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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금리 인상 '아베노믹스 결별 가속화'…'엔캐리 청산' 부채질하나?

일, 금리 인상 '아베노믹스 결별 가속화'…'엔캐리 청산' 부채질하나?
▲ 19일 도쿄 시민이 일본 닛케이 지수 차트를 보여주는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0.5% 정도'에서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0.75% 정도'로 올렸습니다.

일본의 양적 완화 정책인 '아베노믹스'와 결별에 속도를 내게 됐다는 평가입니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한 배경엔 엔화 약세(엔저)를 배경으로 한 물가 급등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버블(거품) 경기가 붕괴한 뒤 물가 하락 혹은 정체가 이어지면서 장기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에 빠졌습니다.

이에 일본은행은 엔저를 통한 수출 확대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며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시행해왔습니다.

대표적인 게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12년 재집권 이후 시작한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로, 대규모 양적완화와 재정지출 확대 등이 추진됐습니다.

실제로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주가가 상승하고 실업률이 하락하며 상장 기업 순이익이 증가하는 등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반면 엔화 약세와 물가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실질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으면서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는 부작용을 초래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012년 일본 경제는 달러당 80엔이라는 역사적 엔화 강세, 디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 있었다"며 엔화 약세와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현재는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양적 완화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 엔화 약세와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경기를 냉각시킬 수 있다면서 '아베노믹스와 결별은 필연'이라고 제언했습니다.

NHK는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린 배경에는 엔화 약세를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있다면서, 일본은행이 경제에 브레이크를 밟은 게 아니라 액셀을 밟는 강도를 낮춘 거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30년 만에 '금리 0.5% 벽'이 깨지며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해야 하는 젊은 층의 부담은 커지고 채무를 모두 변제한 노년층은 경제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고 해설했습니다.

다만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엔화 약세 흐름이 개선될지는 불분명하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일본은행은 앞으로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며 양적 완화에서 탈피하는 금융 정상화를 추진할 방침이지만, 다카이치 총리와 일본은행의 시각 차로 험로가 예상됩니다.

또 일본은행 금리 인상이 '엔캐리 청산' 움직임을 부채질하고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일본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엔캐리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나라 자산에 투자하는 것으로, 일본의 금리가 오르면 상환 부담으로 투자금이 회수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실제로 일본은행이 지난해 7월 31일 기준금리를 올린 직후인 8월 초순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대폭락하며 금융시장이 요동쳤습니다.

이에 일본은행 측이 기준금리 인상을 자제하겠다고 발언하자 아시아 증시가 반등하는 등 큰 변동을 겪은 바 있습니다.

일본과 미국 간 금리 차가 조금씩 줄면서 엔캐리 청산 공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오늘 금리 인상 발표 직후 일본 환율·주식 시장에서 큰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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