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압박한 미국이 최근 군사작전 초점을 마약유입 차단에서 원유수출 차단으로 옮겼습니다.
AFP 통신은 현지시간으로 어제(22일) 이런 변화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압박 목적이 마약 밀매를 겨냥한 것인지, 매장량이 세계 최대 규모인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겨냥한 것인지를 둘러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은 지난 16일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 봉쇄를 선언했습니다.
선언을 전후로 해 100만 배럴이 넘는 원유를 싣고 쿠바로 향하던 '그림자 선단' 스키퍼호를 시작으로 베네수엘라 인근에서 유조선을 잇따라 나포하면서 미국의 군사 공세 초점은 마약에서 석유로 전환되는 모습입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일단 석유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베네수엘라 경제에 어려움을 가중해 마두로 정권의 퇴진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됩니다.
미군과 미 해안경비대를 동원한 최근의 유조선 나포 작전은 미국 주도의 제재 망을 피해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중국, 쿠바 등으로 몰래 옮기던 '그림자 선단'의 활동을 크게 위축시켰습니다.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 전 부사장인 후안 사보는 AFP 통신에 "베네수엘라가 암시장을 통해 주로 중국과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하루 약 50만 배럴을 암시장을 통해 수출하고 있다"며 "PDVSA는 겨우 수일 치 석유 저장 능력만 있어 수출이 중단되면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미국의 해상 봉쇄로 향후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이 거의 절반으로 줄 것이라면서 암시장 판매를 통해 확보해온 핵심 외화 수입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중남미 국가들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의 궁극적 목적이 마두로 정권 압박을 넘어 베네수엘라 자원을 차지하려는 데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의 수출 봉쇄 조치 발표 직후 연설에서 "제국주의, 파시스트 우파들이 베네수엘라를 식민지로 만들고 석유, 가스, 금과 다른 자원들을 차지하려고 한다"며 "우리는 조국을 절대적으로 지켜내기로 맹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중재를 제안했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미국의) 관심이 오로지 베네수엘라의 석유에만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베네수엘라 석유 소유권에 직접적 관심을 두는 발언을 한 것도 이런 식의 관측을 부채질한 측면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거기에 많은 석유를 갖고 있었는데 그들은 우리 회사들을 쫓아내고 우리의 권리를 박탈했다"며 "우리는 그걸 되찾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의 전임자인 우고 차베스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07년 베네수엘라는 유전을 국유화하면서 일부 미국 석유 회사들의 자산을 압류한 적이 있는데 이를 되찾고자 한다는 의지를 밝힌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나포한 유조선에 실린 석유를 그냥 미국이 가질 것이라면서 자국의 전략 비축유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나포 선박도 미국이 소유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미국 기업들은 1920년대 베네수엘라에서 처음 석유가 발견된 때부터 현지에서 활발한 사업을 벌여왔습니다.
차베스 정권이 석유 산업을 국유화하기 전까지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주요 석유 공급국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미국은 많을 때 베네수엘라에서 월간 6천만 배럴의 원유를 들여왔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두로 정권 축출 시도가 베네수엘라의 석유 차지 이상의 '큰 그림'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셰일 혁명을 통해 미국이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 중 하나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미국에 해외 석유 자원 접근권이 갖는 의미가 전보다 약해진 측면이 있습니다.
게다가 부패, 투자 부족, 미국의 제재 등이 끼친 영향으로 베네수엘라의 석유 산업은 이미 급격히 쇠퇴해 이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최근 세계적으로 원유 가격이 낮게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미국 기업들이 베네수엘라 석유 설비 재건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미국의 마두로 정권 축출 기도가 미주 대륙을 완전한 자국의 통제권으로 두겠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략 목표와 더욱 긴밀히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베네수엘라의 석유경제학 교수 카를로스 멘도사 포텔라는 미국의 행동이 미주 대륙을 자국 영향권으로 주장하려는 목표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미국과 경쟁국인 러시아, 중국 사이의 세계 분할에 관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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