다. 특히 서브컬처로 가면 워낙 빠르게 반영되기 때문에. 예를 들면 2024년 12월 3일, 저는 제일 먼저 웹소설 플랫폼에 갔습니다. 새벽에 딱 들어가니까 '환생 후 계엄사령관' '계엄 후 이세계 헌터' 쫙 있는 거예요. 그만큼 빨리 세상이 반영되는 곳이 서브컬처, 웹소설, 웹툰이기 때문에.
Q. 계엄이 웹툰의 소재가 바로 됐군요.
몇 시간 전에 기사 났는데 이미 관련된 1화가 올라오고 있는 거예요.
AI 캐릭터에 자꾸 진심이 되는 이유는?
Q. AI가 만든 캐릭터를 좋아하잖아요. 대표적인 게 햄스터 '김햄찌' 정말 성공했다고 하더라고요. 직장인들이 이입을 많이 해서. 저는 '뚱시바' 구독해서 보고 있는데,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는데 좋아하고 있거든요. 왜 좋아하고 있는 겁니까?
AI 캐릭터이기 때문에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는 언제나 그런 캐릭터를 좋아해요. 그런데 재밌는 게 있습니다. 웹툰 초창기에 만화책 시장에 비해서 어떤 특징이 있었냐.
만화책 때는 만화가가 되고 싶다고 해서 만화를 그려서 가져가면 덜컥 만화가가 되나요? 안 되죠. 게이트 키퍼, 중간에 수문장이 있잖아요. 담당자가 '그림 이렇게 못 그리면 만화가 안 됩니다'하고 돌려보내죠. 웹툰은 어때요? 게이트 키퍼가 독자들이에요. 내가 못 그렸는데 재밌으면 장땡, 올려서 보여줬는데 사람들이 좋아하면 장땡인 거예요.
구현 가능한 기술이 나와버려서 이제는 '오늘도 회의 갔다가 상사 때문에 열받은 거 적어놨는데, 내가 애니메이션 능력만 있었으면 이거 만들어서 올릴 텐데' 싶은 사람들 전부 다 AI 돌리거든요. 구현력을 줬더니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자들이 그냥 구현할 수 있게 된 거라고 봐요.
Q. 앞으로는 그런 캐릭터들이 더 다양하게 나올 수도 있겠네요.
저는 그렇게 봐요. 실제로 예전에 만화가들은 만화 잘 그리니까 만화가가 됐잖아요. 만화를 잘 그린다는 말은, 만화만 그렸다는 얘기예요. 만화 외에 다른 경험을 안 해봤다는 얘기죠.
그런데 웹툰 초창기에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상툰을 그린 사람이 실제로 선생님이었고, 경찰 일상툰 그린 사람은 실제로 경찰이었어요. 고시생의 일상툰을 그렸는데 보니까 고시생이었어요. 자기 삶을 담아낼 수 있는 틀만 주어지니까 너도나도 기존에 없던 캐릭터를 들고 나오는 거거든요.
AI도 이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일상을 살고 있는 누군가가 '나 이거 가지고 한번 캐릭터 만들어서 올려보고 싶어' 했을 때 바로 구현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을 줬잖아요.
저는 김햄찌도 그중에 하나라고 봅니다. 김햄찌가 우리에게 보여줬던 컨펌 문제, 미팅 문제, 회의 문제, 상사 문제, 퇴근 이슈, 이 모든 것들을 다 알고 있는 거잖아요. 대부분 퇴근하고 맥주 하나 마시느라 시간도 없는데 언제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그런데 AI가 해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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