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 케이크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충남 천안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김 모(37) 씨는 최근 10년간 판매해온 크리스마스 케이크의 디자인권을 출원했습니다.
김 씨의 케이크는 산타 얼굴을 그린 것으로 흰 수염은 생크림으로, 빨간 모자는 딸기로 표현했습니다.
김 씨는 "단골들이 다른 업체의 케이크 사진을 갖고 와 '베꼈다'고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며 "손님들이 좋아해 주셔서 '우리 것을 지키자'는 생각으로 출원한 것"이라고 오늘(24일) 말했습니다.
크리스마스 대목을 맞은 케이크 업체들이 '디자인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케이크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예약·구매하며 '맛보다 디자인'이 되자, 인기 있는 케이크 디자인을 무단 모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입니다.
실제로 SNS에 '산타 케이크'를 검색하면 김 씨의 것과 비슷한 케이크가 적잖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김 씨는 "특이한 걸 만들었더라도 SNS에 올리지 않으면 홍보가 안 되기 때문에 요즘은 거의 다 디자인이 노출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디자인권이 '절대 방패'는 아닙니다.
케이크 같은 식품은 등록 시 심사 절차를 간소화한 '일부심사등록제도'가 적용됩니다.
실제로 선행 디자인이 있는지보다는 형식적 요건을 보고 내주는 제도라 법적 보호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양천구 신정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37) 씨도 보석 스티커를 이용한 케이크의 디자인권을 냈으나 큰 의미가 없었다고 합니다.
A 씨는 "디자인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사용이 가능하더라"며 "고소해도 승률이 50%라기에 굳이 돈 들여 할 필요가 뭐 있나 싶어 말았다"고 했습니다.
A 씨는 "다른 사장님은 여러 군데에서 따라 하니까 디자인 특허를 내고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마저 수취를 거부해 직접 찾아가 전달했더니 그제야 SNS에서 사진을 내리더라"며 "'다른 집 케이크 디자인도 주문받습니다'라고 홍보하는 곳까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케이크 표절 분쟁의 원조는 프렌차이즈 업계입니다.
'서로 베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으며 이제는 "차별화된 케이크는 반드시 디자인권을 출원한다"(업계 관계자)는 전언입니다.
케이크 디자인은 디자인권이 등록된 경우에는 디자인보호법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 부정경쟁방지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모두 통상적인 장식 기법이나 색채 배합은 '아이디어'에 불과해 독자성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김대윤 변호사(법무법인 다산)는 "케이크라는 일반적인 음식에서 독창성이 인정되기는 쉽지 않다"며 "소송을 피하거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창작 과정을 보여주는 스케치나 재료 구매 내역 등 독창성을 입증할 자료를 꼼꼼히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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