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핫하다는 비만 치료 주사제 마운자로입니다. 그런데 간단한 치료를 받으면 이 마운자로를 선물로 준다는 곳이 있어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서울의 한 병원. 환자로 북적이는 이곳이 바로 그 선물을 준다는 곳입니다.
[간호사 : 지인 이름하고요, 핸드폰 번호 뒷번호랑 동일 인물이 많아서 몇 년생인지도 아셔야 돼요. 이름만 아시면 안 돼요.]
어떻게 왔는지, 누구 소개로 왔는지 꼼꼼히 확인합니다. 의사를 만나 비만 치료 주사제 얘기를 하니 의사는 마운자로를 권했습니다. 그러면서 먼저 이런 말을 꺼냈는데요.
[의사 : 마운자로가 조금 가격이 더 세가지고 근데... 이거는 그냥 원래는 소개로만 제가 해드리는데 이게 실비(보험)가 있으면 약간 조금 도움을 드릴 수가 있어요. 저희 병원에서 사 가시는 경우에는...원래 실비(보험)가 안 돼요.]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마운자로는 살을 빼려는 미용 목적에 전액 비급여인 데다 실손보험 또한 적용되지 않는데 이게 무슨 얘기일까요? 정형외과와 마취통증의학과 진료를 주로 하는 이 병원. 원장은 허리, 목, 어깨를 얘기하면서 안 좋은 곳이 있으면 60만 원 치료를 하고 주사제 값을 그걸로 받는다고 설명합니다
[의사 : 목이나 허리나 어깨나 좀 안 좋은 데 있으면, 60만 원 치료하고 펜(주사제) 값을 그걸로 받아요. 치료하는 건 실비 나오니까.]
그러니까 이 마운자로 같은 비만 치료 주사제를 주면서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체외충격파 치료를 한 진료비 영수증과 상세내역서 같은 서류를 발급해주고 환자들은 이걸로 자신들이 가입한 실손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의사 : 아프신 데 있어요? 평소에, 어깨? (어깨는 맨날 아프죠) 그럼 그쪽으로 합시다.]
나머지 절차는 일사천리였습니다. 서류를 만들어야 하니 검사를 좀 하겠다는 말 이후에 엑스레이 촬영과 혈액검사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비만 치료 주사제의 쓰임을 따지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적인 검사는 없었습니다. 체지방지수 그러니까 BMI 측정은커녕 키와 몸무게도 재지 않은 거죠. 여러 검사 이후에 20분 남짓한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진료비 영수증과 상세 내역서를 받았고요. 총 60만 원을 결제했지만, 처음 받은 서류는 20만 원어치였습니다. 나머지 40만 원어치를 받기 위해선 병원에 두 번 더 와야 한다고 했습니다.
받은 진료비 서류에는 마운자로 비만 치료 주사제 내용은 전혀 없었습니다. 진료기록부에는 문진 중에 전혀 언급되지 않은 잦은 어지러움, 몸이 붓는 증상 등이 가득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 상병은 '외상성으로 명시되지 않은 회전근개 찢김 또는 파열'이라고 되어 있었죠. 저는 완벽하게 체외충격파 치료가 필요한 어깨 통증을 호소한 환자가 돼 있었습니다.
병원이 알려준 대로 20만 원어치 서류를 한 번 더 받을 수 있을지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도 20만 원어치에 맞게 끊은 진료비 영수증과 상세 내역서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서류엔 맞지도 않은 관절 치료 주사비가 담겨 있었습니다. 스테로이드 주사도 포함돼 있었고요. 1시간 정도를 기다린 끝에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았는데 이번엔 이마저도 서류 내역에 포함돼 있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받은 서류로 진짜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요?
가입한 세대와 종류별로 다르지만 이 서류 60만 원어치를 제출하면 실손보험금으로 43만 8천 원에서 58만 5천 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을 거란 게 보험사 설명입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40만 원대 마운자로를 많으면 16만 원 적으면 1만 5천 원에 사는 셈입니다. 서류를 20만 원어치로 나눠서 이른바 쪼개주는 것도 실손보험 한도에 맞게 서류를 끊어준 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결국 환자들은 마운자로를 쉽게 또 싸게 살 수 있어서 이 병원을 찾게 되는 셈입니다. 그럼 병원은 뭐가 이익일까요?
한 번 진료에 60만 원을 받으니 마운자로 값만 따지면 통상 다른 병원들보다 10~20만 원 정도 더 받는다는 점을 알 수 있는데, 이게 체외충격파 치료나 혈액 검사 비용 등을 제하고도 남는 장사라는 거죠. 즉 매출을 높이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병원은 매출을 올리고 환자는 보험금을 타내는 이 기이한 공생구조 법적인 문제는 없을까요?
먼저 의사부터 따져보겠습니다. 환자가 호소하지도 않은 증상을 진료기록부에 적고 맞지도 않은 주사를 맞은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면 의료법 위반의 소지가 있습니다. 또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보험사기 행위로 제3자에게 보험금을 타게 하는 경우 현행법상 처벌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환자는 괜찮을까요? 저희가 자문을 구한 의사 출신 변호사는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으러 갔다기보단 마운자로 가격을 충당하기 위해 처방을 받은 것이라면 환자도 사기죄 처벌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들이 이런 과정을 거쳐 계속해서 실손보험을 청구하고 또 보험금을 받는다면 실손보험사가 피해자라고 할 수 있겠죠. 이는 결국 실손보험에 가입돼 있는 국민들의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럼 왜 하필 체외충격파 치료일까요? 먼저 체외충격파 치료의 주 대상은 근골격계 질환을 가진 이들이죠. 근골격계 질환 중 하나가 통증인데 환자가 통증을 언급했다고 하면 보험사가 진료기록부의 허위 기재를 입증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비급여라는 특성상 체외충격파 치료비는 상대적으로 병원이 자유롭게 정할 수 있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올해 2월 자료에 따르면 병원별로 체외충격파 치료비를 최저 1만 원부터 최고 45만 원까지 말 그대로 다양하게 받고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비만 치료제 가격을 일부 반영해 병원이 치료비를 비싸게 받아도 의심받지 않을 수 있는 구조인 셈입니다.
취재에 들어가자 해당 병원은 병원비에 마운자로 값이 들어 있으니까 환자들에게 이건 완전히 공짜라는 식으로 설명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실손보험 청구 서류를 만들어 준 건 실제 체중 조절이 필요한 환자들의 치료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자 하는 의도였을 뿐 보험사를 속일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맞지도 않은 주사 비용을 진료비에 넣은 건 고의가 아니라 편의를 위해 미리 만들어 놓은 처방을 가져다 입력하다 생긴 단순 오류라고 했고요.
보건소 측은 의사가 살을 빼야 치료에 도움이 될 만한 환자에게 비급여인 위고비를 할인해줬다는 해명을 듣고 돌아왔다며 환자의 진료기록부를 직접 살펴보는 것 등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보도 이후에도 “유의하라”는 행정지도를 할 예정이라고만 말했는데요.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비만 치료 주사제를 받아간 환자의 진료 기록부를 강제로 확인할 수 없고 그런 진술을 듣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는 겁니다.
관련 기관들은 즉각 대응에 나섰습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법 위반 사항이 있다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금융감독원 역시 이 병원을 통해 여러 보험사들에 청구된 실손보험금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등을 따져보는 등 사실관계를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눈길이 가는 건 의료계 반응인데요. 대한의사협회는 윤리의식을 저버린 중대한 범죄 행위며 의료계 전체에 대한 국민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고 해당 병원이 속한 서울시의사회도 본격적으로 진상 파악에 나선 겁니다. 철저한 조사가 이뤄질지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취재 : 박하정,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김한결, 영상편집 : 이기은, 나홍희, 디자인 : 이수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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